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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된 거북
김성중
소방서 사거리
어느 한약방엔
박제된 거북이가 눈을 부리리며
진열장에 놓여 있다.
수명은 500살
나이는 250의 갈봄을 보탰는데
남쪽 바다 어딘가
거친 어부에게
재수없이 잡혔단다.
너는 예로부터
영물임에 틀림없지.
어쩐지 간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만
마누라 말 안듣고
팔도유람 나왔다가
천수를 못누리고
졸지에 죽었구나.
가락국 수로왕 때
불에 구워져 먹혔다면
차라리 원통하지 않을 것을
하필이면 박제되어
진열장에 갇혔구나.
오고 가는 사람들아
불쌍한 요내 몸을
공원묘진 힘들겠고
목포 앞바다에
풍덩 던져 주오.
할아버지
김성중
욕쟁이 내 할아버지
저 저 저 비러머글 놈
동네방네 소문난 그 욕
조무래기도 저 저 저 비러머글 놈
아줌마도 아저씨도 저 저 저 비러머글 놈
오늘의 노래
김성중
시린 아픔으로
눈을 파고드는 파란 아침의 빛을
사랑한다.
빵빵거리는 자동차의 매캐한
매연의 아침을
사랑한다.
다시금 갈아 신는
하얀 양말의 눈부심을
사랑한다.
거리에 나서면
코를 후비며 탄이 다가서고
모든 물상들이 일시에
재채기하는
우리의 삶을 사랑한다.
행복원 아이들
김성중
행복원은 천국이다.
다리 하나를 절고
과자부스러길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행복이는 행복하다.
미치도록 푸르른 날에
행복원에 가보면
아이들은 너무나 행복하다.
흙묻은 손으로
하얀 옷을 더렵혀도
오히려 유쾌하다.
행복원은 고아들의 왕국이다.
모두가 왕이고 잘났다.
아이들은 아빠를 모른다.
숫제 모른 체 하겠지.
병신이지만 너무 똑똑해서
엄마를 모른다.
아이들은 옷입기를 싫어한다.
존 옷을 입어도
갈 데가 없고
갈 데가 있어도 가고 싶지 않다.
행복원은 아이들의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