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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05 :: 우리시 신작소시집(2023년 3월호)
- 2023.04.05 :: 아, 금성산성
- 2019.01.01 :: 2018년 12월 토론작품
- 2019.01.01 :: 2018년 11월 토론작품
[우리시 2023년 3월호 김성중 신작 소시집](수정본)
1. 가래를 굴리는 시인 외 5편
작년 가을에 시인은/
가래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손의 감각을 살려보고 싶다고 했지요/
페이스북에서 만나 얼굴만 아는 시인/
새점을 치는 노인이 나오는 시집을 낸 시인에게/
나는 가래 50개를 택배로 보냈지요//
뇌수술을 한다고 들었어요/
나는 그이의 쾌유를 기원했어요/
페이스북에서 가끔 소식을 들었는데/
강신보 가래나무가 가래를 우수수 떨구던 어제/
문자메시지와 카톡으로 부고를 받았지요//
시인이 하늘나라로 떠나고/
강신보 가래의 계절 가을이 지나고/
십 몇 년 만에 폭설이 내리고 있는데/
시인은 하늘나라에서 가래를 굴리고 있겠지요/
나는 오늘도 강신보 가래나무 아래에서/
가래꽃이 필 봄날을 기다리며 서성이는데//
2. 지음
‘철학자 김수영’을 펴낸 시인/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문예비평가/
페이스북에 ‘네거리의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을 때/
그이가 페이스북 전화를 걸어와서 알게 된 사이/
전화로 몇 번 통화하면서 안부를 묻곤 했는데/
최근에 그이가 전화를 걸어와서는/
나를 지음이라고 부른다./
그이가 쓴 책을 읽으며/
나는 박수를 치고 또 무릎을 쳐대지 않을 수 없었다./
팔리지 않는 책을 쓰느라 10년은 늙어버렸다는/
그이의 탄식을 천리만리 떨어져서 들으며 마음이 아팠는데/
새로 ‘청년 임화’를 쓰는 작업에 몰두하는 걸 보면서/
나도 시작에 매진하리라 다짐하다가/
세밑에 문래동에 꼭 가야 할 일이 있어서/
고속도를 달리고 달려서 양화대교 건너/
한강시민공원 근처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경복궁 옆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신학철 전시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전에 가서/
낯익은 그이를 처음으로 만나서 굳세게 악수했다./
뒤풀이 장소인 서촌 어느 식당에서/
최근에 완성한 ‘청년 임화 서문’을 받았는데/
조선학 정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이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고 기원하였다./
종로3가역 근처에서 막걸릿잔이 비틀거리며/
수육을 집는 밤이 시나브로 깊어갔는데
만남의 감동이 내 왼손가락에 통증으로 남았다.//
3. 살구나무 옆에서 불을 피우며
장독대 앞 살구나무 옆에서/
곡정보에서 주워온 나무를 태운다//
땔나무는 가끔 비를 맞기도 했는데/
장을 달일 때 조금 태웠고/
코로나 퇴치를 위해 불을 피우기도 했다//
내 마음이 울적할 때/
처마 밑에 쌓아둔 땔나무를/
드럼통을 잘라서 만든 화덕에 넣고/
불을 피우며 불기운을 맞으며/
냉갈 냄새를 맡으며 활기를 되찾곤 했다//
살구나무 옆에서 불을 피운다/
내 마음의 찌꺼기를 태운다/
이 세상의 불합리를 태운다/
세상의 평화를 기원한다//
4. 백두산
천지의 파란 물이 따뜻하다./
하늘에서 환웅이 소나기를 타고 내려온다./
천지는 몸을 비틀고/
빗방울과 몸을 섞는다.//
발가벗은 곰 한 마리를 따라/
호랑이 한 마리가 천지로 뛰어들고/
나무꾼이 가죽을 챙겨간다.//
햇살이 비치면 천지는 시치미를 떼고/
발가숭이 곰이며 호랑이가 울며불며/
가죽옷을 돌려달라고 애원할 때/
환웅은 마늘 한 쪽과 쑥 한 줌을 던져주고/
구름 뒤로 숨는다.//
나는 소낙비에 흠뻑 젖어/
보들레르의 알바트로스를 떠올리며/
윤동주의 시인을 따라간다.//
5. 추월산
거인은 담양호 푸른 물을 베게 삼아/
보리암 목탁 소리 자장가로 들으며/
밤이나 낮이나 잠만 자고 있다//
거인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
천지가 개벽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미륵불의 도래를/
기원하고 또 기원하는데//
강쟁들에서 바라보면 여유롭고/
월산들에서 바라보면 친근하고/
수양재 내려오며 바라보면 달려오는 듯하고/
추성리 청량골에서는 눈앞에 머리가 보이고/
금성산성에서 바라보면 곧 일어날 것 같은데//
내 할머니가 호랑이등을 타고/
상월마을에서 물통골을 지나/
보리암에 다녀왔다는 전설도 있고//
임진왜란 때/
김덕령 장군의 부인이/
보리암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는 산//
구상암이 있어 유네스코 지질공원이 된 산/
담양역사문화공원 잔디밭에 앉아서/
꿈을 꾸듯 바라보는/
무릉도원이 있는 산//
6. 강쟁리 남근석
우리 마을 서편 모정 앞 들판에/
언제부터 그이가 서 있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그이 옆에 건조장이 들어섰고/
그이의 아랫도리를 시멘트로 발라버렸다/
건조장에 가로막힌 시선이 답답하여/
째려보고 쏘아 보아도/
건조장은 눈도 깜짝 않는데/
그이는 그 옛날을 떠올린다/
풍년 농사를 기원하던 발길이 이어지던 때/
모심을 받으며 행복했는데/
이제는 가끔 길냥이나 쳐다볼 뿐/
마을 사람들은 모두 옛날을 잃어버렸다/
혹시 동티가 날까봐/
아직은 그대로 두고 있는데/
언제 망치를 맞을지 몰라/
그이는 잠을 못 이루고 야위어간다//
[시작노트]
광주에서 30년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왔으니까 햇수로 5년째다. 이제 조금 도시의 물이 빠진 듯하다. 고향의 삶은 번거롭지 않고 하루가 무리 없이 지나간다. 우리 마을에서 나는 청년이다.
집을 나서면 바로 드넓은 강쟁들이다. 선돌길을 걸어서 곡정보로 가면 바로 영산강 자전거길이다. 수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곡정보를 지나서 강신보를 향해 달린다. 나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자동차를 타고 강신보로 가서 가래나무를 만난다. 가래나무 아래에서 가래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강신보 가래나무의 근황을 알린다. 가래나무에 꽃이 피고 지고 가래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고향살이가 무르익고 있다. 강신보 가래나무를 알게 된 것은 나에게 커다란 행운이다.
두곡길에는 아내의 삼밭이 있는데 사철 작물이 잘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담양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둘러본다. 북쪽에는 추월산과 산성산이 버티고 섰다. 왼쪽에는 병풍산과 삼인산이 병풍처럼 서 있다. 남쪽으로는 멀리 무등산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면앙정이 있는 제월봉이 보인다. 그리고 동쪽에는 남산과 고비산 그리고 금산이 있다. 나는 산으로 둘러싸인 담양 강쟁리에서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다.
고향의 품은 아늑하다. 나는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페이스북에 기록한다. 그리고 시상을 정리하여 시를 쓴다. 내 고향 담양은 내 시작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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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성산성
김성중
주차장에서 사랑의 바위를 지나서 올라왔을까
연동사에서 전우치를 만나고 봉수대를 지나왔을까
담양온천에서 뜨거운 온천수로 세수하고 올라왔을까
죽지원 맹종죽 숲길을 걷다가 올라왔을까
외남문 보국문을 지나고 내남문 충용문을 오르며
간절하게 기원하는 돌탑들을 보았을까
-
성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천혜의 요충지
기삼연 의병장 호남창의회맹소 본진 전투지
세계평화 남북통일 기념탑 앞
충용문 광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사적 제353호인 금성산성의 어제와 내일을 호명한다.
-
동자암 약수 한 사발 마시고 동문으로 가면서
무너진 대장청을 떠올리며 내성을 지나
시루봉 광덕산 지나온 성벽이 동문을 만나는 곳에서
강천사에서 올라오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걷다가 산성산 최고봉인 운대봉을 만나고
성벽 위를 걸으며 주변 풍광에 흠뻑 취하다 보면
어느새 북문 천왕문에 닿는데
북문을 나서면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
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보국사지를 지나온 계곡물이 시원하다.
서문지에서 비탈길을 싸목싸목 올라서
철마봉과 노적봉을 지나며
산 아래 펼쳐진 담양들과 담양호 풍광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어느새 충용문 광장이 가까이 보인다.
-
산성길을 걸으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성을 쌓으며 죽어갔을 원혼들이며
수자리를 서며 가족이 그리워 울던 초병들이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죽은 의병들이며
연동사에서 명복을 빌며 향을 태우는 연기가 이천골에 자욱했다는데
동학혁명군의 치열했던 전투와 장렬한 전사
6.25 때 불타버렸다는 보국사 들이
한없이 떠오르는 봄날
-
외성과 내성의 길이가 이십여 리나 되고
성의 넓이는 42만여 평이나 되는 산성
무주 적상산성과 장성 입암산성과 더불어
호남지방 삼대 산성이라 지표조사도 했는데
불타버린 건물은 언제쯤 복원되나
-
눈 밝은 이가 복원을 서두른다면
산성을 찾는 사람들의 염원이 이루어진다면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 명소인
연동사 노천법당에서 퇴적암을 관찰할 수 있는
금성산성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호국의 산성으로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의 유명한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역사는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날이다.
*김성중 : 시인, 공정여행가, 천년나무출판협동조합 이사. 1961년 추월산자락 용면 쌍태리에 출생하였으며 광주에서 귀향하여 현재 강쟁리에 거주.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광주에서 30여 년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2019년 2월 첨단고등학교에서 명예퇴직함. 2000년 『새길을 여는 교육비평』에 「문학선생」 등 시 4편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강신보 가래나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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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12월 토론 작품] 똥 한덩이 외 13편

작성자:단오작성시간:2018.12.14 조회수:0
댓글0
희망-2018-금시-송년.hwp
똥 한 덩이 외 13편
김성중
창체실 앞 복도를 구부러져 지나 계단을 내려가서 화장실 문을 여는데 역한 냄새가 났다. 문을 열고 비데가 설치된 변기 뚜껑을 열어보니까 팔뚝만한 똥 한 덩이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누워 있었다. 심한 변비를 앓고 있는 자의 똥이었다. 나는 힘차게 물을 내렸으나 똥은 그대로 있었다. 나는 코를 막고 변기솔로 똥덩이를 잘디잘게 으깨고는 다시 물을 내렸다. 똥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똥을 싸면서 너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너는 너의 변비만 생각했었다. 네 뒤에 올 사람은 네 머릿속에는 없었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탈출하듯이 너만 쏙 빠져나갔다.
언제부턴가 똥은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시골에선 퇴비가 되었지만 도시에서는 냄새나는 쓰레기가 되었다. 수세식 화장실이 대세가 되면서 이제 똥은 보이면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변기가 막히면 똥은 쌓인다.
인간이 남기는 똥덩이는 화장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오늘도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저 쓰레기를 보라. 플라스틱 병을 먹은 아귀의 터질 것 같은 배를 보라. 쓰레기로 가득 찬 고래의 뱃속을 들여다보라.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바다를 보라. 지구별 여기저기에 똥만 싸지르는 이상한 동물이 있다.
얼어버린 일곡파초
어젯밤 추위에 일곡배수지 가는
길에 서 있는 일곡파초가 얼어버렸다.
뜨거운 여름날
커다란 부채를 흔들며
시원한 바람을 선물하곤 했는데
동장군의 기세에 힘없이 무너져버렸다.
고향을 떠나온 지 까마득한데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지으며
남국을 그리워하는 너를
나는 바라만 볼 뿐
그러나 너의 구근은 살아서
내년 봄에 힘차게
줄기를 하늘 높이 밀어 올리리라.
시집
시집이 없으면 시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시집을 내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만의 시풍을 갖춘 시집을 낼 것이다.
시집을 내려고 하니
고쳐야할 시들이 많구나.
마음에 차는 시는 별로 없고
버려야할 시들만 시들시들하구나.
진술보다는 묘사를
상투적이기보다는 참신하게
한 줄을 쓰더라도 새롭게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벼리고 벼린 시를
시집으로 묶는 거다.
전화
일요일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넘어서 전화가 걸려왔다. ㄱ선생이었다. ㅅ시인의 페이스북에서 보았다고 한다. 내가 명퇴를 신청한 것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의 부인은 2년 전에 명퇴를 했다고 한다. 자기 친구들에게는 정말 좋다고 하면서도 그가 명퇴한다고 하니까 얼굴색을 싹 바꾸더라는 이야기와 더불어 딸이 아직 어리니까!
시골에 농가주택을 사놓았다고, 새로 뚫리는 고속도로 나들목이 바로 근처라 접근성이 좋다고, 집에서 1시간이면 간다고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한여름 땡볕 아래 호박잎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
남북군사도로 연결
2018년11월 22일
정전협정 뒤 처음
철원 화살머리 고지
DMZ 관통
경남 남해-평북 초산 국도 3호선
70년 전 남북 교통로 단절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비포장 전술도로
너비 12미터
끊어진 길이 이어지고
끊어진 핏줄이 이어지고
끊어진 강물이 이어지고
끊어진 말이 이어지고
끊어진 백두대간이 이어지고
2018년 12월 12일
남과 북의 병사가 악수하고
이미 철수하고 폭파한 상대방
지피 10개씩을 검증하였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새와 산수유
첨단지구 무양서원 뒤
무양공원 산수유나무에
산수유 열매를 따러
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든다.
산수유나무는 지금
흐뭇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
새들이 멀리 씨를
날라줄 테니까.
산수유열매가 겨울바람에 흔들린다.
겨울새가 산수유를 따고 있다.
사과 몇 알
어제 사과를 몇 조각 싸와서 간식으로 먹고는 남은 두 조각을 옆 동료와 나누어 먹었다. 그때 그 옆 동료의 옆 동료가 “왜 나는 안 주느냐?”고 해서 한바탕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한방병원에 다녀오는 아내를 첨단2지구에서 태우고 집으로 가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한살림에서 사과 한 상자(5kg)를 사오는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 사과상자를 교무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웬 사과냐는 물음에 “사연이 있는 사과”라고 말하면서 연막을 피웠다. 어제 그렇게 말했던 동료가 출근해서 “어제 두 사람이 몰래 사과를 먹는 것을 적발하기”를 잘 했다고 한다.
작은 사과 몇 알이 교무실을 훈훈하게 덥혀놓았다.
갈전마을
조문을 마치고 화순으로 차를 몰았다. "만연산 치유의 숲"에 들렀다가 "수만리-안양산휴양림-이서-금호리조트-갈전-창평-고서로컬푸드-장등터널-일곡동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이렇게 거쳐서 집에 들어오니까 캄캄했다.
말로만 듣고 궁금했던 갈전마을에 들렀다가 멀리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정겹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살 만하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빨간 피가 더웁다. 어디나 똑 같다, 사람살이는. 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전원주택이든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사람이 살고 있다.
담양교 새떼
담양교 위 전깃줄에
새들이 앉아 있다.
저 새들의 머리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있을까?
나는 뚝방 앞 국숫집에서
댓잎국수를 먹으면서도
새떼들 생각 뿐이다.
국수를 먹고 나왔어도
새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들도 나를 지켜본다.
강가의 억새들도 새들을 쳐다본다.
조금 아래 수바래에서
햇살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아낌없이 주는 단오반텃밭
단오반텃밭은
모든 것을 다 주고
이제 휴식에 들어갔다.
지난여름에는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를
마구 마구 주더니
이 가을에는 무와 배추를 주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마지막으로 배추끌텅을 주었다.
아낌없이 주는 단오반텃밭이여, 아듀~~~
나목
출근길에 이파리를 다 떨구어버린
벌거벗은 느티나무를 만났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 건너편의 태산목을
그리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년을 마주 보며 살아왔었는데,
태산목이 서 있던
그 자리는 텅 비어 있다.
20년 지기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는
느티나무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키 작은 철쭉이 느티를 위로하고 있었다.
습관
출근하려고 아파트 뒤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찾는데 차가 없다.
앞으로 가서
찾아도 없다.
다시 뒤로 가서
찾아도 없다.
아, 지하주차장
옆길에 세워두었지.
습관은 호랑이보다 무섭다.
백동 삼거리 방죽
소쇄원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강쟁리로 가서 찔레나무를 쳐내며 마당을 조금 정리했다. 그리고는 천변리 책방 죽림재를 살펴본 다음에 관방제림으로 차를 몰았다. 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계석대, 백진각, 담세정을 차례대로 둘러보았다. 관방제림을 걷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담양읍 백동 사거리를 지나며 옛날에 놀았던 미리산 앞 삼거리 마을 가운데에 있던 방죽을 떠올렸다.
그 저수지를 메워서 담양경찰서를 지었다. 그 뒤에 백동 사거리 주변에 상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제 백동 삼거리 방죽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생활의 편리만을 좆는 사람들에게 그 작은 방죽이 대수겠는가.
예전 태봉산을 헐어서 광주역을 만들고 그 흙으로 경양방죽을 메워서 중흥동 시청사를 지었다. 시청은 다시 상무지구로 옮겨갔고 그 자리엔 대형할인점이 들어섰다. 경양방죽이 지금 남아있다면 광주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텐데...
산을 깎고 논과 밭을 다져서 집이나 공장을 짓는 일이 너무나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밤안개
어젯밤에 본촌산단 뒤 양지마을에 있는 칼국수 전문 식당에서 동지죽을 맛있게 먹었다. 식당문이 닫히기 직전 마지막 손님이었다. 동지죽을 먹고 나서 안개 자욱한 밤길을 달렸다. 북부순환로 장등터널을 지나자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차들도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담양으로 가는 29번 국도를 달리는데 송강정 근처 유산교 쌍교다리에 이르자 안개가 옅어졌다.
담양읍내 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보니까 백동 사거리에서 터미널까지는 상가에 불이 켜져 있었다. 중심가를 지나서 담양교 양각다리 근처로 가니까 피시방 말고는 가게가 다 닫혀 있어서 거리가 쓸쓸했다. 관방제림을 따라 시장을 지나 국수거리로 들어섰는데 가게가 문을 닫은 거리는 고즈넉했다. 향교다리를 지나서 죽녹원 쪽으로 차를 몰았다. "천년담양" 불빛만 봉황루 아래에서 빛나고 있었다. 밤 아홉시인데 관방제림을 걷는 사람이 있었다.
담양 중심가를 가만히 지나서 국도 29호선을 타고 달리는데 안개가 옅어져 있었다. 장등터널을 지나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여 2주 전에 트렁크에 넣어둔 대봉시를 꺼내어 집으로 올라왔다.
안개는 어둔 밤이 외로울까봐 밤과 함께 밤을 지새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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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11월 토론작품]:출발 외 26편

작성자:단오작성시간:2018.11.23 조회수:2
댓글0
 출발(금시-등촌-2018-11).hwp
1.출발
김성중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행성이 잘 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그대와 어깨를 곁고 걸어간다는 것은
인생이 살 만하다는 것.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아무런 미련도 두지 않고
겨울나무가 이파리를 떨구듯
나는 이제 한 구비를 돌아서 간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앞으로 걸어갈 길만 걱정할 뿐
길을 걸으며 만날 벗들이 궁금할 뿐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2.자유
내가 떠나도
살구꽃, 벚꽃, 산수유꽃은
피고 지고
살구가 열리고
버찌가 열리고
산수유가 열리고
살구가 익고
버찌가 익고
산수유가 익고
그리고
살구나무에 살구잼이 열리고
벚나무에 버찌젤리가 열리고
산수유나무에 산수유차가 열리고
내가 떠나도
산수유나무는 살구나무는 벚나무는
멋지게 살아갈 것이고
3.찔레나무 작전
강쟁리에서 네 번째 찔레나무 제거 작전을 펼쳤다. 몇 년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찔레나무가 마당을 점령하고 덤불을 이루었다.
찔레나무 가시는 강하다. 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찔레나무를 잘라내는데 계속 내 손을 가시가 찌른다. 하지만 나도 독하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새들의 천국이었을 찔레덤불을 제거하게 되어 새들에게 살짝 미안하다. 그동안 찔레덤불을 보면서 혀를 찼을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면목이 서겠다.
4.시를 쓰기 위한 메모
.종로 고시원 불
.양구 전방 초소(GP) 총상 일병 후송중 사망
.삼바 분식회계-삼성바이오로직스
.찔레덤불
.쥐똥나무-새들이 싼 똥
.파라칸사-빨간 열매가 매혹적이다.
.남천:이파리가 물드는 상록수, 붉게 익은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 조경수로 심는다. 울타리로 심어도 좋다. 열매를 말려서 달여 먹으면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한다. 나무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다.
.느릅나무: 관방제림 끄트머리에서 만나다. 숱한 열매를 달고서 당당하게 서 있다. 약으로 쓰려고 껍질을 벗기고, 뿌리를 뽑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나무. 전대사대부고 뒤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광주지하철 2호선:달랑 2칸 달고 달리는 지하철, 적자가 눈에 뻔한데도 추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얀 코끼리가 아닌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사람이 1일 몇 명인가?
5.산수유까기
산수유열매에서 씨를 빼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산수유열매를 일주일 정도 꾸들꾸들하게 말린 다음에 열매를 손바닥에서 살짝 돌린 뒤에 꼭지를 살짝 딴 뒤에 반대쪽 꼭지를 누르면 신기하게도 씨가 쑥 빠져 나온다.
산수유열매를 2-3일 말려서 꼭지를 살짝 따고 반대쪽 꼭지를 눌러도 씨가 쉽게 빠져 나온다. 산수유껍질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마르면 산수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겠지만 말이다.
산수유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가 몇 개나 될까?
파리똥나무 열매보다 작은 산수유열매 씨를 빼려면 인내의 화신이 되어야 한다.
6.일곡 파초의 안부
일곡배수지 가는 길 자미원 식당 건너편에서 일곡동의 명물 파초가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겨울에 파초의 줄기는 얼어버린다. 구근은 추운 겨울을 지내고 따뜻한 봄에 새순을 밀어올린다. 온실이나 실내라면 겨울에도 푸르른 파초를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이게 일곡 파초의 운명이다.
예전에 전남사대부고의 얼어버린 파초를 보면서 울먹이는 시를 썼는데 어느 시인으로터 감정의 과잉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스러지는 자연을 보면서 겸허해질 일이다.
7.화살나무 열매
고서벌 곧서농원 쥔장이
일곡동으로 화살을 쏘았는데
쏜살 같이 빨간 화살촉이 도착했다.
나는 누구를 겨냥해서
화살을 날릴까.
빨간 화살나무열매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곧서:考ㄷ書
8.왜요?
네 자리로 돌아가라
왜요?
네 자리가 어디냐?
요-기요.
손가락으로 교실 바닥을 가리킨다.
어디?
요-기.
바로 뒤에 학생이 앉아 있다.
1학기말 시험이 끝난 다음날
자습 안 하냐는 학생들
수업을 진행하려는 교사
학생들은 짜증이 나 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네 자리가 어디?
-저-기요.(맨 뒤)
네 자리로 돌아가라.
-왜요?
한숨만 쉬는 선생
9.나목
이파리를 떨군
교정의 나무들이
홀가분하다.
수능시험장 준비로 분주한
교사 안과는 다르게
나무들은 느긋하다.
어디선가 깍깍대는
까치의 울음소리도
한가롭다.
내 마음도
한없이 늘어졌다.
10.담세정
늦가을 비를 맞으며
담양 관방제림 아래
담세정이 나를 반긴다.
정자 앞 이파리를 다 떨궈버린
은행나무가 홀가분하다.
가을은 홀로움의 계절이다.
나를 직시하는 시간이다.
가을바람이 내 영혼을 맑힌다.
11.산수유
이른 봄에 노란 꽃망울 좁쌀만 하더니
따스한 봄볕 받아 노란 병아리로 깨어나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인다.
노오란 꽃이 절정에 이를 때
파릇한 이파리 빼꼼 고개를 내민다.
벌과 나비들의 바지런한 날갯짓 뒤에
눈꼽 만한 열매가 맺혀서
여름날 폭풍우를 견디며
무더위 폭염을 양분 삼아
매미 울음소리를 응원가로 들으며
무던히도 열매를 키웠다.
산수유,
시월이 가는 게 아쉬워서
잘 익은 고추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12.종로, 재림예수
종로5가에서 용산역까지 걸었다.
광장시장, 세운상가를 지나
종묘에 들러서 왕들의 위엄을 보았다.
종묘 근처에서 짜장면을 먹고서
탑골 공원에 들렀다가
국보2호 원각사지 10층석탑을 구경했다.
차없는 종로거리를 걸어서
교보문고에 들렀지.
덕수궁 대한문에서 가을비를 맞기도 했다.
서울시청 부근에서 "재림예수를 믿으라"는 광신도들을 만났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서 가는 곳이라고 한다.
피켓 속 재림예수를 보니 한국인이다.
13.징계혐의자로 살아가기
혐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징계혐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람.
학교에서 사실확인서를 쓰고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최후진술을 하였다.
나와 같은 불행한 교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이 사건을 잘 정리하여 학교에 사례로 전파하기 바란다.
점수로만 남은 학교를 바꾸어야 한다.
나는 징계혐의자로
두 달을 살아왔다.
14.교무실 산수유
운동장가에서 따온
산수유가 교무실 창가에서
재미진 표정으로 마르고 있다.
교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은 눈동자가 커지고
산수유가 마르는 교무실은
산수유 향기로 가득하다.
1학년실 사람들이
항꾸네 씨를 빼서 말린
산수유차는 어떤 맛일까?
이 가을 교무실을
빨갛게 물들이며
항꾸네 씨를 뺀 산수유가
빠알갛게 마르고 있다.
15.남자 교직원 모임
오늘은 남자들이 만나는 날
학교에서 소수족으로 밀려난
남자들이 회포를 푸는 날
일이 바빠서 만날 짬도 못냈지
학교 앞 선술집이 그립기도 했지
퇴근길이 바빠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
떡애기 키우느라 정신줄 놓았지
육아독박 무서운 말이 될 줄 몰랐지
오늘은 남자들이 만나는 날
지금껏 외로움 떨쳐내는 날
술잔을 부딪치면 도타운 정이 솟구치고
술김에 툭툭 부딪는 어깨가 정다웁고
오늘은 서로서로 에너지가 되는 날
16.고라니 새끼 한 마리
단오반텃밭에 물을 주고 있으니까 눈앞에 무엇인가가 잽싸게 지나간다. 가만히 보니까 고라니 새끼다. 족구를 하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언덕으로 올라서자 고라니는 울타리 주변을 달리며 울타리를 넘어가려고 한다. 결국 울타리를 넘지 못 한 고라니는 급식실 쪽 울타리 쪽으로 달려간다. 조금 있으니까 다시 텃밭 쪽으로 달려 왔다가 다시 급식실 쪽으로 달려갔다. 고라니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나는 고라니 새끼가 남부대쪽으로 달아나기를 바라며 교무실로 올라 왔다.
교무실에서 고라니 얘기를 했더니 어떤 선생님이 행정실에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다. 고라니가 교문을 거쳐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다. 도로 쪽으로 나간다면 자동차에 치이기 십상인데 말이다. 고라니가 무사히 숲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17.집주인 고양이
모처럼만에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더니 고양이가 마루에 떡하니 앉아서 주인이 방문객을 맞듯이 나를 쳐다본다. 대문이 열리도록 파리똥나무를 톱으로 베어내고 보았더니 그 위풍당당한 고양이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몇 년 동안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살았던 고양이에게 나는 침입자가 분명하다. 나는 쥐똥나무 가지를 잘라내고 찔레나무를 베어내고 담쟁이 넝쿨을 걷어내면서 대충 길을 텄다. 마당을 점령해버린 찔레나무와 쥐똥나무를 하나씩 베어내다 보면 텃밭을 일굴 날이 오리라.
뭐든 그대로 두면 자연이 돼버린다. 집주인 행세를 해온 고양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18.우측통행
조례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급하게 올라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계단 난간쪽으로 우측통행을 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는데 올라오던 어떤 남학생이 내 발을 밟았다. 그 학생은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름을 알지만)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똑바로 걸어라"고 말하고서는 교실로 급히 걸어갔다.
우측통행은 중요한 규칙이다. 복도에서 학생과 부딪쳐 부웅 날아가 버린 선생도 있었다. 그 선생은 쉬는 시간에는 복도를 걷지 않는다. 선생과 부딪쳐 골절상을 입은 학생도 있다.
19.얼굴 흉터
내 얼굴에는 흉터가 있다. 내가 이등병일 때 생긴 흉터다. 국가가 내 흉터를 지워줘야 한다.
내가 GOP 철책에서 보초를 설 때이다. 잠을 자다가 깨서 후반야 보초를 서러 가려고 교통호를 통해서 초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교통호를 지탱하는 철항(U자형 쇠말뚝)에 얼굴을 찧었다. 나는 순간 정신을 잃었고 왼쪽 눈밑이 철항에 부딪쳐 찢어졌고 피가 철철 흘렀다. 나는 왼쪽 눈이 철항에 찔려서 실명을 한 줄 알았다. 다행이 눈을 떠보니 앞이 보였다. 위생병이 달려오고 소초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대 생물과 출신 위생병이 눈 밑 상처를 꿰맸다. 마취도 하지 않고 열한 바늘을 꿰맸다. 나는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1982년 봄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내 얼굴의 흉터는 세월이 흘러서 희미해졌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때의 아찔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20.핀셋과 배추벌레
아침에 단오반텃밭에서
배춧잎 위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발견하고서는
집에서 가져온 핀셋으로 녀석을
집어서 흙바닥에 던지고 나서
신발로 짓뭉개버렸다.
오늘 아침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졌다.
21.찌부까다
며칠 전 초등학교동창회에 가서 물어보았다. 찌부까다를 아느냐고. 전국에서 모인 동창생들 모두 알고 있었다. 찌부까다는 꼬집다의 담양 사투리다.
나는 추월산자락에 살다가 읍내로 전학을 갔다. 어떤 여학생이 꼬집길래 "너 왜 꼬집냐?"고 했더니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쟤는 찌부까다도 모른다“고 하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추월산자락에서 표준어가 무엇인지를 생각했었다.
22.왜 나만 갖고 그래요!
무언가 잘못을 지적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나"만 그런게 아닌데 왜 "나"만 지적하느냐는 항변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나"만 재수가 없다는 얘기다. 많은 학생들이 교사의 눈을 속이며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어쩌다가 학교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나"만 알고 "너"나 "우리"는 모르는 아이들이 주류인 학교풍경이다.
23.지금은 잊혀진
구라파-유럽
와사등-가스등
정말-덴마크
화란-네덜란드
토이기-터키
이태리-이탈리아
서반아-스페인
포두아-포르투칼
덕국,독일-도이칠란드
법국,불란서-프랑스
영국-잉글랜드
애란-아일랜드
나성-로스앤젤레스
화성돈-워싱턴
서서-스위스
서전-스웨덴
오지리-오스트리아
24.부여 정림사지
사비성이 함락되고 불타버린 잿더미에
정림사 오층석탑만 남았다.
치욕의 세월을 견디며 서 있는
저 오층석탑에는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했다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네.
하늘은 푸르디푸르기만 한데
망국의 서울 사비성은 오늘도
슬픔에 젖어 있는 듯
부여의자를 부르고 있다.
25.낙화암에 올라
부소산성을 오르다가 살짝 내려가
천사백년 백제의 한 서린 낙화암
망국의 궁인들 쫓기다 몸을 던진
작은 바위
난간을 붙잡고 그 바위 위에 서서
그날 여인들의 눈빛을 떠올린다.
당나라 소정방 군대가 사비성을 짓밟을 때
터져나오는 울음 제대로 울지도 못 했으리라.
단풍이 붉게 물든 부소산성 낙화암에서
백마강 푸른 물에 꽃잎처럼 뚝뚝 떨어지던
백제여인들의 절규를 듣는다.
26.줄탁동시*(10.22)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함께 살 수 있다면
나는 너를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네.
네가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한동안 우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파란 가을하늘처럼 웃을 수 있겠네.
네가 오지 않아도
나는 네가 온 것처럼 생각하려네.
*시교육청 2층 상황실 앞 대회의실에 걸려 있는 "줄탁동시" 액자다.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전에 대기하면서 보았다.
27.수업자료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첨단고 산수유 열매는
계절에 어울리는 수업자료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산수유 열매를 나눠주고
맛을 보라고 하면
매우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씨까지 우두둑 씹다가는
정신없이 내뱉으며 세면대로
달려가서 입을 헹구는 학생
오만상을 쓰면서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데
겉만 보고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학생
신맛 쓴맛 떫은맛 단맛을 즐기며
미소 짓는 학생
산수유 열매는
멋진 수업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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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11월 토론작품]:출발 외 26편

작성자:단오작성시간:2018.11.23 조회수:2
댓글0
 출발(금시-등촌-2018-11).hwp
1.출발
김성중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행성이 잘 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그대와 어깨를 곁고 걸어간다는 것은
인생이 살 만하다는 것.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아무런 미련도 두지 않고
겨울나무가 이파리를 떨구듯
나는 이제 한 구비를 돌아서 간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앞으로 걸어갈 길만 걱정할 뿐
길을 걸으며 만날 벗들이 궁금할 뿐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2.자유
내가 떠나도
살구꽃, 벚꽃, 산수유꽃은
피고 지고
살구가 열리고
버찌가 열리고
산수유가 열리고
살구가 익고
버찌가 익고
산수유가 익고
그리고
살구나무에 살구잼이 열리고
벚나무에 버찌젤리가 열리고
산수유나무에 산수유차가 열리고
내가 떠나도
산수유나무는 살구나무는 벚나무는
멋지게 살아갈 것이고
3.찔레나무 작전
강쟁리에서 네 번째 찔레나무 제거 작전을 펼쳤다. 몇 년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찔레나무가 마당을 점령하고 덤불을 이루었다.
찔레나무 가시는 강하다. 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찔레나무를 잘라내는데 계속 내 손을 가시가 찌른다. 하지만 나도 독하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새들의 천국이었을 찔레덤불을 제거하게 되어 새들에게 살짝 미안하다. 그동안 찔레덤불을 보면서 혀를 찼을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면목이 서겠다.
4.시를 쓰기 위한 메모
.종로 고시원 불
.양구 전방 초소(GP) 총상 일병 후송중 사망
.삼바 분식회계-삼성바이오로직스
.찔레덤불
.쥐똥나무-새들이 싼 똥
.파라칸사-빨간 열매가 매혹적이다.
.남천:이파리가 물드는 상록수, 붉게 익은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 조경수로 심는다. 울타리로 심어도 좋다. 열매를 말려서 달여 먹으면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한다. 나무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다.
.느릅나무: 관방제림 끄트머리에서 만나다. 숱한 열매를 달고서 당당하게 서 있다. 약으로 쓰려고 껍질을 벗기고, 뿌리를 뽑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나무. 전대사대부고 뒤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광주지하철 2호선:달랑 2칸 달고 달리는 지하철, 적자가 눈에 뻔한데도 추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얀 코끼리가 아닌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사람이 1일 몇 명인가?
5.산수유까기
산수유열매에서 씨를 빼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산수유열매를 일주일 정도 꾸들꾸들하게 말린 다음에 열매를 손바닥에서 살짝 돌린 뒤에 꼭지를 살짝 딴 뒤에 반대쪽 꼭지를 누르면 신기하게도 씨가 쑥 빠져 나온다.
산수유열매를 2-3일 말려서 꼭지를 살짝 따고 반대쪽 꼭지를 눌러도 씨가 쉽게 빠져 나온다. 산수유껍질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마르면 산수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겠지만 말이다.
산수유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가 몇 개나 될까?
파리똥나무 열매보다 작은 산수유열매 씨를 빼려면 인내의 화신이 되어야 한다.
6.일곡 파초의 안부
일곡배수지 가는 길 자미원 식당 건너편에서 일곡동의 명물 파초가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겨울에 파초의 줄기는 얼어버린다. 구근은 추운 겨울을 지내고 따뜻한 봄에 새순을 밀어올린다. 온실이나 실내라면 겨울에도 푸르른 파초를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이게 일곡 파초의 운명이다.
예전에 전남사대부고의 얼어버린 파초를 보면서 울먹이는 시를 썼는데 어느 시인으로터 감정의 과잉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스러지는 자연을 보면서 겸허해질 일이다.
7.화살나무 열매
고서벌 곧서농원 쥔장이
일곡동으로 화살을 쏘았는데
쏜살 같이 빨간 화살촉이 도착했다.
나는 누구를 겨냥해서
화살을 날릴까.
빨간 화살나무열매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곧서:考ㄷ書
8.왜요?
네 자리로 돌아가라
왜요?
네 자리가 어디냐?
요-기요.
손가락으로 교실 바닥을 가리킨다.
어디?
요-기.
바로 뒤에 학생이 앉아 있다.
1학기말 시험이 끝난 다음날
자습 안 하냐는 학생들
수업을 진행하려는 교사
학생들은 짜증이 나 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네 자리가 어디?
-저-기요.(맨 뒤)
네 자리로 돌아가라.
-왜요?
한숨만 쉬는 선생
9.나목
이파리를 떨군
교정의 나무들이
홀가분하다.
수능시험장 준비로 분주한
교사 안과는 다르게
나무들은 느긋하다.
어디선가 깍깍대는
까치의 울음소리도
한가롭다.
내 마음도
한없이 늘어졌다.
10.담세정
늦가을 비를 맞으며
담양 관방제림 아래
담세정이 나를 반긴다.
정자 앞 이파리를 다 떨궈버린
은행나무가 홀가분하다.
가을은 홀로움의 계절이다.
나를 직시하는 시간이다.
가을바람이 내 영혼을 맑힌다.
11.산수유
이른 봄에 노란 꽃망울 좁쌀만 하더니
따스한 봄볕 받아 노란 병아리로 깨어나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인다.
노오란 꽃이 절정에 이를 때
파릇한 이파리 빼꼼 고개를 내민다.
벌과 나비들의 바지런한 날갯짓 뒤에
눈꼽 만한 열매가 맺혀서
여름날 폭풍우를 견디며
무더위 폭염을 양분 삼아
매미 울음소리를 응원가로 들으며
무던히도 열매를 키웠다.
산수유,
시월이 가는 게 아쉬워서
잘 익은 고추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12.종로, 재림예수
종로5가에서 용산역까지 걸었다.
광장시장, 세운상가를 지나
종묘에 들러서 왕들의 위엄을 보았다.
종묘 근처에서 짜장면을 먹고서
탑골 공원에 들렀다가
국보2호 원각사지 10층석탑을 구경했다.
차없는 종로거리를 걸어서
교보문고에 들렀지.
덕수궁 대한문에서 가을비를 맞기도 했다.
서울시청 부근에서 "재림예수를 믿으라"는 광신도들을 만났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서 가는 곳이라고 한다.
피켓 속 재림예수를 보니 한국인이다.
13.징계혐의자로 살아가기
혐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징계혐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람.
학교에서 사실확인서를 쓰고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최후진술을 하였다.
나와 같은 불행한 교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이 사건을 잘 정리하여 학교에 사례로 전파하기 바란다.
점수로만 남은 학교를 바꾸어야 한다.
나는 징계혐의자로
두 달을 살아왔다.
14.교무실 산수유
운동장가에서 따온
산수유가 교무실 창가에서
재미진 표정으로 마르고 있다.
교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은 눈동자가 커지고
산수유가 마르는 교무실은
산수유 향기로 가득하다.
1학년실 사람들이
항꾸네 씨를 빼서 말린
산수유차는 어떤 맛일까?
이 가을 교무실을
빨갛게 물들이며
항꾸네 씨를 뺀 산수유가
빠알갛게 마르고 있다.
15.남자 교직원 모임
오늘은 남자들이 만나는 날
학교에서 소수족으로 밀려난
남자들이 회포를 푸는 날
일이 바빠서 만날 짬도 못냈지
학교 앞 선술집이 그립기도 했지
퇴근길이 바빠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
떡애기 키우느라 정신줄 놓았지
육아독박 무서운 말이 될 줄 몰랐지
오늘은 남자들이 만나는 날
지금껏 외로움 떨쳐내는 날
술잔을 부딪치면 도타운 정이 솟구치고
술김에 툭툭 부딪는 어깨가 정다웁고
오늘은 서로서로 에너지가 되는 날
16.고라니 새끼 한 마리
단오반텃밭에 물을 주고 있으니까 눈앞에 무엇인가가 잽싸게 지나간다. 가만히 보니까 고라니 새끼다. 족구를 하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언덕으로 올라서자 고라니는 울타리 주변을 달리며 울타리를 넘어가려고 한다. 결국 울타리를 넘지 못 한 고라니는 급식실 쪽 울타리 쪽으로 달려간다. 조금 있으니까 다시 텃밭 쪽으로 달려 왔다가 다시 급식실 쪽으로 달려갔다. 고라니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나는 고라니 새끼가 남부대쪽으로 달아나기를 바라며 교무실로 올라 왔다.
교무실에서 고라니 얘기를 했더니 어떤 선생님이 행정실에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다. 고라니가 교문을 거쳐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다. 도로 쪽으로 나간다면 자동차에 치이기 십상인데 말이다. 고라니가 무사히 숲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17.집주인 고양이
모처럼만에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더니 고양이가 마루에 떡하니 앉아서 주인이 방문객을 맞듯이 나를 쳐다본다. 대문이 열리도록 파리똥나무를 톱으로 베어내고 보았더니 그 위풍당당한 고양이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몇 년 동안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살았던 고양이에게 나는 침입자가 분명하다. 나는 쥐똥나무 가지를 잘라내고 찔레나무를 베어내고 담쟁이 넝쿨을 걷어내면서 대충 길을 텄다. 마당을 점령해버린 찔레나무와 쥐똥나무를 하나씩 베어내다 보면 텃밭을 일굴 날이 오리라.
뭐든 그대로 두면 자연이 돼버린다. 집주인 행세를 해온 고양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18.우측통행
조례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급하게 올라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계단 난간쪽으로 우측통행을 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는데 올라오던 어떤 남학생이 내 발을 밟았다. 그 학생은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름을 알지만)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똑바로 걸어라"고 말하고서는 교실로 급히 걸어갔다.
우측통행은 중요한 규칙이다. 복도에서 학생과 부딪쳐 부웅 날아가 버린 선생도 있었다. 그 선생은 쉬는 시간에는 복도를 걷지 않는다. 선생과 부딪쳐 골절상을 입은 학생도 있다.
19.얼굴 흉터
내 얼굴에는 흉터가 있다. 내가 이등병일 때 생긴 흉터다. 국가가 내 흉터를 지워줘야 한다.
내가 GOP 철책에서 보초를 설 때이다. 잠을 자다가 깨서 후반야 보초를 서러 가려고 교통호를 통해서 초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교통호를 지탱하는 철항(U자형 쇠말뚝)에 얼굴을 찧었다. 나는 순간 정신을 잃었고 왼쪽 눈밑이 철항에 부딪쳐 찢어졌고 피가 철철 흘렀다. 나는 왼쪽 눈이 철항에 찔려서 실명을 한 줄 알았다. 다행이 눈을 떠보니 앞이 보였다. 위생병이 달려오고 소초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대 생물과 출신 위생병이 눈 밑 상처를 꿰맸다. 마취도 하지 않고 열한 바늘을 꿰맸다. 나는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1982년 봄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내 얼굴의 흉터는 세월이 흘러서 희미해졌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때의 아찔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20.핀셋과 배추벌레
아침에 단오반텃밭에서
배춧잎 위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발견하고서는
집에서 가져온 핀셋으로 녀석을
집어서 흙바닥에 던지고 나서
신발로 짓뭉개버렸다.
오늘 아침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졌다.
21.찌부까다
며칠 전 초등학교동창회에 가서 물어보았다. 찌부까다를 아느냐고. 전국에서 모인 동창생들 모두 알고 있었다. 찌부까다는 꼬집다의 담양 사투리다.
나는 추월산자락에 살다가 읍내로 전학을 갔다. 어떤 여학생이 꼬집길래 "너 왜 꼬집냐?"고 했더니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쟤는 찌부까다도 모른다“고 하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추월산자락에서 표준어가 무엇인지를 생각했었다.
22.왜 나만 갖고 그래요!
무언가 잘못을 지적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나"만 그런게 아닌데 왜 "나"만 지적하느냐는 항변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나"만 재수가 없다는 얘기다. 많은 학생들이 교사의 눈을 속이며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어쩌다가 학교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나"만 알고 "너"나 "우리"는 모르는 아이들이 주류인 학교풍경이다.
23.지금은 잊혀진
구라파-유럽
와사등-가스등
정말-덴마크
화란-네덜란드
토이기-터키
이태리-이탈리아
서반아-스페인
포두아-포르투칼
덕국,독일-도이칠란드
법국,불란서-프랑스
영국-잉글랜드
애란-아일랜드
나성-로스앤젤레스
화성돈-워싱턴
서서-스위스
서전-스웨덴
오지리-오스트리아
24.부여 정림사지
사비성이 함락되고 불타버린 잿더미에
정림사 오층석탑만 남았다.
치욕의 세월을 견디며 서 있는
저 오층석탑에는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했다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네.
하늘은 푸르디푸르기만 한데
망국의 서울 사비성은 오늘도
슬픔에 젖어 있는 듯
부여의자를 부르고 있다.
25.낙화암에 올라
부소산성을 오르다가 살짝 내려가
천사백년 백제의 한 서린 낙화암
망국의 궁인들 쫓기다 몸을 던진
작은 바위
난간을 붙잡고 그 바위 위에 서서
그날 여인들의 눈빛을 떠올린다.
당나라 소정방 군대가 사비성을 짓밟을 때
터져나오는 울음 제대로 울지도 못 했으리라.
단풍이 붉게 물든 부소산성 낙화암에서
백마강 푸른 물에 꽃잎처럼 뚝뚝 떨어지던
백제여인들의 절규를 듣는다.
26.줄탁동시*(10.22)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함께 살 수 있다면
나는 너를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네.
네가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한동안 우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파란 가을하늘처럼 웃을 수 있겠네.
네가 오지 않아도
나는 네가 온 것처럼 생각하려네.
*시교육청 2층 상황실 앞 대회의실에 걸려 있는 "줄탁동시" 액자다.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전에 대기하면서 보았다.
27.수업자료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첨단고 산수유 열매는
계절에 어울리는 수업자료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산수유 열매를 나눠주고
맛을 보라고 하면
매우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씨까지 우두둑 씹다가는
정신없이 내뱉으며 세면대로
달려가서 입을 헹구는 학생
오만상을 쓰면서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데
겉만 보고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학생
신맛 쓴맛 떫은맛 단맛을 즐기며
미소 짓는 학생
산수유 열매는
멋진 수업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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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11월 토론작품]:출발 외 26편

작성자:단오작성시간:2018.11.23 조회수:2
댓글0
 출발(금시-등촌-2018-11).hwp
1.출발
김성중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행성이 잘 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그대와 어깨를 곁고 걸어간다는 것은
인생이 살 만하다는 것.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아무런 미련도 두지 않고
겨울나무가 이파리를 떨구듯
나는 이제 한 구비를 돌아서 간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
앞으로 걸어갈 길만 걱정할 뿐
길을 걸으며 만날 벗들이 궁금할 뿐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2.자유
내가 떠나도
살구꽃, 벚꽃, 산수유꽃은
피고 지고
살구가 열리고
버찌가 열리고
산수유가 열리고
살구가 익고
버찌가 익고
산수유가 익고
그리고
살구나무에 살구잼이 열리고
벚나무에 버찌젤리가 열리고
산수유나무에 산수유차가 열리고
내가 떠나도
산수유나무는 살구나무는 벚나무는
멋지게 살아갈 것이고
3.찔레나무 작전
강쟁리에서 네 번째 찔레나무 제거 작전을 펼쳤다. 몇 년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찔레나무가 마당을 점령하고 덤불을 이루었다.
찔레나무 가시는 강하다. 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끼고 찔레나무를 잘라내는데 계속 내 손을 가시가 찌른다. 하지만 나도 독하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새들의 천국이었을 찔레덤불을 제거하게 되어 새들에게 살짝 미안하다. 그동안 찔레덤불을 보면서 혀를 찼을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면목이 서겠다.
4.시를 쓰기 위한 메모
.종로 고시원 불
.양구 전방 초소(GP) 총상 일병 후송중 사망
.삼바 분식회계-삼성바이오로직스
.찔레덤불
.쥐똥나무-새들이 싼 똥
.파라칸사-빨간 열매가 매혹적이다.
.남천:이파리가 물드는 상록수, 붉게 익은 열매가 아름다운 나무. 조경수로 심는다. 울타리로 심어도 좋다. 열매를 말려서 달여 먹으면 감기 예방에 좋다고 한다. 나무는 알면 알수록 매력이 있다.
.느릅나무: 관방제림 끄트머리에서 만나다. 숱한 열매를 달고서 당당하게 서 있다. 약으로 쓰려고 껍질을 벗기고, 뿌리를 뽑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나무. 전대사대부고 뒤에도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광주지하철 2호선:달랑 2칸 달고 달리는 지하철, 적자가 눈에 뻔한데도 추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얀 코끼리가 아닌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사람이 1일 몇 명인가?
5.산수유까기
산수유열매에서 씨를 빼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산수유열매를 일주일 정도 꾸들꾸들하게 말린 다음에 열매를 손바닥에서 살짝 돌린 뒤에 꼭지를 살짝 딴 뒤에 반대쪽 꼭지를 누르면 신기하게도 씨가 쑥 빠져 나온다.
산수유열매를 2-3일 말려서 꼭지를 살짝 따고 반대쪽 꼭지를 눌러도 씨가 쉽게 빠져 나온다. 산수유껍질이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마르면 산수유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겠지만 말이다.
산수유나무 한 그루에서 수확하는 산수유 열매가 몇 개나 될까?
파리똥나무 열매보다 작은 산수유열매 씨를 빼려면 인내의 화신이 되어야 한다.
6.일곡 파초의 안부
일곡배수지 가는 길 자미원 식당 건너편에서 일곡동의 명물 파초가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겨울에 파초의 줄기는 얼어버린다. 구근은 추운 겨울을 지내고 따뜻한 봄에 새순을 밀어올린다. 온실이나 실내라면 겨울에도 푸르른 파초를 볼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이게 일곡 파초의 운명이다.
예전에 전남사대부고의 얼어버린 파초를 보면서 울먹이는 시를 썼는데 어느 시인으로터 감정의 과잉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스러지는 자연을 보면서 겸허해질 일이다.
7.화살나무 열매
고서벌 곧서농원 쥔장이
일곡동으로 화살을 쏘았는데
쏜살 같이 빨간 화살촉이 도착했다.
나는 누구를 겨냥해서
화살을 날릴까.
빨간 화살나무열매가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곧서:考ㄷ書
8.왜요?
네 자리로 돌아가라
왜요?
네 자리가 어디냐?
요-기요.
손가락으로 교실 바닥을 가리킨다.
어디?
요-기.
바로 뒤에 학생이 앉아 있다.
1학기말 시험이 끝난 다음날
자습 안 하냐는 학생들
수업을 진행하려는 교사
학생들은 짜증이 나 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네 자리가 어디?
-저-기요.(맨 뒤)
네 자리로 돌아가라.
-왜요?
한숨만 쉬는 선생
9.나목
이파리를 떨군
교정의 나무들이
홀가분하다.
수능시험장 준비로 분주한
교사 안과는 다르게
나무들은 느긋하다.
어디선가 깍깍대는
까치의 울음소리도
한가롭다.
내 마음도
한없이 늘어졌다.
10.담세정
늦가을 비를 맞으며
담양 관방제림 아래
담세정이 나를 반긴다.
정자 앞 이파리를 다 떨궈버린
은행나무가 홀가분하다.
가을은 홀로움의 계절이다.
나를 직시하는 시간이다.
가을바람이 내 영혼을 맑힌다.
11.산수유
이른 봄에 노란 꽃망울 좁쌀만 하더니
따스한 봄볕 받아 노란 병아리로 깨어나
온 세상을 노랗게 물들인다.
노오란 꽃이 절정에 이를 때
파릇한 이파리 빼꼼 고개를 내민다.
벌과 나비들의 바지런한 날갯짓 뒤에
눈꼽 만한 열매가 맺혀서
여름날 폭풍우를 견디며
무더위 폭염을 양분 삼아
매미 울음소리를 응원가로 들으며
무던히도 열매를 키웠다.
산수유,
시월이 가는 게 아쉬워서
잘 익은 고추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12.종로, 재림예수
종로5가에서 용산역까지 걸었다.
광장시장, 세운상가를 지나
종묘에 들러서 왕들의 위엄을 보았다.
종묘 근처에서 짜장면을 먹고서
탑골 공원에 들렀다가
국보2호 원각사지 10층석탑을 구경했다.
차없는 종로거리를 걸어서
교보문고에 들렀지.
덕수궁 대한문에서 가을비를 맞기도 했다.
서울시청 부근에서 "재림예수를 믿으라"는 광신도들을 만났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서 가는 곳이라고 한다.
피켓 속 재림예수를 보니 한국인이다.
13.징계혐의자로 살아가기
혐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징계혐의자는 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의심되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람.
학교에서 사실확인서를 쓰고
감사관실에서 조사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최후진술을 하였다.
나와 같은 불행한 교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이 사건을 잘 정리하여 학교에 사례로 전파하기 바란다.
점수로만 남은 학교를 바꾸어야 한다.
나는 징계혐의자로
두 달을 살아왔다.
14.교무실 산수유
운동장가에서 따온
산수유가 교무실 창가에서
재미진 표정으로 마르고 있다.
교무실에 들르는 사람들은 눈동자가 커지고
산수유가 마르는 교무실은
산수유 향기로 가득하다.
1학년실 사람들이
항꾸네 씨를 빼서 말린
산수유차는 어떤 맛일까?
이 가을 교무실을
빨갛게 물들이며
항꾸네 씨를 뺀 산수유가
빠알갛게 마르고 있다.
15.남자 교직원 모임
오늘은 남자들이 만나는 날
학교에서 소수족으로 밀려난
남자들이 회포를 푸는 날
일이 바빠서 만날 짬도 못냈지
학교 앞 선술집이 그립기도 했지
퇴근길이 바빠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지
떡애기 키우느라 정신줄 놓았지
육아독박 무서운 말이 될 줄 몰랐지
오늘은 남자들이 만나는 날
지금껏 외로움 떨쳐내는 날
술잔을 부딪치면 도타운 정이 솟구치고
술김에 툭툭 부딪는 어깨가 정다웁고
오늘은 서로서로 에너지가 되는 날
16.고라니 새끼 한 마리
단오반텃밭에 물을 주고 있으니까 눈앞에 무엇인가가 잽싸게 지나간다. 가만히 보니까 고라니 새끼다. 족구를 하던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언덕으로 올라서자 고라니는 울타리 주변을 달리며 울타리를 넘어가려고 한다. 결국 울타리를 넘지 못 한 고라니는 급식실 쪽 울타리 쪽으로 달려간다. 조금 있으니까 다시 텃밭 쪽으로 달려 왔다가 다시 급식실 쪽으로 달려갔다. 고라니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나는 고라니 새끼가 남부대쪽으로 달아나기를 바라며 교무실로 올라 왔다.
교무실에서 고라니 얘기를 했더니 어떤 선생님이 행정실에 구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한다. 고라니가 교문을 거쳐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걱정이다. 도로 쪽으로 나간다면 자동차에 치이기 십상인데 말이다. 고라니가 무사히 숲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17.집주인 고양이
모처럼만에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더니 고양이가 마루에 떡하니 앉아서 주인이 방문객을 맞듯이 나를 쳐다본다. 대문이 열리도록 파리똥나무를 톱으로 베어내고 보았더니 그 위풍당당한 고양이가 어딘가로 사라졌다.
몇 년 동안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살았던 고양이에게 나는 침입자가 분명하다. 나는 쥐똥나무 가지를 잘라내고 찔레나무를 베어내고 담쟁이 넝쿨을 걷어내면서 대충 길을 텄다. 마당을 점령해버린 찔레나무와 쥐똥나무를 하나씩 베어내다 보면 텃밭을 일굴 날이 오리라.
뭐든 그대로 두면 자연이 돼버린다. 집주인 행세를 해온 고양이에게 괜히 미안해진다.
18.우측통행
조례에 가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급하게 올라오는 학생들이 많았다. 나는 계단 난간쪽으로 우측통행을 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있는데 올라오던 어떤 남학생이 내 발을 밟았다. 그 학생은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이름을 알지만)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똑바로 걸어라"고 말하고서는 교실로 급히 걸어갔다.
우측통행은 중요한 규칙이다. 복도에서 학생과 부딪쳐 부웅 날아가 버린 선생도 있었다. 그 선생은 쉬는 시간에는 복도를 걷지 않는다. 선생과 부딪쳐 골절상을 입은 학생도 있다.
19.얼굴 흉터
내 얼굴에는 흉터가 있다. 내가 이등병일 때 생긴 흉터다. 국가가 내 흉터를 지워줘야 한다.
내가 GOP 철책에서 보초를 설 때이다. 잠을 자다가 깨서 후반야 보초를 서러 가려고 교통호를 통해서 초소로 이동하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교통호를 지탱하는 철항(U자형 쇠말뚝)에 얼굴을 찧었다. 나는 순간 정신을 잃었고 왼쪽 눈밑이 철항에 부딪쳐 찢어졌고 피가 철철 흘렀다. 나는 왼쪽 눈이 철항에 찔려서 실명을 한 줄 알았다. 다행이 눈을 떠보니 앞이 보였다. 위생병이 달려오고 소초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대 생물과 출신 위생병이 눈 밑 상처를 꿰맸다. 마취도 하지 않고 열한 바늘을 꿰맸다. 나는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1982년 봄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내 얼굴의 흉터는 세월이 흘러서 희미해졌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그 때의 아찔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20.핀셋과 배추벌레
아침에 단오반텃밭에서
배춧잎 위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발견하고서는
집에서 가져온 핀셋으로 녀석을
집어서 흙바닥에 던지고 나서
신발로 짓뭉개버렸다.
오늘 아침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졌다.
21.찌부까다
며칠 전 초등학교동창회에 가서 물어보았다. 찌부까다를 아느냐고. 전국에서 모인 동창생들 모두 알고 있었다. 찌부까다는 꼬집다의 담양 사투리다.
나는 추월산자락에 살다가 읍내로 전학을 갔다. 어떤 여학생이 꼬집길래 "너 왜 꼬집냐?"고 했더니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쟤는 찌부까다도 모른다“고 하면서.
나는 어려서부터 추월산자락에서 표준어가 무엇인지를 생각했었다.
22.왜 나만 갖고 그래요!
무언가 잘못을 지적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나"만 그런게 아닌데 왜 "나"만 지적하느냐는 항변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나"만 재수가 없다는 얘기다. 많은 학생들이 교사의 눈을 속이며 규칙을 어기고 있다는 얘기다. 어쩌다가 학교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나"만 알고 "너"나 "우리"는 모르는 아이들이 주류인 학교풍경이다.
23.지금은 잊혀진
구라파-유럽
와사등-가스등
정말-덴마크
화란-네덜란드
토이기-터키
이태리-이탈리아
서반아-스페인
포두아-포르투칼
덕국,독일-도이칠란드
법국,불란서-프랑스
영국-잉글랜드
애란-아일랜드
나성-로스앤젤레스
화성돈-워싱턴
서서-스위스
서전-스웨덴
오지리-오스트리아
24.부여 정림사지
사비성이 함락되고 불타버린 잿더미에
정림사 오층석탑만 남았다.
치욕의 세월을 견디며 서 있는
저 오층석탑에는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했다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네.
하늘은 푸르디푸르기만 한데
망국의 서울 사비성은 오늘도
슬픔에 젖어 있는 듯
부여의자를 부르고 있다.
25.낙화암에 올라
부소산성을 오르다가 살짝 내려가
천사백년 백제의 한 서린 낙화암
망국의 궁인들 쫓기다 몸을 던진
작은 바위
난간을 붙잡고 그 바위 위에 서서
그날 여인들의 눈빛을 떠올린다.
당나라 소정방 군대가 사비성을 짓밟을 때
터져나오는 울음 제대로 울지도 못 했으리라.
단풍이 붉게 물든 부소산성 낙화암에서
백마강 푸른 물에 꽃잎처럼 뚝뚝 떨어지던
백제여인들의 절규를 듣는다.
26.줄탁동시*(10.22)
너와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함께 살 수 있다면
나는 너를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네.
네가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한동안 우울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파란 가을하늘처럼 웃을 수 있겠네.
네가 오지 않아도
나는 네가 온 것처럼 생각하려네.
*시교육청 2층 상황실 앞 대회의실에 걸려 있는 "줄탁동시" 액자다.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기 전에 대기하면서 보았다.
27.수업자료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
첨단고 산수유 열매는
계절에 어울리는 수업자료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산수유 열매를 나눠주고
맛을 보라고 하면
매우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씨까지 우두둑 씹다가는
정신없이 내뱉으며 세면대로
달려가서 입을 헹구는 학생
오만상을 쓰면서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는데
겉만 보고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학생
신맛 쓴맛 떫은맛 단맛을 즐기며
미소 짓는 학생
산수유 열매는
멋진 수업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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