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김성중
너는 포효한다.
두견새보다 서럽게
핏빛 울은을 토해낸다.
너는 없었어야 할 저주의 고향
설움만이 진하게 묻어나고
통곡만이 유일한 언어일 뿐.
외세와 결탁한 더러운 깃발이
무진벌을 뒤덮을 때
너는 목이 잘렸다.
황토벌에
강물되어 붉은 피가
하늘을 물어 뜯었다,원통하게
너는 설움의 고향
내미는 손마다 시퍼런 비수가 들려있고
내뱉는 말에는 가시가 돋혔다.
너는 살아 있다.
밟으면 더 거세게 일어나고
죽음보다 더 커다란 절망이 몰려와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온 몸으로 거부한다.
왕건의 훈요십조를
참을 만큼 참아 봤고
귀양 오는 서러운 사람을
배불리 먹여 줬다.
갑오년 농민들은
괭이를 들고 일어 섰다.
어둠의 세월을
횃불로 밝혀 들고
서울을 쳐올렸다.
수십억의 원혼들이
이승을 못떠나고
한풀이를 해줄랴도
해저같은 깊이를 어쩔 수 없었다.
너는 내일을 안다.
한 번도 펴 보지 못한
곱사등을 고칠 날이
서러움을 털어내고
천 년 한을 씻어낼 그 날이
틀림없이 온다는 것을.
양심선언
김성중
요즘 신문엔
예전에 보지 못하던 이상한 말이 보인다.
얼마나 불량한 사람들이 많기에
그렇게 선언까지 해야 할까
내가 보기엔
모두 다 착한 사람들 뿐인데
속이 시커먼 사람이 있다는 말일까
자꾸 이해하려고 돌대가리를 굴려보지만
빙빙 어지럽기만 하다.
사랑타령
김성중
어화둥둥 내 사랑아,
내 마음 가득 그대가 자리하고
난 마냥 행복하네.
그대는 모습이 보이진 않아도
나는 그대를 볼 수 있네.
그대는 황홀한 향기로 내게 다가와
나를 살아 있게 하네.
그대는 바람
나를 가볍게 흔들고
나는 그대의 눈부신 손을 잡네.
그대의 뜨거운 숨결이
나의 가슴을 파고들 때
나는 그대를 꼬옥 안네.
전화
김성중
그리운 사람에게
보고픈 사람에게
사랑이 담긴 목소리를
전하고 싶을 때
그때는 전화를 걸자.
손가락에 걸리는 다이얼이 부드럽고
귀가를 스치는 수화기가 따사롭다.
뚜우우 뚜우우
그리움이 왈칵 밀려 오고
뚜우우 뚜우우
반가움이 앞선다.
그대의 아름다운 목소리
미주알고주알 있었던 얘길 하다가
미치도록 보고 싶다고 하다가
세상이 왼통 뒤죽박죽이라고
말소리를 높였다가
소곤소곤거리다가
자꾸 동전은 줄어가고
잘 있어요
한 마디를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