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06. 9. 9. 12:54
전라도
김성중
너는 포효한다.
두견새보다 서럽게
핏빛 울은을 토해낸다.
너는 없었어야 할 저주의 고향
설움만이 진하게 묻어나고
통곡만이 유일한 언어일 뿐.
외세와 결탁한 더러운 깃발이
무진벌을 뒤덮을 때
너는 목이 잘렸다.
황토벌에
강물되어 붉은 피가
하늘을 물어 뜯었다,원통하게
너는 설움의 고향
내미는 손마다 시퍼런 비수가 들려있고
내뱉는 말에는 가시가 돋혔다.
너는 살아 있다.
밟으면 더 거세게 일어나고
죽음보다 더 커다란 절망이 몰려와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온 몸으로 거부한다.
왕건의 훈요십조를
참을 만큼 참아 봤고
귀양 오는 서러운 사람을
배불리 먹여 줬다.
갑오년 농민들은
괭이를 들고 일어 섰다.
어둠의 세월을
횃불로 밝혀 들고
서울을 쳐올렸다.
수십억의 원혼들이
이승을 못떠나고
한풀이를 해줄랴도
해저같은 깊이를 어쩔 수 없었다.
너는 내일을 안다.
한 번도 펴 보지 못한
곱사등을 고칠 날이
서러움을 털어내고
천 년 한을 씻어낼 그 날이
틀림없이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