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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의 시
2006. 9. 9. 13:08
단풍기행
김성중
고개를 들면
노오란 웃음들이 퍼덕인다
의상 전시회를 열 듯이
쭈욱 늘어선 옷걸이엔
온통 옷들이 걸리고
구경꾼들은 휘둥그래진 눈을 하고서
거울을 들여다 본다.
하늘은 왼통 푸르름에 젖고
살랑대는 갈바람은
신나게 춤을 춘다.
애꿎은 가랑비가 처량하게 내리면
구경꾼들은 서둘러 돌아가고
혼자 남은 웃음만이 서럽다.
텅빈 무대 위에 어릿광대의 몸짓
추월산의 시
2006. 9. 9. 13:04
개구리사냥
김성중
개구리 뒷다리가 고소했다.
조무래기들은 삐비를 뽑다 심심하면
개구리를 잡아 구워 먹었다.
추월산의 시
2006. 9. 9. 13:02
큰 외삼춘
김성중
무장공비가 왔다는 그해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얼굴도 기억에 없는데
산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큰 외삼춘
공비가 목졸라 죽였다고 한다
그리운 큰 외삼춘
추월산의 시
2006. 9. 9. 13:01
산불
김성중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나와 동생은 무서워서
외갓집 감나무 뒤에 숨고
할아버진 대나무 밭에
똥물을 뿌리고
외갓집 대나무 밭에 불길이 솟고
신영균이라는 배우가 마을 앞 냇물로
불이 붙은 채 뛰어들던
영화를 찍던 그때
빨치산의 아이로 출연했던
그 아이는 지금 무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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