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풍경
김성중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가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교과서와 공책들이
아이들의 일상을 대변한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온전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 공책과 교과서에는
아이들의 피곤함이 묻어 있다.
날마다 교과서와 씨름하며 대학시험을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의 푸념이 들어 있다.
국어가 ‘북어’나 ‘굶어’가 되기도 하고
도덕이 ‘똥떡’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온갖 낙서를 하거나
볼펜으로 새까맣게 칠하거나
칼로 상처를 내기도 한다.
교과서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점수 앞에서 진리는 서리 맞은 풀잎이기 일쑤다.
1점이라도 더 올려야 하는 부담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전인적 인성을 말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다.
텅 빈 교실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버린 휴지가 폐허처럼 어지럽다.
연필을 깎고 나서 훅 불어버리고,
코를 푼 종이는 의자 밑으로 밀어버리고
문제를 풀어본 연습장은 책상 뒤로 날려 보낸다.
신발장에 못 넣어둔 값비싼 신발이 의자 밑에서 졸고 있고,
미처 가라앉지 못한 먼지들이
아이들이 얼마나 나댔는지를 알려준다.
교실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일들을 하는 곳이다.
교실은 밤 10시가 되어야 명상에 잠긴다.
낮에 시달린 몸을 추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