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06. 9. 21. 10:30

겨울나무

김성중

비 개인 뒤 매서운 바람

잎은 죄다 떨어지고

너는 홀가분하다



잎을 떨쳐 버렸으니

이제 광합성은 걱정 없으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가지 사이로

흘려보내면 그만인 것을



바람이 불면 너는

허리를 곧추 세운다

바람을 맞아 싸우려는 게 아니다



옷을 다 벗어버리고도

당당하게 바람을 맞는다



벌거벗은 너를 본다

너는 해마다 옷을 벗으며

나이테를 더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한겨울에 겨우 숨만 쉬면서

뜨거운 불을 안고서

겨울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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