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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9.19 :: 대학교수가 되고 나니 / 채수영
- 2006.09.19 :: 태풍 지나가고 / 조향미
- 2006.09.19 :: 새내기
- 2006.09.19 :: 교실에서 / 김성중
함께 읽는 시
2006. 9. 19. 21:49
대학교수가 되고 나니
-대학.5
채수영
내가 꼴찌로 대학교수가 되고 나니 지금까지 쓰고 쓰고의 팔 아픈 노릇에 무의미를 환히 알게 되었다. 해답으로 알아야 하는 이치를 굳이 외면한, 정답의 반대를 붙잡았더면 고생고생의 파도를 쉽게 잠재울 수 있었을 우둔을 한으로 심고 돌아온 나의 몫은 가도가도 넓기만 했었으니, 소망은 소망이 아닌 비웃음으로 저만치 거리를 만들면서 재촉하는 진리에의 발걸음은 여전 어둠으로 가는 길을 묻고 있었다. 세상에 높이가 높이가 아니고 깊이가 깊이가 아닌 변명에 길들어진 목청으로 사는 연습을 땀흘려 해야 할 일. 차라리 골라골라의 목청이 흥겹다는 것을 안 것은 연구실에 앉았던 첫 날의 허무였다.
[채수영 시전집 2권]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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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시
2006. 9. 19. 21:46
태풍 지나가고
조향미
다시 태어난 산천
하이얀 햇살에선 뽀득뽀득
새로 씻은 고무신 소리가 난다
하늘은 푸른 징처럼 혼자서도 쟁쟁거린다
대낮에도 커튼 내리고 형광등 켜고
알 속에 갇힌 듯 웅크려 있던 아이들도
방금 껍질 깨고 나온 애벌레처럼
첫 법문들은 동승처럼 화안한 얼굴이다
얘들아 책을 덮어라
온 천지 구구절절 눈부신 경전인데
종이책 하찮은 주석이나 듣고 있을까보냐
햇살 범벅 바람 범벅 흙내음 꽃향기 범벅인
저 앞산 언덕에서 뒹굴뒹굴 굴러보자
오늘을 위하여 어젯밤 그 폭풍우 몸서리치고
툭툭 소나무 가지는 부러지지 않았느냐
벚나무는 뿌리째 넘어지지 않았느냐
이 터질 듯한 향유(享有)가 없다면
상처와 죽음이 어이 있으랴
오늘 이 천지의 축복을 맞지 않으면
불경이다 신성모독이다
아이들아 너희 투명한 살과 혼을 열어라
저기 저, 벌써!
나비 되어 승천하려는 애벌레들도 보인다
조향미
다시 태어난 산천
하이얀 햇살에선 뽀득뽀득
새로 씻은 고무신 소리가 난다
하늘은 푸른 징처럼 혼자서도 쟁쟁거린다
대낮에도 커튼 내리고 형광등 켜고
알 속에 갇힌 듯 웅크려 있던 아이들도
방금 껍질 깨고 나온 애벌레처럼
첫 법문들은 동승처럼 화안한 얼굴이다
얘들아 책을 덮어라
온 천지 구구절절 눈부신 경전인데
종이책 하찮은 주석이나 듣고 있을까보냐
햇살 범벅 바람 범벅 흙내음 꽃향기 범벅인
저 앞산 언덕에서 뒹굴뒹굴 굴러보자
오늘을 위하여 어젯밤 그 폭풍우 몸서리치고
툭툭 소나무 가지는 부러지지 않았느냐
벚나무는 뿌리째 넘어지지 않았느냐
이 터질 듯한 향유(享有)가 없다면
상처와 죽음이 어이 있으랴
오늘 이 천지의 축복을 맞지 않으면
불경이다 신성모독이다
아이들아 너희 투명한 살과 혼을 열어라
저기 저, 벌써!
나비 되어 승천하려는 애벌레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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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의 시
2006. 9. 19. 21:43
새내기
김성중
새내기야, 기대가 크고나
눈망울은 맑은 호수를 닮아
꿈이 담겨 있고나
보인다, 희망찬 내일이
새내기의 당당함은
완당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풍경사진으로 세상보기
2006. 9. 19. 12:40
교실에서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가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교과서와 공책들이 아이들의 일상을 대변한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온전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 공책과 교과서에는 아이들의 피곤함이 묻어 있다. 날마다 교과서와 씨름하며 대학시험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의 푸념이 들어 있다. 국어교과서가 ‘북어’나 ‘굶어’가 되기도 하고 윤리 책이 ‘윤락’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온갖 낙서를 하거나 볼펜으로 새까맣게 칠하거나 칼로 상처를 내기도 한다. 교과서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나 점수 앞에서 진리는 서리 맞은 풀잎이기 일쑤다. 1점이라도 더 올려야 하는 부담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전인적 인성을 말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다.
텅 빈 교실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버린 휴지가 폐허처럼 어지럽다. 연필을 깎고 나서 훅 불어버리고, 코를 푼 종이는 의자 밑으로 밀어버리고 문제를 풀어본 연습장을 책상 뒤로 날 려 보낸다. 신발장에 못 넣어둔 값비싼 신발이 의자 밑에서 졸고 있고, 미처 가라앉지 못한 먼지들이 아이들이 얼마나 나댔는지를 알려준다.
교실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온갖 일들을 하는 곳이다. 아침에는 방송수업, 1교시부터 7교시까지는 정규수업, 8교시 보충수업, 9교시 선택수업, 10교시부터 11교시까지는 자율학습. 교실은 밤 10시가 되어야 명상에 잠길 수 있다. 낮에 시달린 몸을 추스르고 내일을 준비한다.
절망에 서 보지 않은 자는 진정 삶을 모르리라. 절망한 적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무엇인가에 절망하는 삶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삶. 절정에 서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말할 수 없다. 삶의 절정은 어디쯤일까? 절정으로 치닫는 삶을 위한 눈시린 노래를 들어보리. 적당히 서늘한 요즘 새록새록 삶의 무늬를 어루만져 보아요. 별/11/21/월/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가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교과서와 공책들이 아이들의 일상을 대변한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온전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 공책과 교과서에는 아이들의 피곤함이 묻어 있다. 날마다 교과서와 씨름하며 대학시험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의 푸념이 들어 있다. 국어교과서가 ‘북어’나 ‘굶어’가 되기도 하고 윤리 책이 ‘윤락’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온갖 낙서를 하거나 볼펜으로 새까맣게 칠하거나 칼로 상처를 내기도 한다. 교과서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나 점수 앞에서 진리는 서리 맞은 풀잎이기 일쑤다. 1점이라도 더 올려야 하는 부담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전인적 인성을 말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다.
텅 빈 교실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버린 휴지가 폐허처럼 어지럽다. 연필을 깎고 나서 훅 불어버리고, 코를 푼 종이는 의자 밑으로 밀어버리고 문제를 풀어본 연습장을 책상 뒤로 날 려 보낸다. 신발장에 못 넣어둔 값비싼 신발이 의자 밑에서 졸고 있고, 미처 가라앉지 못한 먼지들이 아이들이 얼마나 나댔는지를 알려준다.
교실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온갖 일들을 하는 곳이다. 아침에는 방송수업, 1교시부터 7교시까지는 정규수업, 8교시 보충수업, 9교시 선택수업, 10교시부터 11교시까지는 자율학습. 교실은 밤 10시가 되어야 명상에 잠길 수 있다. 낮에 시달린 몸을 추스르고 내일을 준비한다.
절망에 서 보지 않은 자는 진정 삶을 모르리라. 절망한 적이 없는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가? 무엇인가에 절망하는 삶은 무언가를 갈망하는 삶. 절정에 서보지 않고서는 인생을 말할 수 없다. 삶의 절정은 어디쯤일까? 절정으로 치닫는 삶을 위한 눈시린 노래를 들어보리. 적당히 서늘한 요즘 새록새록 삶의 무늬를 어루만져 보아요. 별/11/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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