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6. 9. 19. 21:49
대학교수가 되고 나니
-대학.5
채수영
내가 꼴찌로 대학교수가 되고 나니 지금까지 쓰고 쓰고의 팔 아픈 노릇에 무의미를 환히 알게 되었다. 해답으로 알아야 하는 이치를 굳이 외면한, 정답의 반대를 붙잡았더면 고생고생의 파도를 쉽게 잠재울 수 있었을 우둔을 한으로 심고 돌아온 나의 몫은 가도가도 넓기만 했었으니, 소망은 소망이 아닌 비웃음으로 저만치 거리를 만들면서 재촉하는 진리에의 발걸음은 여전 어둠으로 가는 길을 묻고 있었다. 세상에 높이가 높이가 아니고 깊이가 깊이가 아닌 변명에 길들어진 목청으로 사는 연습을 땀흘려 해야 할 일. 차라리 골라골라의 목청이 흥겹다는 것을 안 것은 연구실에 앉았던 첫 날의 허무였다.
[채수영 시전집 2권]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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