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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1 :: 엘지 서비스센터
  2. 2017.08.01 :: 녹나무
  3. 2010.01.21 :: 우리는 왜 셰익스피어만 알고 다산은 모르는가
  4. 2008.12.29 :: 토요일 유감 / 김성중 2
멀리 보기 2017. 8. 1. 12:07
엘지 서비스센터

말바우 시장 건너편에 있는  엘지 서비스센터에 와 있다. 집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수리를 하러 왔다. 핸드폰,PC,가전을 수리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물건을 살 때는 이 물건이 고장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쓰다보면 물건은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물론 조작을 잘못해서 고장이 나는 경우도 있고, 조작할 줄 몰라서 고장이 난 것이라고 생각해서 서비스센터에 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물건도 고장이 나고, 사람도 고장이 나고, 사회도 고장이 나고, 세계도 고장이 나고, 고장이 나고...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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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기 2017. 8. 1. 12:04
녹나무

장맛철인데 녹나무가 새잎을 내밀고 있다. 가지 끝에서 새 가지와 새 잎이 나와서 나를 놀라게 한다. 작년에 나주 봉황에서 아내가 지인으로부터 얻어온 녹나무가 녹이 슬지 않고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 아이시비엠도 비원비도 사드도 무섭지 않나 보다. 녹나무는 물만 주면 좋아라 한다. 이 세상의 호전광들에게 부탁한다. 살려면은 평화를 사랑하라.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라.  녹나무는 평화주의자다. 나도 녹나무의 동지다.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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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기 2010. 1. 21. 13:33

우리는 왜 셰익스피어만 알고 다산은 모르는가

이시영



아무리 위대한 고전적 저작이라도 그것을 오늘에 되살려 널리 알리려는 지성스러운 후대의 노력 없이는 그냥 상자 속에 갇힌 보물일 뿐이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2-새벽녘 초당에서 온 편지』(문학수첩)는 열정적인 실천적 다산학 연구자에 의한 그야말로 쉽게 풀어쓴 다산학의 요체들로서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들만을 골라 뽑아 저자의 적절한 감상 내지 해설을 덧붙인 글 모음이다. 다산연구소의 이 메일에 의해 매주 2회씩 독자들에게 배달되기도 한 이 글들은 그 수신자가 33만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김우창 교수에 의해 “제가 대하는 글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글”로서 “우리 전통에서 중요한 학자의 생각을 우리 시대에 되살리는 데에 모범이 될 만한 글들”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듯이 옛 학자의 글이 흔히 갖기 마련인 고루함이나 명분주의, 협량한 도덕주의 등을 벗어나 오늘에도 유효한 다산의 가르침들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가령 「공물(公物)을 사물(私物)처럼 아껴야」(36-37면) 같은 글에서 저자는 연말이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예산을 털어버리기 위해 멀쩡하던 인도(人道)가 파헤져지며 새로운 포도가 깔리는 기이한 오늘의 풍경을 보면서 다산의 『목민심서』중 다음과 같은 ‘절용(節用)’ 조항을 인용하여 구청이나 시청의 예산집행관이 취해야 할 도리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자신의 재산인 사용(私用)을 절약하는 것은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공공의 재산인 공고(公庫)에 대한 절약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물을 사물처럼 여길 수 있어야만 어진 목민관인 것이다.”


「고관들의 아름다운 퇴장」(60-61면)에서는 벼슬이란 시작한 날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두는 날이 있기 마련이라며 임지에 부임할 때 챙겨야 할 물건으로부터 해관(解官)되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의 태도며 뒷정리하는 짐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당부의 말을 역시 『목민심서』‘해관’ 조항을 인용하여 밝히고 있는데, 이는 오늘의 목민관인 시장, 군수에게도 유효한 가르침이다.


“맑은 선비가 원님을 마치고 돌아갈 때의 짐은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조촐하여 낡은 수레와 여윈 말뿐이지만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그런가 하면 「세상은 술을 권하는데!」(306-307면)라는 글에서는 “왜 글공부에는 그 아비의 버릇을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아비를 훨씬 넘어서는 거냐? 이거야말로 좋지 못한 소식이구나”라고 걱정하는 작은아들에게 보낸 편지(「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공개하면서 ‘꼰대’로서의 봉건적인 아버지상(像)을 슬쩍 비꼬기도 하면서 저자는 “사나이가 술을 통해 근심도 잊고 회포도 풀고 용기도 낼 수 있는 것인데, 입술만 적시고 말라는 당부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자신과 중형(仲兄)의 유배(流配)로 폐족이 되다시피한 집안의 두 아들에 대한 자상한 권고이기도 한 이 글에는 그럴수록 학문에 더욱 매진하라는 다산의 간곡한 뜻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다산은 경학자(經學者)이자 경세가(經世家)일 뿐만 아니라 시 2,500수를 남긴 뛰어난 시인이기도 한데 「애절양(哀絶陽)」같은 대표적인 사회비판시 외에도 다음과 같은 「장기농가(長農歌)」라는 서정시도 비록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경상도 장기 땅에서의 유배지 풍경 묘사이긴 하지만 그가 얼마나 따뜻하고 애잔한 마음의 소유자였던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갓 까놓은 병아리 어린아이 주먹 크기

연노랑 고운 털빛 참으로 사랑스러워

어린 딸 공밥 먹는다 말하는 자 누구더냐

마당가에 붙어 앉아 솔개를 쫓는다오


다음의 시 또한 어떤가?


얼굴 모습이야 내 아들 같건만

수염이 자라선지 딴 사람 같네

비록 아내 편지까지 가져왔지만

정말로 진짜인지 판별 못하네



유배생활 8년째인 1808년 4월 24일 둘째아들 학유(학포)가 어머니의 편지를 들고 찾아온 것을 맞아 그 감회를 적은 시인데 “수염이 길어 불분명하다는 표현”이 “애간장 녹이는 아버지의 아픔”으로 서린 작품으로 오늘 읽어도 그 애틋함이 절실하다.


철학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경학 관계 저술 232권을 비롯하여 경세학 분야로 분류되는 일표이서(一表二書)인 『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신서』등 500권이 넘는 다산의 저서 중에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산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경세론과 시의 핵을 짧은 글 속에 적절히 녹여낸 이 책은 ‘간추린 다산 어록’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면서도 친절한 다산학의 요약 해설서이다. 어려운 한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다산학을 오늘에 되살리겠다는 실천적 의지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소중한 노력의 소산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에서 학생, 그리고 회사원들에 이르기까지 책꽂이에 꽂아두고 하루에 한 편씩 옛 실천적 사상가의 깊은 뜻을 음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영국에는 16세기에 셰익스피어가 있었다면 그 200년 후인 조선후기에는 무너져내리는 그의 시대를 총체적으로 개혁하고자 한 위대한 실학자이자 경세가인 다산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셰익스피어만 알고 다산은 모르는가?


글쓴이 / 이시영

· 시인

·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 단국대 초빙교수

· 민족문학작가회의 부이사장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위원장

·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 저서 : <아르갈의 향기><바다 호수><은빛 호각> 등 다수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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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기 2008. 12. 29. 19:33

토요일 유감



나는 토요일이면 쉬고 싶다.

일주일 동안 삶에 지친 내 육신을 쉬고 싶다.

그런데 토요일에 나를 불러내는 일이 많다. 학회라든가 논문발표회라든가 국어교사모임 연수라든가 학교에서 떠나는 연수라든가 원격연수 출석평가라든가 결혼식에 가야한다든가 등등. 나는 웬만하면 토요일에는 쉬고 싶다. 그런데 가족 모임을 한다든가 모처럼 동기들이 모인다든가 아니면 바구리가 불러낸다.

인간은 누구나 쉬고 싶어 하는 존재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주말을 쉬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휴대폰 전원을 꺼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삶이 인간을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어쩌랴.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다보면 평일에는 시간을 내지 못하고 토요일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친구도 있으니, 토요일에 시간을 못 낸다고 할 수도 없고 말야. 이래서 인간은 혼자서 살려면 철저하게 잠수함을 타버려야 하는 것이다. 어정쩡하게 있다가는 욕만 허벌나게 먹는 법이다. 강심장을 갖지 않은 놈이라면 엄청난 파워로 밀려오는 그 욕지거리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토요일에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 별것이라고, 괜히 잘난 체하면서 똥폼을 잡아도 거기서 거기고, 잘난 몸이나 못 난 놈이나 깨벗으면 다 똑같은 법이다. 그래서 두루뭉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결혼식장에 안 가고 싶지만, 이러저러한 인간관계를 생각하는 순간 안 가고는 안 되는 일이 되어버린다.

바구리 모임도 그렇다. 모임에 안 나가고 나가고는 나의 의지다. 다시 말하면 꼴리는 대로 하는 것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구리가 마음에 들지 않고 친구들이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나가면 되는 것이다.

토요일 유감이라고 제목을 단 이 글이 벗들의 비위를 거슬렀으면 좋겠다.


2008.12.29(월) 19:27

일곡재에서

김성중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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