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기 2008. 12. 29. 19:33

토요일 유감



나는 토요일이면 쉬고 싶다.

일주일 동안 삶에 지친 내 육신을 쉬고 싶다.

그런데 토요일에 나를 불러내는 일이 많다. 학회라든가 논문발표회라든가 국어교사모임 연수라든가 학교에서 떠나는 연수라든가 원격연수 출석평가라든가 결혼식에 가야한다든가 등등. 나는 웬만하면 토요일에는 쉬고 싶다. 그런데 가족 모임을 한다든가 모처럼 동기들이 모인다든가 아니면 바구리가 불러낸다.

인간은 누구나 쉬고 싶어 하는 존재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주말을 쉬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휴대폰 전원을 꺼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삶이 인간을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어쩌랴. 생활전선에서 열심히 뛰다보면 평일에는 시간을 내지 못하고 토요일에만 시간을 낼 수 있는 친구도 있으니, 토요일에 시간을 못 낸다고 할 수도 없고 말야. 이래서 인간은 혼자서 살려면 철저하게 잠수함을 타버려야 하는 것이다. 어정쩡하게 있다가는 욕만 허벌나게 먹는 법이다. 강심장을 갖지 않은 놈이라면 엄청난 파워로 밀려오는 그 욕지거리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토요일에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 별것이라고, 괜히 잘난 체하면서 똥폼을 잡아도 거기서 거기고, 잘난 몸이나 못 난 놈이나 깨벗으면 다 똑같은 법이다. 그래서 두루뭉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결혼식장에 안 가고 싶지만, 이러저러한 인간관계를 생각하는 순간 안 가고는 안 되는 일이 되어버린다.

바구리 모임도 그렇다. 모임에 안 나가고 나가고는 나의 의지다. 다시 말하면 꼴리는 대로 하는 것이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구리가 마음에 들지 않고 친구들이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나가면 되는 것이다.

토요일 유감이라고 제목을 단 이 글이 벗들의 비위를 거슬렀으면 좋겠다.


2008.12.29(월) 19:27

일곡재에서

김성중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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