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22.10.08 :: 새벽 가래
  2. 2012.06.18 :: 풍천장어는 비싸다
  3. 2011.11.25 :: 발정이 난 어린 수컷들의 발광을 보았다
  4. 2011.11.08 :: 심성수련회 유감
추월산의 노변정담 2022. 10. 8. 14:03

*새벽 가래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강신보로 달려갔습니다. 눈 앞에 그득하게 널려 있을 가래를 생각하면서. 그러나 눈에 띄는 가래는 몇 개. 휴대폰 손전등을 비추며 찾아도 몇 개. 집으로 돌아와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연장통 장을 조금 읽다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7시 30분에 일어나서 까만 봉지에 담긴 가래를 꺼내어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빡빡 문질러 깨끗이 씻고나서 세어보았더니 15개입니다.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가래나무가 내게 준 선물입니다.

강신보 가래나무를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알게 모르게 가래를 주워가는 사람들입니다. 가래를 시장에 내다팔려고 가래를 줍지는 않을 겁니다. 호두처럼 알멩이가 풍성하지도 않아서 깨서 먹으려고 줍는 것도 아닐 겁니다.

아마도 가래가 좋아서 줍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에 떨어진 가래를 그냥 두면 자동차 바퀴가 으깨어버립니다. 박살나버린 가래를 보는 마음이 아픕니다. 가래가 땅에 떨어져서 운이 좋으면 싹이 터서 가래나무가 될 겁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가래는 썩거나 벌레의 밥이 됩니다.

제가 이렇게 가래줍기에 열을 내는 것은 가래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 겁니다. 가래를 줍는 날이 가을 한철인데 좀 이해해 주시면 안됩니까.

제가 강신보 가래나무와 가래를 이야기하다보니까 강신보가 가래나무의 성지가 된 듯합니다. 그리고 가래나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가래나무가 있을 겁니다. 광주천변에도 가래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추월산의 노변정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천장어는 비싸다  (0) 2012.06.18
발정이 난 어린 수컷들의 발광을 보았다  (0) 2011.11.25
심성수련회 유감  (0) 2011.11.08
감독 교체 유감  (0) 2011.10.18
제발 끼워 주세요  (0) 2011.09.22
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노변정담 2012. 6. 18. 20:34

풍천장어는 비싸다

풍천장어는 필리핀 동쪽 어느 깊은 바다에서 부화하여 실뱀장어의 몸으로 6000km나 되는 험난한 태평양을 헤엄쳐서 어미의 고향인 선운사 어귀 인천강(풍천)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민물장어가 산란하러 먼 바다로 떠나려고 기수역(강의 하구)에서 월동하며 적응할 때가 가장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잡아먹었다. 지금은 회유하는 실뱀장어의 개체수가 급감하여 자연산 민물장어를 구경하기는 어렵다.

지난 6월 10일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선운사 지역을 다녀왔다. 미당시문학관을 들러서 서정주의 문학세계와 마을 풍광을 두루 살피고 나서 그 유명한 풍천장어를 맛보려고 신덕식당에 들어갔다. 차림표를 보니 장어구이가 1인분에 32,000원이나 한다. 5인분을 시키면 160,000원이다. 식구들은 깜짝 놀라 장어구이 3인분과 장어탕 2인분을 주문한다. 나는 장어구이를 아껴서 먹었다. 계산할 때 보니까 111,000원이 나왔다.

풍천장어가 비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양식을 한 장어를 바닷물에서 축양(노폐물을 뺌)하면 육질이 좋아진단다. 장어를 양식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폐물이 체내에 쌓이겠는가? 민물에서 양식한 장어를 바닷물에 풀어놓으면 장어가 바닷물에 적응하느라고 몸속의 노폐물을 다 빼낸다고 한다. 그래도 진짜 풍천장어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얼마나 많이 장어를 잡아먹었으면 씨가 말랐을까? 인간의 식욕을 만족시킬 수 없는 풍천장어여!

어렸을 때 동네 실개천에서 바위를 들치며 어른들이 배터리를 이용해 민물장어를 잡았고, 그 장어를 석쇠에 얹어 구워먹었었다. 그때 맛보았던 민물장어의 고소한 맛을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강도 오염되었고 땅도 오염되었고 세상도 온통 오염되었다. 그래서 옛날이 더 그리운지도 모른다.

'추월산의 노변정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 가래  (0) 2022.10.08
발정이 난 어린 수컷들의 발광을 보았다  (0) 2011.11.25
심성수련회 유감  (0) 2011.11.08
감독 교체 유감  (0) 2011.10.18
제발 끼워 주세요  (0) 2011.09.22
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11. 25. 09:49

발정이 난 어린 수컷들의 발광을 보았다

어제(11/24) 전남여고 샘축제 공연마당이 진행되는

닫힌 강당의 문을 끊임없이 밀어대는 남학생들!

결국은 강당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의 진한 스킨십을 방지하기 위해서

남학생들의 출입을 통제했지만

그들의 끌어오르는 성에너지를 어찌하지는 못했다.

교문을 닫았지만

담을 뛰어넘어 들어온 아이들은

강당 앞에서 끊임없이 강당안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감시하는 교사들과 충돌했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축제는 끝났다.

여자고등학교의 축제는 이렇다.

남녀공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추월산의 노변정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 가래  (0) 2022.10.08
풍천장어는 비싸다  (0) 2012.06.18
심성수련회 유감  (0) 2011.11.08
감독 교체 유감  (0) 2011.10.18
제발 끼워 주세요  (0) 2011.09.22
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11. 8. 14:27

심성수련회 유감

심성수련회 희망자를 조사했다. 39명 중에 14명이 수련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도움실 학생 2명을 빼면 무려 12명이 불참한단다. 부반장도 불참한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수련회는 주요한 학사일정이다. 학생들이 수련활동을 통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숙식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에서 수련활동을 하는 음성꽃동네는 심신이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정상인과는 다른 그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본인에게는 더 많은 것이 돌아오는 활동이 된다.

나는 담임교사로서 학급 아이들에게 늘 공동체를 생각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아이들 중 상당수가 공동생활을 거부하고 있다. 건강문제로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 없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몇몇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에게 자세히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부모의 동의를 받은 불참 동의서를 받은 뒤에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학급문고를 철수하기로 했다. 담임이 학급문고를 설치한 이유를 배반하는 교실에 더 이상 책을 둔다는 것은 나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심심풀이 땅콩으로 책을 읽었을까?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기를 바란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을까? 아니면 책을 진열해두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부터 방학하기까지 어떻게 학생들을 만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래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리라. 그러러면 튼실하고 건전한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만 존재한다면 그 사회는 쉽게 부서진다. 물과 자갈과 시멘트가 있어야 단단해지는 것이다.

posted by 추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