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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07 :: 돌아온 USB 메모리
추월산의 노변정담 2008. 4. 7. 23:45

돌아온 USB 메모리



제주도에서 잃어버린 USB 메모리가 보름 만에 돌아왔다. 제주도 수학여행사전 답사를 갔다가 주머니에서 달아나버린 야속한 USB 메모리가 어떤 착한 사람의 손을 통해서 나에게 등기우편으로 돌아온 것이다. 메모리를 잃어버렸을 때는 섭섭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렌터카회사에서 내가 빌렸던 차에는 USB 메모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포기했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자기가 제주도에 놀러갔다가 남원 근처에서 유에스비메모리를 주웠는데, 주인의, 허락도 없이 열어보았는데, 대자중학교 김성중이 나오는 문서를 보고는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내 이메일 주소를 알고는 메일을 보내니까 맞는지 확인하고 연락을 주면 유에스비메모리를 돌려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고맙고 황송해서 곧바로 이메일을 날렸고 착불우편으로 끈이 달린 내가 잃어버린 USB 메모리가 거짓말처럼 내 품에 돌아온 것이다.

성남의 한 회사봉투에 담겨온 USB 메모리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타인의 일에 간섭하려고 하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남의 물건을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사실 귀찮은 일을 누가 하려고 하겠는가? 그런데도 내가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서 나에게 돌려준 그 분은 너무나도 착한 사람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분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빨리빨리만 외치면서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시간은 없는데도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세상을 모른 체 하지 말고 사람들의 삶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을. 달팽이처럼 느리게 기어가야 한다는 것을. 낙타가 사막을 느릿느릿 걷듯이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야 한다는 것을.

-별똥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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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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