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9. 22. 20:16

제발 끼워 주세요

2011년 9월 21일 아침.

신문을 보고 머리를 감고 아침을 먹으니까 7시 20분이다. 차를 몰고 나가는 시간이 7시 27분! 주차장에는 차들이 얽혀 있어서 빠져나가기도 힘이 든다. 조금 늑장을 부리면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

출근길에 전남대 사거리는 늘 붐빈다. 신안교 쪽에서 우회전을 하려면 광주역 뒷길로 달려와서 좌회전을 하는 차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좌회전 신호등을 깜빡이며 1차선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마침 시내버스가 달려가기에 버스 뒤로 끼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버스 뒤에 오는 차가 계속 속도를 내면서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일차선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뒷차 운전자는 계속 빵빵대면서 삿대질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는 모르는 체했다. 신호등이 바뀌었고 나는 재빨리 좌회전을 해서 신안사거리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뒷차가 내차 옆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더니 비상등을 켜고 내 차 앞에 서는 것이었다. 황당한 사건이었다. 출근시간에 길 한 가운데에 비상등을 켜고 진로를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렸다. K5에서 내린 사람은 40대 중반의 사내였다. 그는 눈을 부라리면서 차가 받혔으면 어쩔 뻔 했겠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양보해줄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어서 가라고 했다. 그 사내는 잽싸게 골목길로 사라졌다. 나는 7시 50분까지 교실에 들어가야 했으므로 급히 차를 몰았다. 광주역을 지나고 롯데백화점과 광주우체국사거리를 지나고 한미쇼핑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다음 동문다리 복개도로로 우회전하여 전남여고로 들어갔다. 7시 53분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장난감이 아니다. 운전자는 감정을 죽이고 냉정하게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나는 아침에 마음이 조급했었다. 그것이 화를 불렀던 것이다. 상대가 양보해주기를 기대한 것은 너무 순진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기적인 시대에 양보를 기대한 것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백치의 마음이었다. 나는 양보를 잘 해주니까 상대방도 양보해줄 것이라고 기대한 내가 바보였음을 알았다.

나는 좀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운전을 하자고 다짐한다. 급히 갈 필요가 없도록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리라. 10분만 서두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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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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