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에 해당되는 글 49건

  1. 2011.10.18 :: 감독 교체 유감
  2. 2011.09.22 :: 제발 끼워 주세요
  3. 2011.09.22 :: 광주교사신문기사(2010년 11월호, 제133호)
  4. 2011.07.06 :: 겨울나무
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10. 18. 14:34

감독 교체 유감

성적이 나쁘면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스포츠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는 감독은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한 명의 감독만 유능하고 나머지는 다 무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저 밀림의 법칙이 적용되는 승자독식의 자본주의 얼굴이다. 자본은 무엇이든 먹어치운다.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자본은 더 이상 자본이 아니다.

조범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이 경질됐다. 자진사퇴했다고 하지만. 올해 기아의 성적 부진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것이다. 그리고 팬들도 조뱀(조감독)을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구단은 팬들의 요구에 밀려 2012년까지 보장된 감독의 임기를 채워주지 못했다. 후임 감독으로 선동열이 내정됐다고 하는데, 팬들의 기대만큼 기아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선동열 감독도 조범현 감독처럼 경질될 것이다.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리들의 조급증에 내심 화가 난다. 성적에 연연해하는 그 조급증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감독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만 한다. 야구는 더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야구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야구가 싫으면 안 보면 된다. 야구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팬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야구는 단지 야구일 뿐이다. 나의 모든 것을 걸어서 그 팀이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독한 에고이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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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9. 22. 20:16

제발 끼워 주세요

2011년 9월 21일 아침.

신문을 보고 머리를 감고 아침을 먹으니까 7시 20분이다. 차를 몰고 나가는 시간이 7시 27분! 주차장에는 차들이 얽혀 있어서 빠져나가기도 힘이 든다. 조금 늑장을 부리면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

출근길에 전남대 사거리는 늘 붐빈다. 신안교 쪽에서 우회전을 하려면 광주역 뒷길로 달려와서 좌회전을 하는 차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좌회전 신호등을 깜빡이며 1차선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마침 시내버스가 달려가기에 버스 뒤로 끼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버스 뒤에 오는 차가 계속 속도를 내면서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일차선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뒷차 운전자는 계속 빵빵대면서 삿대질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나는 모르는 체했다. 신호등이 바뀌었고 나는 재빨리 좌회전을 해서 신안사거리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뒷차가 내차 옆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가더니 비상등을 켜고 내 차 앞에 서는 것이었다. 황당한 사건이었다. 출근시간에 길 한 가운데에 비상등을 켜고 진로를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내렸다. K5에서 내린 사람은 40대 중반의 사내였다. 그는 눈을 부라리면서 차가 받혔으면 어쩔 뻔 했겠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양보해줄 줄 알았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어서 가라고 했다. 그 사내는 잽싸게 골목길로 사라졌다. 나는 7시 50분까지 교실에 들어가야 했으므로 급히 차를 몰았다. 광주역을 지나고 롯데백화점과 광주우체국사거리를 지나고 한미쇼핑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다음 동문다리 복개도로로 우회전하여 전남여고로 들어갔다. 7시 53분이었다. 교실에 들어가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장난감이 아니다. 운전자는 감정을 죽이고 냉정하게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나는 아침에 마음이 조급했었다. 그것이 화를 불렀던 것이다. 상대가 양보해주기를 기대한 것은 너무 순진했기 때문이었다. 이 이기적인 시대에 양보를 기대한 것은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백치의 마음이었다. 나는 양보를 잘 해주니까 상대방도 양보해줄 것이라고 기대한 내가 바보였음을 알았다.

나는 좀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운전을 하자고 다짐한다. 급히 갈 필요가 없도록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리라. 10분만 서두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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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9. 22. 11:09

수능을 20여일 앞 둔 고3 교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긴장감보다는 소란스러운 여유가 묻어 나온다. 전남여고 3학년 협의실에 들어서니 김성중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뽕잎차의 구수한 내음을 맡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 중 아이들이 드나들며 수능시계 구입을 물어보기도 한다. 수능이 멀지 않았음을 새삼 느낀다.

별빛 내리는 추월산

이른 새벽 출근하고, 별빛 보며 퇴근하는 고단한 고3 담임이지만, 마음은 언제나 시를 향해 있다. 지금은 ‘문학이라는 이름의 섬’ 블로그(http://blog.paran.com/ksjkimbyeoll)에 매월 시를 올리며 시를 향한 열정을 지피고 있지만, 90년대 중반까지 시창작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동안 선생님은 시인으로 단련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격동의 시대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담양 추월산 아래 용면에서 나고 자라 대숲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스라이 뒤로 하고, 부모님의 상대 진학 권유를 뿌리치며 국문과에 입학할 때에도 창작 보다는 문학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을 누려볼 여유도 없이 시대의 풍랑 속에 흔들리고 만다. 80년, 입학하자마자 전두환, 신군부 타도를 외치며 5․18을 겪는다. 81년 9월에는 전대에서 열린 전국적인 규모의 시위에 참여하다 강제 휴학을 당하고 군대를 가게 된다. 강원도 인제․원통, 최전방의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때 보았던 풍광은 힘든 군대생활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듯 아름다웠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운 하나 족발

87년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은 금호고에 1년 기간제로 일하다가 사립공채시험에 합격하여 88년 정식으로 임용된다.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시에 대한 열정이 꽃피기 시작했다. ‘시문학반’ 지도 교사가 되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방식의 시화전을 열기도 했다. 몸빼에다 시를 쓰거나, 삼각형 판넬을 이용하는 등 아이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수용해서 주위를 놀라게 한다.

그렇게 열정을 쏟아 꽃을 피울 때쯤 89년 전교조 해직 사태가 일어나고, 선생님도 학교를 떠나게 된다. 이후 얼마 동안 운암동에서 김병한, 배정찬 선생님과 함께 족발집을 함께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지부 사무실에서 활동한다. 그 기간 동안 힘들고 즐거웠던 추억이 시 ‘그리운 하나 족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복직해서 광산중, 광주제일고, 광주예술고, 전대사대부고, 대자중, 현재 전남여고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시를 향한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2000년에는 <<교육비평>> 창간호에 ‘문학선생’ 외 3편을 싣기도 한다. 현재 광주국어교사모임 ‘시울’과 매월 금요일에 모이는 ‘금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선생님에게 ‘시’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며 존재하는 이유이다. 살아가며 느낀 모든 것이 시가 되고, 의미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쓸 수밖에. 올해 담임을 맡은 아이들이 스승의 날에 선생님이 지은 시들을 한 편 씩 손으로 써서 시집을 만들어 선물했을 때, 선생님은 분명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세상이 미친 듯이 굴러갈 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고3 진학부장이다. 선생님 수첩에는 수시원서접수와 상담 일정이 빼곡하다. 자율학습 감독도 돌아가며 하고 있다고 하지만 진학부장으로서 책임감이 어깨에서 느껴진다. 피곤한 듯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 속에는 입시를 앞둔 고단한 아이들이 아른거린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아이들마다의 꿈이 있는데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는 점, 모든 것을 점수로 환산해서 미래를 계산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지금은 고3 진학부장이지만, 입시교육에만 매몰된 세상에 선생님은 한 마디 던지신다. ‘바퀴를 굴리며’라는 시처럼. 검색창에 ‘문학이라는 이름의 섬’을 찾으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선생님의 시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바퀴를 굴리며

- 김성중

굴렁쇠를 굴리던 시절

세상을 굴리고 싶었던 시절

둥근 지구가 둥글어서

굴렁쇠는 잘도 굴렀지.

왼종일 굴려도

또 굴리고 싶던 굴렁쇠

지금은 자동차 바퀴를 굴린다.

붕붕 시동을 걸고

변속기를 조작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신기하게도 바퀴가 굴러간다.

혼자서 잘도 굴러간다.

제동페달을 밟을 때까지.

세상도 이와 같아서

미친 듯이 굴러갈 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빨간 신호등 앞에서는.

김지선 기자 (ddang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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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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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7. 6. 23:03

겨울나무

바람이 쌩쌩 분다. 어제만 해도 포근한 바람이더니 비 갠 뒤에 바람 끝이 자못 매섭다. 어제 내린 초겨울 비에 나뭇잎이 죄다 떨어졌다. 야무지게 아직도 붙어 있는 녀석들도 있지만, 겨울나무는 홀가분하다. 잎을 떨쳐 버렸으니, 더 이상 광합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도 나뭇가지 사이로 흘려보내면 그만인 것을. 지난 여름 태풍이 몰아칠 때 애태우던 일을 한 번 떠올려봐!

바람이 불어온다. 싸늘한 바람이다. 눈보라와 함께, 진눈깨비와 더불어, 바람이 불면 나무는 허리를 잔뜩 구부린다. 바람을 맞아 싸우려는 게 아니다. 나뭇잎 옷을 다 벗어버리고도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으로 찬바람(북서풍)을 맞아 떡 버티고 서있는 너를 보노라면, 작은 바람에도 재채기를 해대는 나약한 나를 반성한다. 두꺼운 옷을 입고서도 어깨를 잔득 움츠린 나를 경멸한다.

벌거벗은 나무를 칭송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해마다 옷을 벗었다가 입으면서 나이테를 더한다. 그러면서도 잘난 체를 하지 않으니 이는 얼마나 커다란 미덕이냐? 화석연료를 펑펑 때면서도 지구에게 미안함을 모르는 인간들은 나무를 좀 본받아야 한다. 이제부터 나무를 연구하자. 나무의 미덕과 공덕을 사랑하자. 내 몸을 덮고 있는 옷을 벗어서 나무의 시린 어깨를 덮어주자. - 2004년 1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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