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22. 10. 8. 14:03

*새벽 가래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강신보로 달려갔습니다. 눈 앞에 그득하게 널려 있을 가래를 생각하면서. 그러나 눈에 띄는 가래는 몇 개. 휴대폰 손전등을 비추며 찾아도 몇 개. 집으로 돌아와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연장통 장을 조금 읽다가 침대에 누웠습니다.

7시 30분에 일어나서 까만 봉지에 담긴 가래를 꺼내어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빡빡 문질러 깨끗이 씻고나서 세어보았더니 15개입니다. 별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가래나무가 내게 준 선물입니다.

강신보 가래나무를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알게 모르게 가래를 주워가는 사람들입니다. 가래를 시장에 내다팔려고 가래를 줍지는 않을 겁니다. 호두처럼 알멩이가 풍성하지도 않아서 깨서 먹으려고 줍는 것도 아닐 겁니다.

아마도 가래가 좋아서 줍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에 떨어진 가래를 그냥 두면 자동차 바퀴가 으깨어버립니다. 박살나버린 가래를 보는 마음이 아픕니다. 가래가 땅에 떨어져서 운이 좋으면 싹이 터서 가래나무가 될 겁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가래는 썩거나 벌레의 밥이 됩니다.

제가 이렇게 가래줍기에 열을 내는 것은 가래를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물을 사람이 있을 겁니다. 가래를 줍는 날이 가을 한철인데 좀 이해해 주시면 안됩니까.

제가 강신보 가래나무와 가래를 이야기하다보니까 강신보가 가래나무의 성지가 된 듯합니다. 그리고 가래나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가래나무가 있을 겁니다. 광주천변에도 가래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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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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