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에 해당되는 글 395건

  1. 2012.06.22 :: 어떤 혁신학교
  2. 2012.06.22 :: 신문을 읽는 새벽
  3. 2012.06.22 :: 터미널 생각 1
  4. 2012.06.22 :: 과거 1
추월산의 시 2012. 6. 22. 16:47

어떤 혁신학교

김성중

우리학교는 혁신을 하는 중이라고 말하는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답답해진다.

교육의 본래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

뜻이 맞는 동지들이 모여서

우리는 늘 혁신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무슨 혁신을 하느냐고 볼멘소리다.

함께 배우고 서로 나누며 성장하는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고 싶은데

날마다 교실에서는 이런 저런 물건들을 잃어버리고

수업 시간에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교칙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만들었다고

교복을 학생들이 투표로 결정했다고

교가를 학생들이 만들고 가사에 랩이 들어있다고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이 툭 터져 있다고

모둠수업을 하고 협력학습을 한다고

교육청에서 지정한 혁신학교라고

그래서 우리학교는 혁신학교다.

'추월산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7월의 시  (0) 2017.08.01
우리 동네에서  (0) 2014.10.29
터미널 생각  (1) 2012.06.22
신문을 읽는 새벽  (0) 2012.06.22
과거  (1) 2012.06.22
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2. 6. 22. 16:46

신문을 읽는 새벽

김성중

잠이 일찍 깬 새벽 세 시에

증류수만큼 맑은 정신으로

현관에 툭 떨어진

신문을 읽는다.

깜깜한 새벽에

새소식을 배달하는 사람

나는 편안히 앉아

세상을 읽는다.

신문을 읽는 새벽은 고즈넉하다.

오늘 이 새벽에 나는

199년 선배 다산 정약용의

삶의 편린을 신문에서 읽고 있다.

잠이 일찍 깬 새벽에 신문을 읽는다.

인정이 묻어나는 기사에 눈이 가고

세상을 읽으려고 새벽눈이 밝아진다.

어둠을 밀어내며

안개를 뚫고 내게로 오는

신문을 읽는 새벽은 싱싱하다.

'추월산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동네에서  (0) 2014.10.29
어떤 혁신학교  (0) 2012.06.22
터미널 생각  (1) 2012.06.22
과거  (1) 2012.06.22
빛나라, 전교조 성덕고등학교 분회여!  (0) 2012.05.04
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2. 6. 22. 16:46

터미널 생각

김성중

터미널은 세상의 시작이며 끝이다.

터미널에 가면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시외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시절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음박질치던 시절

대인동 시외버스 터미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지.

그날 나는 아버지의 위장약을 사가야만 했는데

선배라며 나타난 사내와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위궤양에 좋다는 단방약 이야기를 들었지.

그 사내에게 약을 살 돈 만 원을 빌려주었어.

약속한 날 문학부 벤치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선배라던 그 사내는 오지 않았고

나는 바보 같은 나를 저주했어.

나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스무 살이었어.

오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세상 물정을 모르던 그때가

차라리 아름다웠다는 생각이 들어.

'추월산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혁신학교  (0) 2012.06.22
신문을 읽는 새벽  (0) 2012.06.22
과거  (1) 2012.06.22
빛나라, 전교조 성덕고등학교 분회여!  (0) 2012.05.04
첫 투표  (0) 2012.04.20
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2. 6. 22. 16:45

과거

김성중

과거는 흘러갔다고

어느 가수는 노래했지만

과거는 머물러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누군가는 과거가 흘러가버리기를 바라겠지만

과거는 그 자리에 머물러 화석이 된다.

20년을 넘기고서야 제자들을 만났다.

마흔이 넘은 노총각 결혼 피로연에서

그들의 눈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

그때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콜콜히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불편한 과거를 잊고 싶어하지만

누군가는 그 사건을 완벽하게 기억한다.

과거는 잊고 싶다고 해서 잊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잊고 싶은가?

숨을 쉬지 않으면 과거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 과거를 기억할 사람들은 오늘도 태어나고 있다.

과거를 잊고 싶은가?

그러면 나쁜 과거를 만들지 마라.

좋은 일만 하면 좋은 과거만 남을 것이다.

과거는 잊고 싶다고 해서 잊히는 것이 아니다.

'추월산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문을 읽는 새벽  (0) 2012.06.22
터미널 생각  (1) 2012.06.22
빛나라, 전교조 성덕고등학교 분회여!  (0) 2012.05.04
첫 투표  (0) 2012.04.20
봄꽃  (0) 2012.04.20
posted by 추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