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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의 시 2017. 10. 22. 22:40
통합 게시판

[김성중 9월 토론작품] : 사드 외 12편



단오작성시간2017.09.22  조회수2

0

사드(THAAD) 외 12편

김성중

 


소성리 사드는

누구를 위한 사드인가?

중국은 왜 사드를 반대하는가?

미국은 왜 사드에 집착하는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한반도는 기어이 불바다가 되고야 마는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나라

슬프다, 한반도여.

남과 북 코리아여.

대양으로 뻗어나갈 한반도여,

대륙으로 달려나갈 한반도여,

남도 북도 섬에 갇혔구나.

 

수수만년 이어온 금수강산

쇳덩이와 쇳덩이가 부딪치면

불꽃이 튄다.

빌어먹을 핵이여,

인류 절멸을 불러올 불덩이여.

 

아,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어젯밤 꿈

 

교장실에서 나를 부른다.

어떤 학생이 내 수업을 녹음해서

나를 고발했다고 한다.

학부모가 학교로 오고 있다고 한다.

나는 녹음내용을 들어본다.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답답했다.

 

30년 전에 친일문학이 논란이 되었을 때

서정주의 시를 읽기만 하고 넘어갔었다.

그때 수업내용 때문에

학부모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교감선생의 얘기를 들었는데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결점


언제부터인가 결점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무결점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그러니까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얼마나 비루한가요.

날이면 날마다 얼마나 모멸스런 삶인가요.

그러나 현실에 단단히 붙들려 있더라도

머리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 있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하겠지요.

나의 비루함을 떨치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완벽한 인간을 꿈꿉니다.

허허실실에 달뜬 사람으로...

 

 

시를 쓴다는 것

 

언제부턴가 시를 쓰고 싶었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가르치면서 나는 왜 시를 못 쓰는가를 고민했다. 나는 시를 쓰려고 몸부림쳤고 최고의 시를 썼다고 생각했다. 그 시를 본 어느 시인은 내 시의 감정의 과잉을 질타했다. 쓸데없이 울고 있다고 했다. ‘얼어버린 파초’에 대해서 쓴 시였다. 나는 의기소침해졌고 시를 쓰는 게 두려워졌다. 그러나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합평회에서 깨져도 또 시를 발표했다. 결국 나는 내 나름의 시를 쓰게 되었다.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일

 

시는 내 삶의 전부는 아니어도

내 삶의 중심

 

빛나는 한 구절을 얻으려고

나는 펜을 쥔 손에 힘을 준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

 

생기다만 알을 꺼내기도 하고

의욕만 앞세워 균형을 잃기도 하지만

 

내가 시를 쓰는 것은

내 존재를 증명하는 일

 


셀카놀이


담양 관방제림 푸조나무 아래에서

셀카를 찍고 또 찍는다.

멋진 셀카사진을 얻을 때까지

나의 셀카놀이는 계속 될 것이다.

나는 호모 루덴스다.

 

수업시간에 셀카놀이를 하면서 몸을 느낀다.

지루한 수업에 돌연 활기가 넘친다.

학생들을 배경으로 넣지 않아도 좋다.

얼굴을 가리는 학생들은 셀카에서 빠져라.

나는 호모 루덴스다.

 

“몸이 철학을 말한다”는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나는 셀카를 찍는다.

몸을 느끼고 또 느낀다.

나는 다시 호모 루덴스다.

 

 

포체리카


쇠비름과

쇠비름속

포체리카를

또 본다.

학교 정문 바로 지나서

두 번째 가로수 밑둥에서

딱 한 송이가 피었다.

예쁘다.

외롭다.

황홀하다.

 

 

격포 가는 길

 

곰소 발효젓갈 축제 휙 둘러보고

곰소 다리 건너기 전 휴게소에서

전어회 몇 점 된장에 찍어 먹고

곰소 바다 구비구비 돌고 돌아서

모항에 잠시 들렀다가

닭이봉 격포로 달려간다.

채석강에 가서

예전에 읽다 만 책이나 읽으며

난세를 건널 묘안을 찿으렸더니

눈부신 햇살에 눈이 부셔라.

책은 다음에 읽기로 하고

격포 바다만 실컷 보는구나.

 

 

길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말바우 시장에서 동지죽을 먹고는 담양에 볼 일을 보러 갔다가 추월산으로 가는 국도 29호선 확장공사 현장이 궁금해서 죽녹원 지나 덕구재를 넘어서 삼만리쪽으로 달렸다. 올해 안에는 길이 말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아 보인다. 삼만리 농공단지를 지나서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시암골길을 타고 추월산을 바라보며 용면 쪽으로 달렸다. 처음 가는 길이었다. 낯설었다. 내 고향이 용면인데 처음 가는 길이라니 쑥스러웠다. 고개를 넘고 논길을 지나자 두장리가 나온다. 마을 중심지에 당산나무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내 동창 허씨들을 생각하다가 조금 진행하니 내가 4학년까지 다녔던 용면초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옆을 지나서 와산마을을 들러서 면소재지인 추성리를 지나서 박실과 매월과 통천 마을을 지나서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내려오는 길을 만나서 담양읍 운교리로 달린다. 양각리를 지나서 담양대나무박물관 옆길을 달려 강쟁리 황금들판에서 차를 세운다. 사진을 몇 장 찍고 강쟁리 마을에 들러서 쓰러져 가는 슬레이트집을 잠시 둘러보고 일곡동으로 돌아왔다. 길은 길로 통한다.

 

 

거미집


날마다 만나는 거미줄이 사라졌다.

내가 드나드는 아파트 출입구 쪽

감시카메라봉과 철쭉에 걸려 있던

거미줄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걷어냈을 것이다.

거미는 졸지에 삶터를 잃어버렸다.


오늘 아침 거미가 카메라 감시봉에

새로 거미집을 짓고 있었다.

거미는 내 눈치를 보지도 않고

건축노동에 여념이 없었다.

 

주목나무에도 느티나무에도

배롱나무에도 철쭉나무에도

거미의 왕국이 열려 있다.

 

 

우주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는 밤이다.

우주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

나의 상상력은 한없이 빈곤하다.

한반도를 종단한 적이 없는 내 몸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가늠하지 못 한다.

나의 세계는 한반도 남쪽섬에 갇혀 있다.

은하에 대하여, 성단에 대하여,

블랙홀과 웜홀에 대하여 생각은 하지만

그것들에 대하여 감을 잡지는 못 한다.

예전에 내가 몰던 차번호가 9990번,

은하철도 999가 생각나는 밤이다.

 

 

 조용하다

 

사드가 배치되어도

미사일이 날아다녀도

내 일이 아니라는 듯

학교는 조용하다.

공부하고 축구하고 간식 먹고

시시껄렁한 농담이 오가고

불금을 맞이하는 즐거움만 가득하다.

 

세상이 그렇게 굴러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내가 내 삶의 주인인지

아니면 나그네인지

그냥 흔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인지.

 

 

 김성줏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라

별명을 불러도 좋고

호칭을 불러도 좋고

그냥 불러만 주어도 좋아라.

내 이름은 김성중

별 성(星)자에 인변에 가운데 중(仲)

이름만 보면 별 가운데 별

아주 훌륭한 이름 같은데

내 아버지께서 지어준 이름

영화 <공범자들> 엔딩크레딧이 김성줏으로 바꾸었네.

종영자막에 나오는 김성줏은 누구 이름일까

김성줏이라고 이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내 이름은 김성중

뉴스타파 후원회원

 

 

 예천 공설운동장

 

 1981년 11월 17일

전라도 병력 중에서 나 혼자만

경상북도 청춘들과

여기에서 집결했다가

군용열차를 타고 청량리를 지나서

한밤중에 춘천 103보충대로 갔었지.

 

 2학기 소설 발표를 앞두고

소설가를 꿈꾸며 들떠있었는데

반제반파쇼데모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어처구니없이 강제휴학당하고

늦가을에 쓸쓸히

 

여름 시인학교 하굣길에

36년 만에 우연히 여기에 왔다.

머리를 빡빡 밀었던 시절의 기억이

아슴푸레 떠오르면서

가슴 한 편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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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9월 토론작품] : 사드 외 1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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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드(THAAD) 외 12편

김성중

 


소성리 사드는

누구를 위한 사드인가?

중국은 왜 사드를 반대하는가?

미국은 왜 사드에 집착하는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한반도는 기어이 불바다가 되고야 마는가?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나라

슬프다, 한반도여.

남과 북 코리아여.

대양으로 뻗어나갈 한반도여,

대륙으로 달려나갈 한반도여,

남도 북도 섬에 갇혔구나.

 

수수만년 이어온 금수강산

쇳덩이와 쇳덩이가 부딪치면

불꽃이 튄다.

빌어먹을 핵이여,

인류 절멸을 불러올 불덩이여.

 

아,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어젯밤 꿈

 

교장실에서 나를 부른다.

어떤 학생이 내 수업을 녹음해서

나를 고발했다고 한다.

학부모가 학교로 오고 있다고 한다.

나는 녹음내용을 들어본다.

무엇이 문제라는 건지

답답했다.

 

30년 전에 친일문학이 논란이 되었을 때

서정주의 시를 읽기만 하고 넘어갔었다.

그때 수업내용 때문에

학부모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교감선생의 얘기를 들었는데

개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결점


언제부터인가 결점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무결점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지요.

그러니까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얼마나 비루한가요.

날이면 날마다 얼마나 모멸스런 삶인가요.

그러나 현실에 단단히 붙들려 있더라도

머리 위에 파란 하늘이 펼쳐 있다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 하겠지요.

나의 비루함을 떨치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완벽한 인간을 꿈꿉니다.

허허실실에 달뜬 사람으로...

 

 

시를 쓴다는 것

 

언제부턴가 시를 쓰고 싶었다.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가르치면서 나는 왜 시를 못 쓰는가를 고민했다. 나는 시를 쓰려고 몸부림쳤고 최고의 시를 썼다고 생각했다. 그 시를 본 어느 시인은 내 시의 감정의 과잉을 질타했다. 쓸데없이 울고 있다고 했다. ‘얼어버린 파초’에 대해서 쓴 시였다. 나는 의기소침해졌고 시를 쓰는 게 두려워졌다. 그러나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기운을 차리고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합평회에서 깨져도 또 시를 발표했다. 결국 나는 내 나름의 시를 쓰게 되었다.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일

 

시는 내 삶의 전부는 아니어도

내 삶의 중심

 

빛나는 한 구절을 얻으려고

나는 펜을 쥔 손에 힘을 준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다.

 

생기다만 알을 꺼내기도 하고

의욕만 앞세워 균형을 잃기도 하지만

 

내가 시를 쓰는 것은

내 존재를 증명하는 일

 


셀카놀이


담양 관방제림 푸조나무 아래에서

셀카를 찍고 또 찍는다.

멋진 셀카사진을 얻을 때까지

나의 셀카놀이는 계속 될 것이다.

나는 호모 루덴스다.

 

수업시간에 셀카놀이를 하면서 몸을 느낀다.

지루한 수업에 돌연 활기가 넘친다.

학생들을 배경으로 넣지 않아도 좋다.

얼굴을 가리는 학생들은 셀카에서 빠져라.

나는 호모 루덴스다.

 

“몸이 철학을 말한다”는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나는 셀카를 찍는다.

몸을 느끼고 또 느낀다.

나는 다시 호모 루덴스다.

 

 

포체리카


쇠비름과

쇠비름속

포체리카를

또 본다.

학교 정문 바로 지나서

두 번째 가로수 밑둥에서

딱 한 송이가 피었다.

예쁘다.

외롭다.

황홀하다.

 

 

격포 가는 길

 

곰소 발효젓갈 축제 휙 둘러보고

곰소 다리 건너기 전 휴게소에서

전어회 몇 점 된장에 찍어 먹고

곰소 바다 구비구비 돌고 돌아서

모항에 잠시 들렀다가

닭이봉 격포로 달려간다.

채석강에 가서

예전에 읽다 만 책이나 읽으며

난세를 건널 묘안을 찿으렸더니

눈부신 햇살에 눈이 부셔라.

책은 다음에 읽기로 하고

격포 바다만 실컷 보는구나.

 

 

길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말바우 시장에서 동지죽을 먹고는 담양에 볼 일을 보러 갔다가 추월산으로 가는 국도 29호선 확장공사 현장이 궁금해서 죽녹원 지나 덕구재를 넘어서 삼만리쪽으로 달렸다. 올해 안에는 길이 말끔하게 정리가 될 것 같아 보인다. 삼만리 농공단지를 지나서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시암골길을 타고 추월산을 바라보며 용면 쪽으로 달렸다. 처음 가는 길이었다. 낯설었다. 내 고향이 용면인데 처음 가는 길이라니 쑥스러웠다. 고개를 넘고 논길을 지나자 두장리가 나온다. 마을 중심지에 당산나무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내 동창 허씨들을 생각하다가 조금 진행하니 내가 4학년까지 다녔던 용면초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옆을 지나서 와산마을을 들러서 면소재지인 추성리를 지나서 박실과 매월과 통천 마을을 지나서 천주교 공원묘지에서 내려오는 길을 만나서 담양읍 운교리로 달린다. 양각리를 지나서 담양대나무박물관 옆길을 달려 강쟁리 황금들판에서 차를 세운다. 사진을 몇 장 찍고 강쟁리 마을에 들러서 쓰러져 가는 슬레이트집을 잠시 둘러보고 일곡동으로 돌아왔다. 길은 길로 통한다.

 

 

거미집


날마다 만나는 거미줄이 사라졌다.

내가 드나드는 아파트 출입구 쪽

감시카메라봉과 철쭉에 걸려 있던

거미줄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걷어냈을 것이다.

거미는 졸지에 삶터를 잃어버렸다.


오늘 아침 거미가 카메라 감시봉에

새로 거미집을 짓고 있었다.

거미는 내 눈치를 보지도 않고

건축노동에 여념이 없었다.

 

주목나무에도 느티나무에도

배롱나무에도 철쭉나무에도

거미의 왕국이 열려 있다.

 

 

우주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는 밤이다.

우주는 도대체 얼마나 클까?

나의 상상력은 한없이 빈곤하다.

한반도를 종단한 적이 없는 내 몸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을 가늠하지 못 한다.

나의 세계는 한반도 남쪽섬에 갇혀 있다.

은하에 대하여, 성단에 대하여,

블랙홀과 웜홀에 대하여 생각은 하지만

그것들에 대하여 감을 잡지는 못 한다.

예전에 내가 몰던 차번호가 9990번,

은하철도 999가 생각나는 밤이다.

 

 

 조용하다

 

사드가 배치되어도

미사일이 날아다녀도

내 일이 아니라는 듯

학교는 조용하다.

공부하고 축구하고 간식 먹고

시시껄렁한 농담이 오가고

불금을 맞이하는 즐거움만 가득하다.

 

세상이 그렇게 굴러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내가 내 삶의 주인인지

아니면 나그네인지

그냥 흔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인지.

 

 

 김성줏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라

별명을 불러도 좋고

호칭을 불러도 좋고

그냥 불러만 주어도 좋아라.

내 이름은 김성중

별 성(星)자에 인변에 가운데 중(仲)

이름만 보면 별 가운데 별

아주 훌륭한 이름 같은데

내 아버지께서 지어준 이름

영화 <공범자들> 엔딩크레딧이 김성줏으로 바꾸었네.

종영자막에 나오는 김성줏은 누구 이름일까

김성줏이라고 이름을 지은 사람이 있을까

내 이름은 김성중

뉴스타파 후원회원

 

 

 예천 공설운동장

 

 1981년 11월 17일

전라도 병력 중에서 나 혼자만

경상북도 청춘들과

여기에서 집결했다가

군용열차를 타고 청량리를 지나서

한밤중에 춘천 103보충대로 갔었지.

 

 2학기 소설 발표를 앞두고

소설가를 꿈꾸며 들떠있었는데

반제반파쇼데모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어처구니없이 강제휴학당하고

늦가을에 쓸쓸히

 

여름 시인학교 하굣길에

36년 만에 우연히 여기에 왔다.

머리를 빡빡 밀었던 시절의 기억이

아슴푸레 떠오르면서

가슴 한 편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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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7. 10. 22. 22:35
통합 게시판

[김성중 10월 토론작품] : 염포 외 11편



단오작성시간2017.10.20  조회수3

0

염포
김성중

 


적금도 비췻빛 바다 풍광에 흠뻑 취했다가
외나로도 섬의 끝자락 염포에 들렀네.

몽돌이 은빛으로 빛나며
바닷물에 몸을 적시면
먼 곳 섬들은 그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고
철썩이는 파도소리 자장가 삼아
낮잠이나 자볼까나

고흥반도 끝난 자리
세상일 다 잊어버리고
석 달 열흘 눈이 짓무르도록
은빛 바다를 보아도 좋으리.

세상은 막 가자고 아우성인데
그저 햇살에 눈이 부시다고 할 뿐
게으르디 게으르게 겨우 눈이나 뜨면서
올 놈은 오고 갈 놈을 가라는 듯
염포 바다는 꿈을 꾸듯 엎드려 있네.




모퉁이

복판보다는 모퉁이에 서는 게 편했다.

세상의 복판에서 주목을 받기보다는

조용히 숨어서 은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 뜻대로 살게 해주지 않았다.

나는 학생들 앞에 서는 선생이 되었고

글을 써서 이름을 알리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페이스북은 내 글쓰기 마당

씀은 매우 정교한 글쓰기 마당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글을 쓸 때가 많아졌다.

나는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집게손가락으로 두들긴다.

그러나 나는 복판보다는 모퉁이가 편하다.




남한산성

 

언젠가 성남에 갔다가 남한산성에 가려고 했는데 가지 못하고 말았다. 오늘 영화를 보면서 남한산성에서 두 시간을 살았다. 삶이냐 죽음이냐의 경계에 선 자들의 처절한 생존투쟁을 보았다. 명분과 실리의 투쟁을 보았다. 줏대 없이 흔들리는 군주를 보았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았다. 민들레꽃이 피면 송파강으로 꺽지를 잡으러 갈 어린 소녀 나루가 희망이다. 대장장이 날쇠가 희망이다. 이름없이 살아간 이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인가. 남한산성은 나에게 물음투성이로 남는다.



후원금



전화가 걸려온다

굿네이버스다

후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후원을 중단했다고 말한다

은행에 가서 해지했다고 말한다

유니세프에서도 전화가 걸려온다

나는 똑같이 얘기한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후원을 중단한 단체가 여럿

이번 가을에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우물

 

우물이 있어도

사람들은 우물물을 마시지 않는다

정읍 구절초 공원 우물에서

‘마시지 마세요’ 팻말을 보았다

이제는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수돗물을 정수해서 마시거나

약수터에서 물을 받아다 마신다

 

샘물의 변신

우물

펌프

상수도

생수공장

 

우물에 제 낯바닥을 비추는 아이도 없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산모퉁이 외딴 우물"은 보이지 않는다.

 

우물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던 아이는

어디로 가버렸나

 

 

느티나무새

 

운동장가를 빠르게 걷고 있는데

새 한 마리 날갯짓도 우아하게

이 나무 저 나무 날아다니다

느티나무 가지 끝에 폴짝 앉는다

느티나무 가지는 새를 살포시 안고서

잠시 춤을 추며 출렁대다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먼 산만 바라보고

느티나무새는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다음에 날아갈 나무를 물색한다.

나는 황홀히 풍경을 구경하다

운동장가를 다시 걷기 시작한다.

 

 

걷기

 

걸어보니 알겠다

걷는 게 얼마나 좋은지

걸어보니 알겠다

걸으면서 얼마나 정신이 맑아지는지

걸어보니 알겠다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 눈에 들어오는 것을

걸으면서 해찰하면서 둘러보면서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면서

거북이처럼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오늘도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

걷다보면 정신이 맑아진다

그래서 또 걷는다

 

만보 이만보 삼만보

걷고 또 걸으면서

세상을 읽는다

 

오늘은 만보만 걷자



메모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을 때도 있다.

 

여기 저기

적을 수 있는 것이면

어디라도 상관없이

적고 또 적는다.

 

수첩에 적고

노트에 적고

달력에 적고

명함에 적고

메모지에 적고

스마트폰에 적고

페이스북에 적고

큐메모에 적고

밴드에 적고

카페에 적고

카톡에 적고

디카로 적고

폰카로 적고

 

나는 오늘도

여기저기에

적고



적는다.




전화

 

오늘 점심을 먹고 남부대를 산책하고 나서 교무실에서 원격연수를 신청하고 있는데 모르는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으니까 더케이 손해보험사라고 한다. 지난 10월 14일(토) 화순 운주사 주차장에서 난 사고가 접수되어서 전화를 한다고 한다. 나는 "범퍼가 살짝 긁혔고 차가 살짝 밀렸지만 큰 이상은 없다. 운전자가 외국인이고 낡은 차를 운전하고 있더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 직원이 호의를 베푸는 거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10월 14일 화순 능주 소재지에서 조광조 적려유허비를 둘러보고 운주사에 들렀다. 해가 기울어지기 전에 서둘러서 기기묘묘한 탑을 둘러보고 와불을 보러 산길을 올라가는 도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내 차 뒷 범퍼를 들이받았다고 한다. 운전자는 외국인 남편이라고 했다. 나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와불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곧바로 하산했다. 보내온 사진을 보니까 크게 상한 것은 아니었다. 부지런히 걸어서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으로 갔더니 젊은 외국인이 갓 돌을 지난 아기를 어르고 있었다. 그 남자의 아내이거나 처형인 듯한 여자가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나는 내 차를 살펴보았다. 내 차가 조금 밀려나 있었지만 별 이상이 없길래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서 헤어졌다. 그녀는 보험회사에 사고를 접수했다고 했다.

 

1992년 가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해직교사였고, 엔진오일이 줄줄 새는 낡은 포니2를 엔진오일을 부으면서 운전하고 다녔다. 제1순환도로 법원 네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뒤에서 클랙슨을 빵빵 울리길래 차에서 내렸다. 뒷 차 운전자는 내 차가 뒤로 밀려서 자기 차 범퍼를 받았다고 한다.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수동변속기여서 내 차가 뒤로 밀렸나 보다. 그 운전자는 나의 행색이나 내 고물차를 보더니 괜찮다고 하면서 가보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인사하면서도 내 처지가 서러웠다. 해직의 시절이었다.




팔영산 능가사에서

 

 

응진당 앞

미로 차밭을 벗어나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차 꽃을 찍으려고 하니까

차 꽃은 부끄러워서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꿀을 따는 나나니벌도

애를 먹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는 능가사에서

여덟 개의 봉우리를

세고 있었다.




일곱 시간

 

막내여동생이 추석날 친정으로 오는데 걸린 시간이다. 오후 두 시 십오 분에 부산을 출발하여 밤 아홉 시 십오 분에 도착했다. 무엇이 그녀를 이리도 험한 길로 이끌었을까? 친정에 와도 뭐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떠나려고 일곱 시간을 달려왔다. 자본주의 시대에 맞지 않는 셈법이다. 우리는 합리적으로 산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부모의 정이 그리워서 왔겠지. 고향이 그리워서. 나도 10년을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때 서울을 오르내렸다.



바람처럼



나는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다.

어디에 소속이 되면 내 자유가 구속된다.

바람은 그 어디에도 갇히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부터 줄을 서지 않았다.

나는 라인이 없다.

누구의 후광을 입은 적이 없다.

조용히 내 할 일을 해왔을 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야 나다운 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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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최승권 2017 10월 토론작품 : 가을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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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7. 8. 1. 12:16
통합 게시판

[김성중 7월 토론작] : 느티나무 옷걸이,시,탁란-00,랙,회화나무,환대,철로,광주송정역에서,습관,스탠드,스탠드와 지렁이,탁란,학교방송는 쉬지 않는다 13편



단오작성시간2017.07.20  조회수3

0

느티나무 옷걸이

 

번다한 교무실을 피해서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바람을 쐰다.

느티나무에게 저고리를 맡기고서

내 맘은 한없이 자유롭다.

월요일 1,2교시 수업을 했으니

나에겐 달콤한 휴식이 필요하거늘

내가 쉴 곳은 운동장 스탠드뿐

느티나무를 곁에 두고서

상념에 젖는다.

 




 

시가 다가온다는 말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시에게 늘 다가간다.

내가 시에게 다가가면

시는 언제나 뒷걸음치곤 한다.

그래도 나는 또 시에게

웃음을 띠면서 다가간다.

왜냐하면 나는 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나에게 늘 비우호적이다.

때로는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시의 마음에 들 때까지

들이댈 것이다.

 


탁란-00

 

붉은머리오목눈이야 알을 지켜라

뱁새야 뻐꾸기를 몰아내라

뻐꾹 뻐꾹 뻑꾸욱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몰래 알을 낳은 뻐꾸기 암컷은

알을 지키느라 분주하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암컷은

뻐꾸기알을 품느라 힘이 빠지고

제 새끼를 죽인 원수새끼

뻐꾸기새끼를 기른다

저보다 더 큰 뻐꾸기새끼 주둥이에

벌레를 물어다 준다

탁란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숲

뻐꾹 뻐꾹 뻑꾸욱

뻐꾸기새끼 날아간 하늘은

푸르디푸르다.

 




 

연결 지연
랙에 걸리면

 

아무 것도 못 해

답답해서 죽어

 

내 컴퓨터는 지금

숨을 고르고 있다

 

나는 작업을 못 해서

안절부절 못 하는데

 

주변의 동료들은

8월 야자 당번을 바꾸기에 바쁘고

 

8월 개학일에나

컴퓨터를 바꿔준다고 한다.

 

 

회화나무

 

저 나무는 어떤 언어로 대화를 나눌까

다정하게 물어오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머리를 싸고 고민에 빠진다.

나무니까 나무 목자를 써서 목어일까

아니 그건 형식적이고 내용이 없어

그러면 물을 먹고 사는 나무니까

물먹어로 대화를 나눌까

아니 아니 나무는 아름다운 존재니까

미인어로 회화를 하지 않겠어?

나와 당신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일곡동 가로수 회화나무는

말없이 꽃만 피워대며

벌과 밀어를 속삭이는 한여름.

 


환대

 

정원의 시집 「환대」 두 권

한 권은 새 책

한 권은 헌 책

포도시 구했다.

도시에서는 환대를 하기도

환대를 받기도 어려운데

환대에서 니은이

떨어져나가면 어떡한다냐

환대를 읽으며 나는

환장허게 좋아분다.




철로

 

늘 평행선

만나서는 안 될 친구

그리워서 미치는

녹이 슬어도

기차가 한 번 지나가면 스러지는

내 마음과 같은

기다림의 달인

설 줄 모르고 누워만 있는

우직하게 견디는

반란을 꿈꾸지 않는

거짓을 모르는

기적소리 요란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싣고

휴전선을 거침없이 뭉개고 싶은

첼로가 아니어서

아재 소리를 듣는

두 줄이니까 해금 연주를 하고 싶은

광주송정역 9번과 10번 플랫폼 철로




광주송정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장맛비가 잠깐 갠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드넓은 주차장엔

주인 떠난 자동차들이 가득 찼고

녹슨 철로는 마음 졸이고

이름 모를 나무는

작은 열매를 달고 있고

광주송정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깨비가지꽃이 피어서

나를 반긴다.



습관

 

차에 오르니 비가 내린다.

오늘 퇴근할 때는 늘 복잡한

양산초등학교 앞길을 피했다.

첨단2교를 건너서 모처럼만에

우회전하여 첨단2산단을 지나서,

연제피오레를 지나서,

코카콜라사거리를 지나서

일동중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행시간은 15분(17:20-17:35)이고

주행거리는 7.3km다.

양산초등학교 앞길보다

0.8km가 더 멀다.




스탠드

 

교무실이 답답해질 때면

운동장가 응원석으로 간다.

느티나무가 긴 그늘을 드리우고

지붕이 햇볕을 가려주는 곳

나는 이곳에서 마음이 한가하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인데

누군가 땀 흘리며 뛰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는 것이다.

응원석에서 소리 없는 박수를 치는

나의 호사를 당신은 모르리.

나의 자리는 손수건을 깐 자리

비단 방석도 없는 자리

내 마음이 답답할 때면

나는 운동장가 응원석으로 간다.




스탠드와 지렁이

 

운동장가 스탠드에 앉아서

한여름 뜨거운 바람을 쐬며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을 보았다.

시멘트 계단 응원석에서는

온 몸에 모래를 바른 실지렁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저 지렁이 저렇게 가다가는

큰 일 나겠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점심을 먹고 그곳에 다시 가서 보았더니

지렁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뜨거운 여름날 절망한 지렁이는

이카루스처럼 날개를 달고 날아갔나

두더지처럼 시멘트 스탠드를 파헤치고

깊은 땅속으로 스며들었나

짝을 찾는 매미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탁란

 

국립공원 무등산 원효계곡

풍암정과 풍암제 풍광에 반해서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왕버드나무 충효동 호수생태공원에 들렀다.

쭈그렁 할매 푸성귀 몇 잎

진열해 놓고 졸고 있다.

나는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깻잎이며 솔을 사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젊은 아낙이 달려와서

자기 물건이라고 한다.

풍암정 가는 길에

파라솔을 펴놓고 옥수수를 파는 할매한테

옥수수를 사기도 했는데

쭈그렁 할매를 앞세워 장사하는

저 젊은 아낙의 장사수완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는

일요일 저녁이었다.




학교 방송은 쉬지 않는다

 

학년실 방송은 쉬지 않는다.

교무실 방송도 쉬지 않는다.

선생들은 틈만 나면 방송을 한다.

수업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행사 안내

누구 교무실로 와라

지금 종례하러 간다.

반장은 당장 교무실로

 

방송을 들은 학생들은 곧장 교무실로 달려오고

나는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

반 아이를 호출하거나

다른 반 아이를 호출하지도 않았다.

친절하게도 나는

교실을 찾아가서 전달하거나

해당 학생을 찾았다.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학교 방송은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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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작성시간2017.07.20  조회수3

0

느티나무 옷걸이

 

번다한 교무실을 피해서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바람을 쐰다.

느티나무에게 저고리를 맡기고서

내 맘은 한없이 자유롭다.

월요일 1,2교시 수업을 했으니

나에겐 달콤한 휴식이 필요하거늘

내가 쉴 곳은 운동장 스탠드뿐

느티나무를 곁에 두고서

상념에 젖는다.

 




 

시가 다가온다는 말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시에게 늘 다가간다.

내가 시에게 다가가면

시는 언제나 뒷걸음치곤 한다.

그래도 나는 또 시에게

웃음을 띠면서 다가간다.

왜냐하면 나는 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는 나에게 늘 비우호적이다.

때로는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시의 마음에 들 때까지

들이댈 것이다.

 


탁란-00

 

붉은머리오목눈이야 알을 지켜라

뱁새야 뻐꾸기를 몰아내라

뻐꾹 뻐꾹 뻑꾸욱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몰래 알을 낳은 뻐꾸기 암컷은

알을 지키느라 분주하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암컷은

뻐꾸기알을 품느라 힘이 빠지고

제 새끼를 죽인 원수새끼

뻐꾸기새끼를 기른다

저보다 더 큰 뻐꾸기새끼 주둥이에

벌레를 물어다 준다

탁란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숲

뻐꾹 뻐꾹 뻑꾸욱

뻐꾸기새끼 날아간 하늘은

푸르디푸르다.

 




 

연결 지연
랙에 걸리면

 

아무 것도 못 해

답답해서 죽어

 

내 컴퓨터는 지금

숨을 고르고 있다

 

나는 작업을 못 해서

안절부절 못 하는데

 

주변의 동료들은

8월 야자 당번을 바꾸기에 바쁘고

 

8월 개학일에나

컴퓨터를 바꿔준다고 한다.

 

 

회화나무

 

저 나무는 어떤 언어로 대화를 나눌까

다정하게 물어오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머리를 싸고 고민에 빠진다.

나무니까 나무 목자를 써서 목어일까

아니 그건 형식적이고 내용이 없어

그러면 물을 먹고 사는 나무니까

물먹어로 대화를 나눌까

아니 아니 나무는 아름다운 존재니까

미인어로 회화를 하지 않겠어?

나와 당신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은

일곡동 가로수 회화나무는

말없이 꽃만 피워대며

벌과 밀어를 속삭이는 한여름.

 


환대

 

정원의 시집 「환대」 두 권

한 권은 새 책

한 권은 헌 책

포도시 구했다.

도시에서는 환대를 하기도

환대를 받기도 어려운데

환대에서 니은이

떨어져나가면 어떡한다냐

환대를 읽으며 나는

환장허게 좋아분다.




철로

 

늘 평행선

만나서는 안 될 친구

그리워서 미치는

녹이 슬어도

기차가 한 번 지나가면 스러지는

내 마음과 같은

기다림의 달인

설 줄 모르고 누워만 있는

우직하게 견디는

반란을 꿈꾸지 않는

거짓을 모르는

기적소리 요란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싣고

휴전선을 거침없이 뭉개고 싶은

첼로가 아니어서

아재 소리를 듣는

두 줄이니까 해금 연주를 하고 싶은

광주송정역 9번과 10번 플랫폼 철로




광주송정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장맛비가 잠깐 갠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드넓은 주차장엔

주인 떠난 자동차들이 가득 찼고

녹슨 철로는 마음 졸이고

이름 모를 나무는

작은 열매를 달고 있고

광주송정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도깨비가지꽃이 피어서

나를 반긴다.



습관

 

차에 오르니 비가 내린다.

오늘 퇴근할 때는 늘 복잡한

양산초등학교 앞길을 피했다.

첨단2교를 건너서 모처럼만에

우회전하여 첨단2산단을 지나서,

연제피오레를 지나서,

코카콜라사거리를 지나서

일동중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주행시간은 15분(17:20-17:35)이고

주행거리는 7.3km다.

양산초등학교 앞길보다

0.8km가 더 멀다.




스탠드

 

교무실이 답답해질 때면

운동장가 응원석으로 간다.

느티나무가 긴 그늘을 드리우고

지붕이 햇볕을 가려주는 곳

나는 이곳에서 마음이 한가하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인데

누군가 땀 흘리며 뛰고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는 것이다.

응원석에서 소리 없는 박수를 치는

나의 호사를 당신은 모르리.

나의 자리는 손수건을 깐 자리

비단 방석도 없는 자리

내 마음이 답답할 때면

나는 운동장가 응원석으로 간다.




스탠드와 지렁이

 

운동장가 스탠드에 앉아서

한여름 뜨거운 바람을 쐬며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을 보았다.

시멘트 계단 응원석에서는

온 몸에 모래를 바른 실지렁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기어가고 있었다.

저 지렁이 저렇게 가다가는

큰 일 나겠다고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다.

점심을 먹고 그곳에 다시 가서 보았더니

지렁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뜨거운 여름날 절망한 지렁이는

이카루스처럼 날개를 달고 날아갔나

두더지처럼 시멘트 스탠드를 파헤치고

깊은 땅속으로 스며들었나

짝을 찾는 매미 울음소리만 가득하다.




탁란

 

국립공원 무등산 원효계곡

풍암정과 풍암제 풍광에 반해서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왕버드나무 충효동 호수생태공원에 들렀다.

쭈그렁 할매 푸성귀 몇 잎

진열해 놓고 졸고 있다.

나는 아내의 눈치를 보면서

깻잎이며 솔을 사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젊은 아낙이 달려와서

자기 물건이라고 한다.

풍암정 가는 길에

파라솔을 펴놓고 옥수수를 파는 할매한테

옥수수를 사기도 했는데

쭈그렁 할매를 앞세워 장사하는

저 젊은 아낙의 장사수완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하는

일요일 저녁이었다.




학교 방송은 쉬지 않는다

 

학년실 방송은 쉬지 않는다.

교무실 방송도 쉬지 않는다.

선생들은 틈만 나면 방송을 한다.

수업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행사 안내

누구 교무실로 와라

지금 종례하러 간다.

반장은 당장 교무실로

 

방송을 들은 학생들은 곧장 교무실로 달려오고

나는 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면서도

아직까지는 방송을 하지 않았다.

반 아이를 호출하거나

다른 반 아이를 호출하지도 않았다.

친절하게도 나는

교실을 찾아가서 전달하거나

해당 학생을 찾았다.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학교 방송은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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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14. 10. 29. 18:20

우리 동네에서

 

 

 

우리 동네 번화가인 파리바게트 모퉁이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구두수선 노점에서

한가위 명절을 쇠려고 모처럼만에 구두를 닦았다.

그곳을 지나쳐만 다니다가 오늘은 큰 맘 먹고 구두를 닦았다.

그가 손짓으로 달라는 돈은 2,500원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특별한 날인 것이다.

내 구두코는 반짝반짝 빛났고

그 구두수선공은 과외로 수입을 얻었고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됐고

동네 책방에서 코미디언 김제동이 쓴 책을 두 권이나 샀고

알라딘 서점에서 가수 김장훈의 앨범을 여러 장 샀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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