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7. 3. 9. 21:16

봄날

정철훈

봄날 녹슨 함석지붕이 운다

봄바람에 어깻죽지를

들썩이며 운다

겨우 붙들어맨 못대가리가 빠져

함석도 날개가 있다고 덜덜덜 운다

한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렀음인가

양계장에서는 장닭이 암탉을 올라타다 말고

흙먼지를 날리며 홰를 친다

먼산엔 진달래 개나리 매화가 불붙고

바람은 모래를 날려 삶을 재촉하는데

봄은 근질거리는 날갯죽지로 오는가

봄날 함석지붕이 운다

봄바람에 어깻죽지를

들썩이며 운다

*정철훈 시집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민음의 시 110/민음사/2002.6.15. 초판 인쇄) 11쪽에서

*정철훈 : 195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남. 국민대 및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 졸업. 역사학 박사. 1997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백야'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함. 시집 [살고 싶은 아침](2000) 출간.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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