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7. 3. 23. 17:05

담배

이승훈

깊은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면 담배 생각이 나고 난 기사 옆 자리에 앉아 기사에게 말한다 담배 한 대만 피웁시다 그러세요 어떤 기사는 허락하고 에이 좀 참으세요 어떤 기사는 참으란다 깊은 밤엔 많은 기사들이 담배를 허락하고 난 창문을 반쯤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가 떨어져 기사에게 담배를 빌릴 때도 있다 어느 해던가? 성냥을 켜던 나를 보고 기사가말했지 선생님 이상하네요 아니 켜기 쉬운 라이터를 두고 왜 성냥을 넣고 다니십니까? 네 성냥이 좋아서요 라이터는 무겁고 성냥은 가볍잖아요? 그런 밤도 있었다

*이승훈 시집 [이것은 시가 아니다](세계사 시인선 139/2007.3.2.발행15쪽에서

*이승훈 : 아호 이강(怡江). 강원도 춘천 출생. 196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현재 한양대 국문과교수. 시집에 [사물A], [당신의 방], [비누], [너라는 햇빛], [밤이면 삐노가 그립다], [나는 사랑한다] 등 14권. 시론집 [시론], [해체시론], [한국모더니즘시사] 등 20권. 총 55권의 저서가 있음.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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