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7. 3. 25. 22:07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 1485-1541)의 은둔시

안대회 옮김

내 밭이 넓진 않아도

배 하나 채우기에 넉넉하고

내 집이 좁고 누추해도

몸 하나는 언제나 편안하네

밝은 창에 아침 햇살 오르면

베개에 기대어 옛 책을 읽고

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

영고성쇠는 나와는 무관하네

무료할 거라곤 생각지 말게

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

(<기묘사화(1519-조광조 사사됨)가 일어나자 나는 연좌되어 고양 망동의 시골집에 물러나 살았다. 이웃 마을의 수재 변호(邊灝)가 편지를 보내 무료함을 위로하길래 곧바로 편지 끝에 써서 답하였다>)

*안대회 지음 [선비답게 산다는 것](푸른역사/ 2007.2.27. 초판 3쇄 발행)46-47쪽에서

*김정국 : 중종 때의 명신으로 모재(慕齋) 김안국(金安國)의 아우다. 1519년 기묘사화 때 정계에서 축출당해 고양군 서쪽 망동리(芒洞里)에 은휴정(恩休亭)이란 작은 작은 정자를 짓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책을 지으며 나날을 보냈다.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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