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7. 3. 29. 12:29

숙제와 폐타이어

복효근

숙제장 노트를 엎어놓은 듯한 슬레이트 지붕위에

폐타이어 몇 개 놓여있다

그렇지 삶은 숙제이지

저 작은 지붕 아래도 풀어야 할 문제는 잔뜩 쌓여서

때로는 새벽까지 불이 밝았다

그래서 지아비가 다시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지어미는 그보다 먼저 까만 비닐봉지에

두부를 사들고 들어가 찌개를 끓였을 것이다

그래 잘 풀었다고 선생님이

착한 아이 숙제장에 그려준 동그라미처럼

하느님이 동그라미 대신 폐타이어를 올려놓았을지도 모르지

가끔은 냄비가 뒹굴고

흐느낌 소리가 마당귀를 적셨으나

요란하게 풀 문제도 있긴 하는 거라

숙제를 잘 풀긴 하였던지

이번 태풍에도

지붕 끄떡없다 폐타이어 몇 개

저 수레 같은 집 한 채 끌고

이 밤도 어느 하늘 향하여 가려는지

창에 다시 환하게 불이 켜지고

거기에 응답하는

누구의 미소인가 하늘엔 눈썹달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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