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11. 4. 28. 10:50

어처구니가 산다

천양희

나 먹자고 살을 씻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꽃 다 지니까

세상의 삼고(三苦)가

그야말로 시들시들합니다

나 살자고 못할 짓 했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겟습니다

잚못 다 뉘우치니까

세상의 삼독(三毒)이

그야말로 욱신욱신합니다

나 이렇게 살아도 되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겨우 봄이 간다는 걸 알겠습니다

욕심 다 버리니까

세상의 삼충(三蟲)이

그야말로 우글우글합니다

오늘밤

전갈자리별 하늘에

여름이 왔음을 알립니다

*천양희,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시선326),창비,2011. 86-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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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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