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10. 9. 24. 16:19
손
조인선
안성시 일죽면에 아주 작은 카센터 젊은 사장의 손을 본 적이 있다
장갑을 벗자 기름 때에 찌든 손이 번들거렸다
악수를 해보면 알겠지만
몸으로 먹고사는 이들의 손은 대체로 크고 굵다
세상을 이루는 바닥이다
젖소 십오 년 사과밭 십이 년
지금은 몰락한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고생하신 어머니 손가락은
마디마디 뼈가 튕그러져 있다
집을 떠나고 싶을 때 어머니는 그 손으로 나를 잡으셨다
가만히 보니
담배에 찌든 가운뎃손가락 끝마디는
펜을 쥘 때도 일치하는데
내 정신이 시가 되는 곳도 이 자리였다
*조인선 시집 [노래](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2010.7.12 1쇄) 40쪽
'함께 읽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처구니가 산다 / 천양희 (0) | 2011.04.28 |
---|---|
고추(丹椒) (0) | 2010.10.26 |
참 우습다 / 최승자 (0) | 2010.01.21 |
새벽 메아리 / 윤석주 (0) | 2010.01.21 |
저 슬픈 망루를 보라 / 송경동 (0) | 2010.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