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10. 1. 21. 14:40

참 우습다

최승자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최승자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지성 시인선 372, 문학과지성사, 초판 3쇄 발행일 2010.1.18.)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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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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