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11. 8. 31. 20:33

금호철화 / 조정권

아, 이 금호철화(金號鐵花)

어려운 식물이지요 쇠꽃을 피웁니다

이 선인장의 성깔을 잘 알지 못하면 키우지 말아야 합니다

콘도르가 사막의 하늘을 맴돌다가 급강하해 앉은 모습

골 깊고 진녹색의 단단한 몸체엔 솟구치고 뻗친 가시들 보세요, 화살촉처럼 무장하고 있어요

가시들은 원산지에서 지나가는 말의 편자까지도 뚫고 올라옵니다

조심하세요 손

이놈들은, 뿌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시가 생명이지요

숨을 가시로 쉽니다 가시가 부러지면 썩기 시작하지요

어찌나 지독한지 뿌리를 몽땅 잘라 삼년을 말려두었다가

모래에 다시 심으면, 서너 달이면 제 몸에서 스스로 새 뿌리를 내립니다

흙 나르는 수레바퀴에 구멍을 내는 것도 이놈들입니다

조심하세요, 가시가 살아 있으니까

'함께 읽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퉁이  (0) 2012.06.01
시가 내게 오지 않았다 / 권지숙  (0) 2011.07.06
어처구니가 산다 / 천양희  (0) 2011.04.28
고추(丹椒)  (0) 2010.10.26
손 / 조인선  (0) 2010.09.24
posted by 추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