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7. 2. 25. 12:42

미친 개와 나

김형관

미친 개를 보았습니다

생긴 것은 말짱합니다

눈 두 개, 귀 두 개, 입 하나

하지만 분명 두 눈엔

벌건 하늘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미친 개입니다

주삣주삣 솟은 털은

불안과 공포와 파괴에

힘없이 떨리고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사람들은 그 개가

미친 개란 걸 알지 못합니다

큰 일 났습니다

그 개가 흙탕물에 빠지더니

발광을 하기 시작햇습니다

분명 나에게 달려오는 게

틀림없습니다

나는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경직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웬지 달려오는 그 개가

불쌍해 보입니다

미친 개를 보고 있습니다

그 개의 눈엔 미친 사람이

서 있습니다

*김형관 유고시집 [하늘 키재기] ( 금호문화 / 1997.2.28.) 32-33쪽에서

*김형관 : 1978년 광주 출생. 1997년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서강대에 합격했으나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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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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