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2009. 8. 6. 15:33

나무

킬머



나무같이 예쁜 시를

나는 다시 못 보리.

대지의 단 젖줄에

주린 입을 꼭 댄 나무.


종일토록 하느님을 보며

무성한 팔을 들어 비는 나무


여름이 되면 머리털 속에

지경새 보금자리를 이는 나무


시는 나같이 바보가 써도

나무는 하느님만이 만드시니.


*지경새 : 지빠귀새.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정신의 깊이와 미적 감동의 세계 이 두 가지 측면을 시적 진실로 본 사람은 엠 아놀드이다. 미적 감동의 심미적 정서라는 측면에서 시인은 모국어에 바쳐진 순장자이며 모국어의 최후 완성자라고 송수권 시인이 말한 시인의 자리에 함부로 앉으려는 모조품 같은 시인들이 시단에 저잣거리처럼 득실거려서야 되겠는가. 시인이여 목숨을 걸고 시를 쓰자..이 세상을 진실의 끈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

킬머의 '나무'에서 나무는 제도화된 언어의 나무가 아니다. 시인이 오기 전에 나무는 침묵하고 있었고 시인이 없었으면 나무는 가난한 영혼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킬머가 재창조한 나무는 이 세상 무엇과도 견줄수 없는 하늘이 쓴 가장 예쁜 시다.


출처 : 이부용의 문학공간(지구가 울고있다) sunnybrook.egloos.com

조이스 킬머 (Alfred) Joyce Kilmer (1886-1918)


미국 시인.

러트거 대학과 콜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했다.

1911년에 아일랜드 시인들의 영향을 받은 첫 시집 Summer of Love을 내었고,

카톨릭으로 개종한 다음에는 형이상학파 시인들을 본받았다.

유명한 시 "나무(Trees)"는 1913년에 잡지 Poetry에 발표되었다.

소박한 철학과 감상이 결합된 이 시는 곧 널리 인기를 얻었다.

그가 남긴 중요한 작품은 Trees and Other Poems(1914),

The Circus and Other Essays(1916),

Main Street and Other Poems(1917),

Literature in the Making(1917) 등이 있다.

1913년 뉴욕 타임즈사의 직원이 되었고,

1917년에 현대 카톨릭 시 선집인

Dreams and Images를 편집.

1차 대전 중에 전사하였고 사후 프랑스의 무공십자훈장(Croix de Guerre)를 받았다.

posted by 추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