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책 2006. 9. 19. 08:17
나는 고발한다: 드레퓌스사건과 에밀 졸라-인간과 역사를 탐험한다 03 | 니콜라스 할라즈 저/황의방 역 | 한길사

[진실을 땅에 묻을 수는 없다]


드레퓌스는 죄가 없다
-슈바르츠코펜의 독백-


들어봐라, 프랑스 사람들아.
드레퓌스에겐 죄가 없다.
모든 것이 거짓이고 모략이다.
당시에 빠리의 독일대사관 무관이었던 내가
1917년 죽기 직전에 뱉은 말이다, 진실이다.
그대가 단지 유태인이기 때문에
그대는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모진 고초를 겪었구나, 드레퓌스여.
사악한 집단이 만들어낸
집단발작과 집단최면으로
하마터면 프랑스혁명이 죽을 뻔했구나.
나는 죽은 지금에도 그대에게 미안하구나.
정말로 미안하구나.
에스떼라지 소령이 명세서를 넘겼다지만
내가 보기도 전에 잃어버렸고
프랑스 참모본부가 이를 조작했단다.
나는 백골이 되었어도
참혹했던 1894년을
잊을 수가 없구나.
그대가 악마도로 떠난 그때를.


드레퓌스를 아는가?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서양의 외로운 섬 악마도의 감옥에서 족쇄를 찬 채 울부짖는 선량한 유태인, 프랑스 육군 대위 드레퓌스, 우리는 그를 잊어선 안 된다. 우리 인간 사회에서 지하에 묻어버린 진실이 얼마나 될까? 권력을 쥔 세력들은 왜 진실을 감추려고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진실은 어떻게 밝혀지는 것일까?

[나는 고발한다]는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소설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책이다. 이 책을 손에 잡는 순간 당신은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서야 책을 놓을 것이다. 니콜라스 할라즈는 엄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드레퓌스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거짓을 증오하고 위선을 혐오하고 진실을 밝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당신은 당신의 친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잡혀가서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선량한 시민이 편견 때문에 누명을 쓰고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우리는 여기에서 세계적인 문호 에밀 졸라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나나], [목로주점], [제르미날] 등 [루공 마까르 총서]로 이름을 날린 에밀 졸라는 왜 대통령을 고발하는 공개편지를 신문에 발표했는가?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지식인의 양심을 읽어야 한다. 불의를 보고도 짐짓 못 본 채 한 우리들의 비겁을 읽어내야 한다.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프랑스를 내전의 위기로까지 몰고 갔던 드레퓌스 사건은 남북분단과 지역감정으로 갈가리 찢긴 한반도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당신이 지식인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고발한다] 이 책을 읽지 않고는 배기지 못 할 것이다.

책에서 인용 : 졸라는 슈레르와 피카르를 찬양했다. 그들이 비록 악마가 설치는 동안 신의 처분만 기다리기는 했어도. 행동하는 것은 그들의 임무이기보다는 대통령의 임무였다. 나는 궁극적으로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하겠습니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고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은 지하에 묻혀서도 자라납니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합니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는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것입니다.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운 장래에 가장 먼 곳까지 재앙을 미치게 할 지뢰를 매설했는지 아닌지........ 긴 편지를 끝내면서 다음과 같이 고발했다. 나는 뒤파티 중령을 고발합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나는 이 점을 믿고자 합니다) 법적 과오의 악마 같은 중개인이었음을, 또한 지난 3년간 가장 부조리하고 역겨운 음모와 자신의 사악한 행위를 계속해서 은폐했음을 고발합니다.(중간생략) 내가 취한 행동은 진실과 정의의 폭발을 서두르기 위한 혁명적 조치입니다.

--- 2001/02/17 (kimbyeol)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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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싶은 책 2006. 9. 19. 08:14
조지 오웰은 자유와 자연과 반권력의 정신이었다 / 김성중


박홍규 지음, 조지 오웰, 이학사, 2003.6.25, 326쪽, 13,000원


2003년은 조지 오웰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여서 그런지 오웰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다. 더구나 NEIS(네이스)를 반대하며 정보인권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1984년'의 빅브라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사회는 너무 끔찍하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1945)과 '1984년'(1949)을 쓴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동물농장'이 미국무부의 지원을 받아서 한국어로 최초로 번역이 되었다(1948년)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공소설로서 말이다. 그만큼 우리들은 조지 오웰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지은이 박홍규는 조지 오웰이 영국에서는 중요한 작가나 정치사상가로 대접을 받는데도 우리 나라 영문학계에서는 푸대접을 받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조지 오웰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서 이 평전을 썼다고 말한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의 삶과 사상의 궤적을 우리들에게 알려 준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는 인간오웰, 제2부는 사회주의 작가, 제3부는 반권력의 작가이다. 영남대 법대 교수인 지은이는 오웰을 민중적 사회주의자로 본다. 오웰은 공산주의나 자본주의 모두 전체주의로 보았으며, '동물농장'이나 '1984년'은 전체주의에 반대하는 오웰의 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말한다.

본명이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인 오웰은 1903년에 식민지인 인도에서 마약국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사립명문인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식민지 버마에서 식민지경찰 노릇을 하다가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회의에 빠져 1927년에 사직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제국주의에 반발하며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다가 1937년에 스페인 시민전쟁에 참전하여 파시스트와 싸운다. 폐결핵과 싸우면서 '1984년'을 쓰고 1950년 1월에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불꽃처럼 스러진다.

오웰의 삶은 그가 스페인 시민전쟁에서 만난 무명의 시민용사를 노래한 시에 집약되어 있다. '당신 얼굴에 나타난 것은/어떤 권력도 빼앗을 수 없는 것./어떤 폭탄도 산산조각으로 부수지 못할 /수정 같이 맑은 정신'.

담배를 꼬나물고 타자를 치는 깡마르고 꺼벙한 조지 오웰을 통해 우리들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세상을 얻을 수 있을까? 조지 오웰이 바랬던 보통 사람(민중)들이 인간적 품위(decency)를 지키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오웰의 생전에 출판된 작품목록은 다음과 같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인생(소설,1933), 버마의 나날들(소설,1934), 목사의 딸(소설,1935), 엽란을 날려라(소설,1936), 위간부두로 가는 길(에세이,1937), 카탈로니아 찬가(르포,1938), 숨쉬러 올라오기(소설,1939), 고래의 뱃속에서(에세이,1940), 사자와 일각수(에세이, 1941), 동물농장(소설,1945),1984년(소설,1949), 코끼리를 쏘다(에세이,1950)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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