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2011. 5. 25. 12:33

<1996년에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보내 온 편지>

김성중 선생님께

선생님께 올리는 두 번째 편지입니다.

스승의 날에 제 편지 읽어보셨겠지요.

제 기억으론 선생님께 선생님의 공부방법이 싫다고 얘기한 것 같습니다.

이번 편지도 좋은 내용은 아닙니다.

우리 반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입니다.

선생님께서 백 번 말씀하셔도 백한 번째 또 떠드는 반입니다.

선생님께서 저희 그런 모습에 실망하셨다면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안 되니까 때려주세요.

저도 우리 반에서 굉장히 떠드는 아이들에 속합니다.

전 때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무슨 벌이라도 받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쓰레기나 청소문제 말씀하셨을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도 떠들고 말도 안 듣는 우리 반 애들도 밉지만 그런 애들 잡지 못하는 선생님이 더 밉습니다.

우리 반은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자유를 모른다면 매가 필요합니다.

어떤 선생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선생님께선 밖에서는 ‘참교육’ 하고 외치면서 안에서 뭐 하자고 그러면 무조건 반대한다’고

물론 대중도 중요하지만 선생님은 바라보고 있는 44명 우리 반의 아이들도 생각해주세요. 저도 답답해요.

떠드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해도 듣지도 않고

반장 부반장은 형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 부탁드립니다.

저도 쭉 보고 참아왔지만 애들을 조용히 못 시키는 선생님을

보면 답답합니다.

선생님 아는 거 많잖아요.

제발 좋은 방법 안 된다면 매라도 들어서

우리 반을 바꿔주세요.

그렇게 못하신다면 담임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요.

담임이라면 44명의 아이들을 책임지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주는 게

담임의 임무인데 선생님이 하시는 행동을 보면 담임이길 포기한 것 같아요.

이게 제자의 도리가 아닌 걸 알아요.

하지만 이런 학급분위기에선 공부하기도 힘들어요.

이런 제 말 듣고 다른 반으로 보내주신다는 얘긴 하지 마세요.

전 우리 반에 있고 싶어요.

우리 반 아이들도 잘 지도해 주시면 잘 할 거예요.

때론 무섭게, 때론 다정하게.

그런 김성중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싶어요.

너무 길군요. 그만 할게요.

- 제자 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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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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