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책 2009. 6. 20. 15:38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도스또예프스키(상권431-2,열린책들)


“금세기(19세기) 초에 세도 당당한 인척들이 많은 부유한 지주였던 어느 장군이 있었는데, 그는 관직에서 물러나 쉬면서 자기 하인들을 죽이고 살릴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믿는 그런 부류들(사실 이미 당시에도 그런 작자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중의 한 사람이었어. 당시 그런 작자들이 있기는 있었지. 그런데 그 장군은 자기 영지에 2천 명의 농노를 거느리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으므로 이웃한 소지주들은 자기 집 식객이나 어릿광대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았던 거야. 거기에는 수백 마리의 개를 기르는 개집이 있었고, 1백 명에 달하는 사냥개지기들은 한결같이 제복을 입고 말을 타고 다녔어. 그런데 하인집 아이가, 겨우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놀다가 돌을 잘못 던져서 장군이 아끼던 개의 다리를 다치게 만든 거야. ‘내가 아기는 개가 어째서 다리를 저는 거냐?’ 하고 장군이 묻자, 사람들은 소년이 여차여차 돌을 던져서 다리를 다치게 만들었다고 대답했지. 장군은 ‘바로 네 놈이구나’ 하고 소리쳤지. 하인들은 어머니 품에서 그 소년을 빼앗아서 밤새 헛간에 가두었고, 다음날 동이 트기도 전에 장군은 사냥 채비를 갖추고 말을 타고 나타났어. 말 안장에 앉아 있는 그의 주변에는 식객들, 사냥개들, 사냥개지기들, 몰이꾼들이 말을 탄 채 에워싸고 있었던 거야. 주위에는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하인들이 모여 있었고, 그 맨 앞에는 잘못을 저지른 소년의 어머니가 서 있었지. 마침내 소년이 헛간에서 끌려 나왔어. 음산하고 날씨도 차가운데다가 안개가 낀 가을날이어서 사냥하기에 적당한 날이었지. 장군은 소년의 옷을 벗기라고 명령했고, 소년은 옷을 홀딱 벗긴 채 너무 무서워서 거의 정신이 나간 나머지 찍 소리도 하지 못 했어……. ‘저놈을 끌어내라’ 하고 장군이 명령을 내리자, 사냥개지기들은 ‘뛰어, 어서 뛰어!’ 하고 소리치며 보르조이 사냥개들을 모두 풀어놓은 거야. 바로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물어 죽인 거지. 사냥개들은 아이를 갈기갈기 물어뜯고 말았거든! 그래서 장군은 금고형인가를 선고받았다는 거야. 그렇다면…… 그자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총살을 시킬까? 도덕적 감정을 만족시키기 위해 총살을 시킬까? 말해봐, 알료사!”

“총살을 시켜야죠!”알료사는 하얗게 일그러진 미소를 띤 채 형을 뚫어질 듯 응시하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브라보!” 이반은 기뻐하며 탄성을 질렀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로 봐서 ……, 고행계율을 받은 네가! 그렇다면 네 가슴속에도 어떤 새끼 악마가 들어 있는 거야, 알료사 까라마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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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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