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6. 9. 15. 10:34
겨울 느티 / 최승권
네 나이 열일곱 살,
운동장 쪽 금간 유리창가에서
입김 불며 두 팔 벌리고
어둑한 농구장을 한없이 바라보던
겨울 느티 한 그루.
단풍잎 모두 내어주고
빈 몸으로 소낙눈을 맞듯,
젊은 날의 꿈이 책갈피 속에서만
형광불빛으로 하얗게 꿈틀거린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침묵의 전투,
쏟아지는 무수한 지식의 사각형 화살에도
쓰러지지 않고 너를 있게 한 건
검은 구름 틈에서 잠깐 본 푸른 별빛.
오늘도 벚꽃잎 같은 눈발이 내려
운동장을 모두 지우고 있는데
교실 밖으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지 못한 정열의 책가방이
마루바닥에 엎드려 씩씩거리고 있다.
저 멀리 새매 한 마리는
농구공처럼 하늘로 튀어 오르는데
열일곱의 느티는 눈발에 외발로 손들고 서있다.
남국(南國)을 그리는 해오라기처럼.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5년 겨울호(통권66호)
네 나이 열일곱 살,
운동장 쪽 금간 유리창가에서
입김 불며 두 팔 벌리고
어둑한 농구장을 한없이 바라보던
겨울 느티 한 그루.
단풍잎 모두 내어주고
빈 몸으로 소낙눈을 맞듯,
젊은 날의 꿈이 책갈피 속에서만
형광불빛으로 하얗게 꿈틀거린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침묵의 전투,
쏟아지는 무수한 지식의 사각형 화살에도
쓰러지지 않고 너를 있게 한 건
검은 구름 틈에서 잠깐 본 푸른 별빛.
오늘도 벚꽃잎 같은 눈발이 내려
운동장을 모두 지우고 있는데
교실 밖으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지 못한 정열의 책가방이
마루바닥에 엎드려 씩씩거리고 있다.
저 멀리 새매 한 마리는
농구공처럼 하늘로 튀어 오르는데
열일곱의 느티는 눈발에 외발로 손들고 서있다.
남국(南國)을 그리는 해오라기처럼.
-함께여는 국어교육 2005년 겨울호(통권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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