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시
2006. 9. 15. 10:41
옛집 / 김민휴
.
섬쥐똥나무 생울타리에 옴팍 묻힌 집
지붕에 까만 쥐똥나무 열매 수북이 쌓인 집
겨우내 굴뚝새 소리 가득한 집
울안 가득 아버지 호령소리 쩌렁한 집
장두감나무 황토마당에 휘어져 닿은 집
울 밑에 작약꽃, 목단꽃 단정한 집
여름내 말벌 소리 징징대는 집
뒤란 처마 밑 눈썰매, 방패연 꿈꾸는 집
셋째형이 팽이 깎다가 잠깐 뒤란을 비운 집
잠 깬 고양이 담 위에 올라
쭉 뺀 다리로 오지게 하품 하며
마실가기 전 뒤돌아보는 집
내가 오래 오래 뒤돌아보며 떠나온 집
숨가쁘게 달겨가 안기던 집
동백아가씨 곱게 부르며 베갯모에 수 놓던
큰누님 시집가고 없는 집
어머니가 날 못보고 세상을 떠난 집
큰형님이 헐값에 팔아먹은 집
아버지가 끝끝내 돌아가지 못한 집
어쩌다 들른 고향, 죄지은 놈처럼 달아나며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뒤돌아보는 집
<2006년, 새해를 맞으며 -김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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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쥐똥나무 생울타리에 옴팍 묻힌 집
지붕에 까만 쥐똥나무 열매 수북이 쌓인 집
겨우내 굴뚝새 소리 가득한 집
울안 가득 아버지 호령소리 쩌렁한 집
장두감나무 황토마당에 휘어져 닿은 집
울 밑에 작약꽃, 목단꽃 단정한 집
여름내 말벌 소리 징징대는 집
뒤란 처마 밑 눈썰매, 방패연 꿈꾸는 집
셋째형이 팽이 깎다가 잠깐 뒤란을 비운 집
잠 깬 고양이 담 위에 올라
쭉 뺀 다리로 오지게 하품 하며
마실가기 전 뒤돌아보는 집
내가 오래 오래 뒤돌아보며 떠나온 집
숨가쁘게 달겨가 안기던 집
동백아가씨 곱게 부르며 베갯모에 수 놓던
큰누님 시집가고 없는 집
어머니가 날 못보고 세상을 떠난 집
큰형님이 헐값에 팔아먹은 집
아버지가 끝끝내 돌아가지 못한 집
어쩌다 들른 고향, 죄지은 놈처럼 달아나며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뒤돌아보는 집
<2006년, 새해를 맞으며 -김민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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