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2006. 9. 23. 07:26
아이들에게
지금은 세상이 고요히 잠든 일요일 밤이구나. 내일을 위해서 편히 잠을 자는 시간이란다. 내일이 없다면 사람들은 오늘을 맘껏 즐기겠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일의 희망이 사람들을 절망에서 구해내는구나.
나는 지금 지난 주에 너희 반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1 학기 동안 너희 반에서 했던 나의 수업을 떠올려 본다. 아니, 다른 인문계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마다하고 예술고등학교에 오게 된 것을 새삼스레 생각한다. 나의 선택이 잘못 된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만용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한다. 예술을 한다는 너희들을 내가 너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너희들의 끼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맴돈다.
1980년부터 분필을 잡기 시작하여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숱한 아이들을 겪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을 베푼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한다. 나는 그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로만 떠든 위선자가 아닌지 생각한다. 20년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이 우리 학교가 변했고, 아이들도 변했고, 사회도 변했는가? 그리고 분필을 쥔 내 손도 변했는가?
정말 좋은 선생이 되려고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단지 몇 푼 받는 월급에 취해서 단순한 직업인으로 전락했는지? 정말 나는 선생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이 시대에 내가 선생으로서 어떻게 해야만 진정 선생다운 선생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밤이구나.
나는 교육이 인간을 변하게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단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으로 만나 서로를 감화시키는 교육을 꿈꾸어 왔단다. 그런데 너희 반에서 나의 꿈은 번번이 배반을 당하는구나. 그래서 나는 점점 힘을 잃었고,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분노하면서 너희들을 원망했구나. 원망이 지나치면 저주가 된단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더 이상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선생이 제자를 저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너희들을 사랑하고 싶구나. 제자를 사랑하지 않는 선생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가? 그런 선생이라면 교단을 떠나야 되겠지? 나는 사랑을 전해주는 그런 선생이고 싶단다. 내가 교단에 서 있는 날까지 이 생각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단다.
나는 학생을 믿어왔고 앞으로도 믿고 싶구나. 너희들도 나에게 믿음을 주길 바란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믿음이 없다면, 그 사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단다.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런 너희들이기를 바란다.
미래에 훌륭한 무용가가 되었을 때,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기쁜 마음으로 회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인다.
2001년 9월 10일 0시 10분
일곡아카데미아에서 김성중
지금은 세상이 고요히 잠든 일요일 밤이구나. 내일을 위해서 편히 잠을 자는 시간이란다. 내일이 없다면 사람들은 오늘을 맘껏 즐기겠지?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내일의 희망이 사람들을 절망에서 구해내는구나.
나는 지금 지난 주에 너희 반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그리고 1 학기 동안 너희 반에서 했던 나의 수업을 떠올려 본다. 아니, 다른 인문계고등학교에 가는 것을 마다하고 예술고등학교에 오게 된 것을 새삼스레 생각한다. 나의 선택이 잘못 된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만용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한다. 예술을 한다는 너희들을 내가 너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너희들의 끼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맴돈다.
1980년부터 분필을 잡기 시작하여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숱한 아이들을 겪으면서 내가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을 베푼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한다. 나는 그저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로만 떠든 위선자가 아닌지 생각한다. 20년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이 우리 학교가 변했고, 아이들도 변했고, 사회도 변했는가? 그리고 분필을 쥔 내 손도 변했는가?
정말 좋은 선생이 되려고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단지 몇 푼 받는 월급에 취해서 단순한 직업인으로 전락했는지? 정말 나는 선생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이 시대에 내가 선생으로서 어떻게 해야만 진정 선생다운 선생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밤이구나.
나는 교육이 인간을 변하게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단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이 인격적으로 만나 서로를 감화시키는 교육을 꿈꾸어 왔단다. 그런데 너희 반에서 나의 꿈은 번번이 배반을 당하는구나. 그래서 나는 점점 힘을 잃었고,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분노하면서 너희들을 원망했구나. 원망이 지나치면 저주가 된단다. 그래서 나는 너희들을 더 이상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선생이 제자를 저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너희들을 사랑하고 싶구나. 제자를 사랑하지 않는 선생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가? 그런 선생이라면 교단을 떠나야 되겠지? 나는 사랑을 전해주는 그런 선생이고 싶단다. 내가 교단에 서 있는 날까지 이 생각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단다.
나는 학생을 믿어왔고 앞으로도 믿고 싶구나. 너희들도 나에게 믿음을 주길 바란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믿음이 없다면, 그 사회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단다.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해주는 그런 너희들이기를 바란다.
미래에 훌륭한 무용가가 되었을 때,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기쁜 마음으로 회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인다.
2001년 9월 10일 0시 10분
일곡아카데미아에서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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