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로 날아드는 비둘기
토요일 오후, 자습을 하고 있는 3학년 교실 복도를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다닌다. 호기심 많고 웃기 좋아하는 여학생들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웃음보가 터진다. 기어이 웃고야 만다. 웃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웃어야 할 때 웃지 않으면 병이 난다. 그러니까 웃을 기회가 생기면 웃어야 한다. 기회를 만들어 웃으려고 해야 한다.
비둘기는 아이들이 흘린 음식물을 주워 먹으려고 날아온다. 아이들은 매점에서 산 빵이나 과자를 먹으면서 계단을 올라온다. 이 때 아이들이 흘린 부스러기를 비둘기는 노린다. 창문이 닫혀 있으면 창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잽싸게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비둘기는 영리한 놈이다. 경비 아저씨와 한참 씨름을 하고서 쫓겨날 때까지 비둘기는 복도와 계단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심지어는 교실로 들어오기도 한다. 비둘기가 세콤장치를 건드리면 요란스럽게 경보음이 울린다. 경비아저씨는 비둘기를 건물 밖으로 쫓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야간경비를 제대로 서는 것이다.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가 언제부턴가 귀찮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던져준 음식물을 받아먹고서 살만 찐 비둘기를 닭둘기라고 부른다. 공원에서 살던 비둘기가 이제는 주택가나 학교로 날아들고 있다. 비둘기가 싼 똥이 자동차에 떨어지면 지저분하고 자동차를 부식시키기도 한다. 어떤 녀석은 다리를 절기도 하고 심지어 다리가 잘린 놈도 있다. 뒤뚱거리며 빵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녀석들을 보면서 평화가 멀기 만한 지구촌의 현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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