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담임
중학생들과 지내다가 입시지도의 한복판에 서 있다. 3월1일자로 여고 발령을 받았지만 2월 24일부터 고3 교실에 들어가서 자습을 하는 아이들을 관찰했다. 지난 2년 동안 자습을 해온 탓인지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를 잘 하고 있다. 굳이 담임이 교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스스로 공부하는 버릇이 몸에 밴 아이들인지라 변함없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율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읽고 분석하면서 상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상담에 목말라 하고 있다. 처음부터 상담해 달라고 보챈다. 그만큼 아이들은 불안한 것이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궁금한 것이다. 가야할 대학과 학과를 정하기도 쉽지 않고,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는 눈치다. 물론 모든 것은 점수가 말해주겠지만 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담임이 되어야 하는가. 당장 눈앞에 닥친 대학입시에 대한 상담만 해주는 교사여야 하는가. 아이들은 너무 성급하다. 아니 학부모들이 더 급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학 말고는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가.
고3 담임인 나는 고3 담임답게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리라.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이 되어야 하리라. 불안에 떠는 그들의 심장을 진정시켜줘야 하리라. 모두 다 귀여운 자식들인데, 모두 다 성공할 수 있는 인생의 길을 가도록 도와주어야 하리라.
이래저래 머리가 무거운 3.1절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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