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09. 6. 10. 14:12
구멍 난 양말
오늘은 전국연합 학력고사를 보는 날이다.
아침에 어떤 양말을 신을까 고민하다가
부드러울 것 같은 놈을 신었다.
교무실에 도착해서 발바닥의 느낌이 이상해서 살펴보았더니
오른쪽 양말 뒤꿈치 부분에 달걀만한 구멍이 나 있다.
부지런히 5층을 오르내리느라 그랬을 것이다.
나는 양말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그런 양말을 신고 왔으니 참 내 신세도 딱하다.
나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양말을 신고 다녔어도
양말의 소중함을 몰랐었다.
양말이 이런 사실을 알면 기분이 상할 것이다.
양말은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데
나는 조금만 일하고서도 갖은 생색을 다 나고 있으니.......
양말처럼 밑바닥에서 누군가를 위해서 일해본 적이 있는가
양말같이 신발같이 때를 묻히며 냄새를 맡으면서
타인을 위해 온몸으로 일해 본적이 있는가
양말처럼 온몸이 닳아지면서도 제 몫을 해본 적이 있는가
오늘도 사람들의 발바닥을 감싸면서도
코를 쥐고 싫어하지도 않는 무수한 양말들의
희희낙락거리는 웃음 소리를 듣는가?
그대들이여
양말 같은 사람
나를 끝없이 낮추는 사람
너를 위해 끝까지 온 몸으로 봉사하는 사람
구멍난 양말의 호탕한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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