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09. 9. 12. 15:14

수시 풍경


고3 아이들은 수시 원서를 쓰느라고 정신이 없다. 내 옆자리에서는 수시 상담을 하느라고 담임들과 아이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다. 내신 점수로 대학을 가다보니 영 점 몇 점 가지고 희비가 엇갈린다. 상담을 하고 나서 눈물을 글썽이는 녀석도 있다. 자신의 점수에 만족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녀석도 있다. 어떤 녀석은 담임을 만나기가 두려워서 아직 교무실에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에게 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지 말라고 한다. 10년이나 20년 뒤를 생각하면서 결정하라고 한다, 입시전문기관에서 나온 자료집이나 배치표를 교실에 비치해 두었다. 아이들은 그 자료를 보고 자신이 갈 수 있는 대학을 결정한다. 그리고 교무실에 와서 전문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원가능여부나 모의경쟁률을 확인한다.

아이들은 아직도 현실에 발을 딛고 싶지 않다.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맘대로 선택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내신 등급이 말해준다. 담임인 나는 답답하다. 부모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당사자는 미치고 펄쩍 뛸 일이다.

어서 수시 원서 접수가 끝났으면 좋겠다. 밤잠을 못 자고 수시원서를 쓰는 녀석들의 푸석푸석한 얼굴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한참 멋을 부릴 아이들이 입시에 치어 노랗게 시들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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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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