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10. 11. 15. 20:05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일을 맞이하여

아이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총정리 하느라고 옆에 가까이 가도 사람이 왔는지 바람이 부는지 알지 못한다. 오직 문제풀이에만 몰두하고 있다. 1점이라도 더 얻으려고, 등급을 하나 더 올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지금 점수 외에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점수대로 서열이 매겨진 대학을 가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점수가 잘 나오면 일류대를 가고 점수가 안 나오면 삼류대를 간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점수 1점에 목을 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갓바위에 가서 치성을 드리거나 신에게 간절히 기도한다. 내 아이가 수능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부모들의 기도를 신들이 다 들어주신다면 수능시험을 잘 못 볼 학생은 없다.

수능시험을 앞 둔 교실엔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운명이 결정되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새삼 수능을 비롯한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가 많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자원은 인간이라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생긴 뒤 더욱 굳어진 느낌이다.

그런데 반드시 그럴까? 인간은 경쟁을 해야만 하고 경쟁에서 뒤진 인간은 낙오하고 도태되어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동물 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약육강식은 동물의 생존법칙이다. 자연스럽게 개체수를 조절하여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의 법칙을 위반하고 있으니까, 자연의 법칙을 적용하여 도태시켜야 하는 것일까? 다윈의 진화론대로라면 적자생존의 법칙에 위배되는 노약자나 장애인들은 바로 지구를 떠나야 한다. 이러한 사고로 무장한 관료나 기업가들이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러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현실부적응자로 취급되어야 마땅한가?

앞과 뒤를 살피면서 살아가는 사람일 필요가 있다. 삶의 이유를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서 말이다. 목적지도 없이 달리는 말처럼 무작정 달려서는 안 된다. 지금도 화려한 몸짓으로 물건을 살 것을 강요하는 광고를 잠깐만 중단하라. 얼마나 많은 최신형 전자제품을 구매해야 현대인이 되는가?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저 자본의 탐욕에 무방비로 당하는 일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가?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달려가도 우리 아이들은 수능을 잘 보아야 한다. 시험을 잘 보아야 할 말이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왜 내가 시험을 잘 보아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수험생들이여

'추월산의 노변정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둘기가 교실에 똥을 쌌어요  (2) 2011.05.11
상해 임시정부청사에 다녀오다  (0) 2011.02.01
산다는 것은?  (0) 2010.08.06
월드컵 축구 16강 진출 축하  (0) 2010.06.23
오만과 겸손  (0) 2010.06.04
posted by 추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