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금성산성
김성중
주차장에서 사랑의 바위를 지나서 올라왔을까
연동사에서 전우치를 만나고 봉수대를 지나왔을까
담양온천에서 뜨거운 온천수로 세수하고 올라왔을까
죽지원 맹종죽 숲길을 걷다가 올라왔을까
외남문 보국문을 지나고 내남문 충용문을 오르며
간절하게 기원하는 돌탑들을 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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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천혜의 요충지
기삼연 의병장 호남창의회맹소 본진 전투지
세계평화 남북통일 기념탑 앞
충용문 광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사적 제353호인 금성산성의 어제와 내일을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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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암 약수 한 사발 마시고 동문으로 가면서
무너진 대장청을 떠올리며 내성을 지나
시루봉 광덕산 지나온 성벽이 동문을 만나는 곳에서
강천사에서 올라오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걷다가 산성산 최고봉인 운대봉을 만나고
성벽 위를 걸으며 주변 풍광에 흠뻑 취하다 보면
어느새 북문 천왕문에 닿는데
북문을 나서면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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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면
보국사지를 지나온 계곡물이 시원하다.
서문지에서 비탈길을 싸목싸목 올라서
철마봉과 노적봉을 지나며
산 아래 펼쳐진 담양들과 담양호 풍광에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어느새 충용문 광장이 가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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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길을 걸으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성을 쌓으며 죽어갔을 원혼들이며
수자리를 서며 가족이 그리워 울던 초병들이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죽은 의병들이며
연동사에서 명복을 빌며 향을 태우는 연기가 이천골에 자욱했다는데
동학혁명군의 치열했던 전투와 장렬한 전사
6.25 때 불타버렸다는 보국사 들이
한없이 떠오르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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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성과 내성의 길이가 이십여 리나 되고
성의 넓이는 42만여 평이나 되는 산성
무주 적상산성과 장성 입암산성과 더불어
호남지방 삼대 산성이라 지표조사도 했는데
불타버린 건물은 언제쯤 복원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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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밝은 이가 복원을 서두른다면
산성을 찾는 사람들의 염원이 이루어진다면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 명소인
연동사 노천법당에서 퇴적암을 관찰할 수 있는
금성산성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호국의 산성으로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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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의 유명한 책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역사는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 날이다.
*김성중 : 시인, 공정여행가, 천년나무출판협동조합 이사. 1961년 추월산자락 용면 쌍태리에 출생하였으며 광주에서 귀향하여 현재 강쟁리에 거주.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광주에서 30여 년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2019년 2월 첨단고등학교에서 명예퇴직함. 2000년 『새길을 여는 교육비평』에 「문학선생」 등 시 4편을 발표하며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강신보 가래나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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