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11. 11. 8. 14:27

심성수련회 유감

심성수련회 희망자를 조사했다. 39명 중에 14명이 수련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도움실 학생 2명을 빼면 무려 12명이 불참한단다. 부반장도 불참한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수련회는 주요한 학사일정이다. 학생들이 수련활동을 통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숙식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학교에서 수련활동을 하는 음성꽃동네는 심신이 불편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정상인과는 다른 그들과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본인에게는 더 많은 것이 돌아오는 활동이 된다.

나는 담임교사로서 학급 아이들에게 늘 공동체를 생각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아이들 중 상당수가 공동생활을 거부하고 있다. 건강문제로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 없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몇몇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에게 자세히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부모의 동의를 받은 불참 동의서를 받은 뒤에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지금까지 운영해오던 학급문고를 철수하기로 했다. 담임이 학급문고를 설치한 이유를 배반하는 교실에 더 이상 책을 둔다는 것은 나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심심풀이 땅콩으로 책을 읽었을까?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서 삶의 지혜를 얻기를 바란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을까? 아니면 책을 진열해두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부터 방학하기까지 어떻게 학생들을 만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래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유롭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리라. 그러러면 튼실하고 건전한 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개인만 존재한다면 그 사회는 쉽게 부서진다. 물과 자갈과 시멘트가 있어야 단단해지는 것이다.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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