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노변정담 2012. 6. 18. 20:34

풍천장어는 비싸다

풍천장어는 필리핀 동쪽 어느 깊은 바다에서 부화하여 실뱀장어의 몸으로 6000km나 되는 험난한 태평양을 헤엄쳐서 어미의 고향인 선운사 어귀 인천강(풍천)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민물장어가 산란하러 먼 바다로 떠나려고 기수역(강의 하구)에서 월동하며 적응할 때가 가장 맛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잡아먹었다. 지금은 회유하는 실뱀장어의 개체수가 급감하여 자연산 민물장어를 구경하기는 어렵다.

지난 6월 10일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선운사 지역을 다녀왔다. 미당시문학관을 들러서 서정주의 문학세계와 마을 풍광을 두루 살피고 나서 그 유명한 풍천장어를 맛보려고 신덕식당에 들어갔다. 차림표를 보니 장어구이가 1인분에 32,000원이나 한다. 5인분을 시키면 160,000원이다. 식구들은 깜짝 놀라 장어구이 3인분과 장어탕 2인분을 주문한다. 나는 장어구이를 아껴서 먹었다. 계산할 때 보니까 111,000원이 나왔다.

풍천장어가 비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양식을 한 장어를 바닷물에서 축양(노폐물을 뺌)하면 육질이 좋아진단다. 장어를 양식하면서 얼마나 많은 노폐물이 체내에 쌓이겠는가? 민물에서 양식한 장어를 바닷물에 풀어놓으면 장어가 바닷물에 적응하느라고 몸속의 노폐물을 다 빼낸다고 한다. 그래도 진짜 풍천장어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얼마나 많이 장어를 잡아먹었으면 씨가 말랐을까? 인간의 식욕을 만족시킬 수 없는 풍천장어여!

어렸을 때 동네 실개천에서 바위를 들치며 어른들이 배터리를 이용해 민물장어를 잡았고, 그 장어를 석쇠에 얹어 구워먹었었다. 그때 맛보았던 민물장어의 고소한 맛을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강도 오염되었고 땅도 오염되었고 세상도 온통 오염되었다. 그래서 옛날이 더 그리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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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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