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06. 9. 6. 08:14
세한도(歲寒圖) / 김성중




멀리 마라도가 보이는 대정읍 추사적거지

추사기념관에서 세한도를 한 폭 샀다

제주도에서 뭍으로 귀양살이 왔다가

무심히 벽에 걸려 있는 세 - 한 - 도

비쩍 마른 추사선생이 소나무가지를 꺾어

동공이 풀린 정신 나간 나를 후려친다

수업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아이들 탓만 해대는 못난 놈이라고

훈장자격이 없는 놈이라고 호통을 쳐댄다

대학입시가 교육을 파행으로 몰아간다고

변명만 늘어놓으며 세금이나 축내는 나를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안다고 성현이 말했다고

내가 세한도 한 구절을 나지막이 읊조리자

추사선생이 엉엉 울며 내 손을 부여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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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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