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의 시 2006. 9. 6. 08:18
봄소풍99
-갑오년 전승탑, 황룡들


황룡강 너머 갑오년 전승탑
하늘을 찌르는 전승탑을 보아라
갑오년 농민군의 함성이
들릴 듯도 한 오늘
아이들은 소풍길 다리품이 아프다
장태를 굴리며 정부군 선봉을 무찌른
농민군의 강인함이여
오늘 다시 그날의 분노로 되살아나
압제의 사슬을 끊어야 하리

전승탑에 새겨진 농민군의 늠름한 모습
그 당당함을 보아라 저 썩은
정부의 군대 오합지졸을
곽재구의 시에 나오는
황룡들에서 빛나는 농민군의 눈을

역사의 현장을 보러 온 오늘
아이들은 심심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전승탑 높이 솟은 죽창은
오욕의 역사를 거침없이 찌르고
우리의 못남을 찌르고
또 찌르고 찔러
전승탑엔 시뻘건 핏물로 강물이 흐른다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탑만 보러온 아이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역사를 말하는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역사는 아와 비아의 투쟁의 기록이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
역사는 인간 삶의 흔적이다
이름 있는 학자들의 언설보다
온몸으로 역사를 껴안는
우리가 더 역사적이지 않나 (199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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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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