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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의 시 2006. 8. 31. 19:47
교실에서 /김성중

아무도 없는 교실에 들어가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교과서와 공책들이
아이들의 일상을 대변한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온전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 공책과 교과서에는
아이들의 피곤함이 묻어 있다.
날마다 교과서와 씨름하며 대학시험을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의 푸념이 들어 있다.

국어가 ‘북어’나 ‘굶어’가 되기도 하고
도덕이 ‘똥떡’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온갖 낙서를 하거나
볼펜으로 새까맣게 칠하거나
칼로 상처를 내기도 한다.
교과서에 진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점수 앞에서 진리는 서리 맞은 풀잎이기 일쑤다.
1점이라도 더 올려야 하는 부담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전인적 인성을 말하는 것은 차라리 사치다.

텅 빈 교실에 들어가 보면
아이들이 버린 휴지가 폐허처럼 어지럽다.
연필을 깎고 나서 훅 불어버리고,
코를 푼 종이는 의자 밑으로 밀어버리고
문제를 풀어본 연습장을 책상 뒤로 날려 보낸다.
신발장에 못 넣어둔 값비싼 신발이 의자 밑에서 졸고 있고,
미처 가라앉지 못한 먼지들이
아이들이 얼마나 나댔는지를 알려준다.

교실은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온갖 일들을 하는 곳이다.
아침에는 방송수업,
1교시부터 7교시까지는 정규수업,
8교시 보충수업,
9교시 선택수업,
10교시부터 11교시까지는 자율학습.
교실은 밤 10시가 되어야 명상에 잠긴다.
낮에 시달린 몸을 추스른다.
-200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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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8. 31. 19:43
영구암 / 김성중


아침엔 안개 자욱하더니
낮엔 말짱 갠 날씨
영구암 가는 길 꾸불꾸불
임포 지나 영구암에 오른다.

아우 내외도 오르고 조카애도
오르고 아들딸도 오른다
바위틈을 지나고 돌계단을 지나서
영구암이다

아침에 돋는 해가
부처님의 눈을 부시게 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인들은
번뇌에 시달리리

바다를 바라보는 부처님은
무얼 생각할까
암자 위 거대한 바위가 구를까봐
부처님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까

지고 또 뜨는 해와 더불어
바다, 미치도록 푸른 바다
아, 망망대해는 이를 이름일까
영구암 앞바다의 시원한 수평선이여!


*영구암 : 여천 돌산섬에 있는 암자. 향일암의 본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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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8. 31. 15:58
어항


난 보았지.
어항 속의 붕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서
낮잠을 자는 것을.

어항은
하나의 소우주
울부짖는 파도보단
숨막히는 고요만이 떠 있고
어항은 평화.

붕어는
아가미를 들썩이며 실오리 같은
목숨을 이어가고
붕어는
무희보다 더 예쁘게
어항을 춤춘다.

조오름은 해일로 밀려오고
붕어는
싱싱한 몸짓으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하나씩 하나씩
비늘을 벗겨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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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추월산
:
추월산의 시 2006. 8. 31. 15:47
인생 / 김성중


인생은 피곤한 직업
내려 놓을 수 없는 중력

돌고 돌아서 숨이 멈출 때까지
돌아야 하는 쳇바퀴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우정에 울고
그냥 울고 싶어서 울고

통속적인 드라마에
인생이란 하중을 부려놓고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인생이란 행성은
돌고 돌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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