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2006. 9. 14. 14:10

시 창작 교육에 대한 생각 / 김성중


문학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삶의 교훈을 주거나 정서적인 감화와 순화를 준다. 그 가운데 시는 짧은 형식 속에서 다른 어떤 문학 장르보다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압축하여 표현한 장르다. 이런 시의 특성은 시가 상상력과 감정을 동원해야 감상할 수 있는 장르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생들은 시를 배우면서 상상력을 계발하고 정서를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제7차 국어 교육과정의 문학 교육의 목적은 ‘문학의 수용과 창작활동을 통하여 문학능력을 길러, 자아를 실현하고 문학 문화 발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바람직한 인간을 기른다.’이다. 이는 학습자의 수용주체로서 능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학습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작품 해석과 비평 활동을 통해 개인의 문학 능력을 신장시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과정에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창작활동’을 명시하고 있고 문학교과서도 ‘창작활동’을 강조하는 편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문학교육현실은 문학 교육과정의 정신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창작을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전문작가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많다. 문학작품이나 창작이나 작가에 대한 경외를 넘어 공포를 느끼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문학교사들은 작품을 분석하고 해체하여 지식을 주입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시 교육은 학습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한다. 시교육의 본질은 학습자의 정서를 자극하여 감상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기르는 데 있다. 그런데 상상이라는 작용은 자유롭고 수용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학습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시 수업의 최종적인 목표는 학습자가 시를 읽고 감상할 줄 알며 더 나아가서 시를 즐기고 창작하는 문학능력을 갖추게 하는데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수용과 창작을 강조하는 이유도 작품의 창작을 통해서 문학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늘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 중에서 일상적인 것은 수다 떨기다. 인간은 고독을 참지 못한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대화의 상대가 없으면 혼자서라도 독백을 해야 한다. 이것이 깊어지다 보면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쓴다. 일기 쓰기가 대표적이다. 수필을 쓰기도 한다. 시를 쓰기도 한다.

사람들이 시를 쓰고 시에 무엇인가를 담는다.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는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무슨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동시를 많이 쓴다. 중학교에서도 국어시간이나 계발활동 시간에 시 창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입시 때문에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멀리 할 수밖에 없다. 시를 쓰고 싶은 욕망은 있으나 그 욕망이 사라지려 하고 있고, 다른 공부를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시 쓰기를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교환가치가 이 시대를 지배하면서 드러나는 두드러진 삶의 양식으로는 비인간화, 추상화, 소외, 물화, 물신숭배” 때문에 자아가 분열되는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물신화에 따른 배금주의의 팽배, 상대적 빈곤감의 확대, 생산 자동화에 따른 인간소외, 상업주의의 팽배에 따른 취향문화의 확산 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하고 자아존중감을 갖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학창시절에 배운 시 말고 애송하는 시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머뭇거릴 것이다.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학입학시험 준비를 위해 문제를 풀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시를 시답게 감상할 기회를 박탈당했고, 그래서 시에 대한 증오심만 키웠던 것이다. 물론 시 지도교사들의 능력 부족도 지적해야 한다. 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 주입식 강의식 수업으로 시를 해체해버린 쓰라린 기억을 교사들은 가지고 있다. 교육과정이 바뀌고 ‘창작’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도, 문학교사들은 시를 나누고 쪼개고 분석하기에 바쁘다. 해체하여 분석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교사들의 시 지도 방식은 자동화되어 있는 것이다.

문학을 공부하고 문학작품을 읽거나 창작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문학을 통해서 해방을 꿈꾸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것이다. 특히 시창작의 경험은 학생들에게 창조의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자아’를 발견하고 계발하여 새로운 삶을 영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후기산업화 시대에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자칫하면 주체가 소멸될 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서 그래도 문학이 있어서 인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시 창작을 경험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창조적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다. 상황에 대한 능동적이고도 창의적인 대처능력을 시 창작을 통해 내재화 한 효과일 것이다.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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