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기 2007. 2. 9. 00:18

‘2006년 8월 28일(월) 2교시(09:30-10:20) 2학년 ?반’ 에서


월요일이라 상큼하게 출발하려고 했다. 출석을 확인하고 오늘 배울 곳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 배운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다양한 관점에 대해서 확인하는 중이었다.(전시학습회상)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아이들은 그런대로 수업에 참여하는 듯했다. 그러나 계속 교사의 귀를 괴롭히는 웅성거리는 소리! 교실 뒤를 처다 보자 장00와 조00가 얼굴을 쳐다보며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교사는 순간 생각한다. 어떻게 할까? 그냥 수업을 진행할까? 아니면 화를 내면서 혼을 내줄까? 교사는 매 수업시간마다 이런 문제로 고민한다. 그것도 고2 교실에서 말이다. 정말 쪽팔려서 선생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굴뚝 같다. 어린 아이들 앞에서 이게 무슨 꼴인가?


교사는 결국 화를 내기로 한다. 화를 벌컥 내면서 더러워서 선생 못해먹겠다고 소리친다. 그러면서 앞으로 불러내서 혼짝을 낼 것인가를 순간 고민한다. 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을 알고 포기한다. 그저 학교에 나오는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들 쇠귀에 경일 터인데, 회피하고자 하는 교사의 내심을 아이들은 알 것이다. 그래도 교사는 큰 소리를 치면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등등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얼굴이 발개져가지고 흥분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교실에 40명이나 밀어 넣고 수업을 하라는 학교를 욕하고, 갈수록 수업시간에 떠드는 00고 학생들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00고가 똥통학교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혹평한다.


정말 선생이라는 작자인 내가 너무나도 우습다. 수업시간에 떠드는 아이 하나 제대로 휘어잡지 못하는 내가 제대로 된 선생인가? 아이들은 순간 엎어져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선생인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교탁 앞 칠판 앞에 서있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쩌지 못하는가? 과연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무얼 배우려고는 하는가? 아니면 선생인 내가 무얼 안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도대체 무엇이 무엇인지 얽히고설켜서 헷갈린다. 선생이 자기 공부만 하면 무얼 하는가?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면서.


문학선생인 내가 정말 우습다. 문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어리석다. 문학의 본질과 문학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정말로 다시 한 번 문학수업을 고민해야 한다. 아니 수업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면 몇 년 전 예술고에서 수업했던 악몽이 다시 떠오를 것 같다. 아이들은 자꾸 변해가는데, 선생인 내가 너무 안이했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아이들의 내면의 세계를 파고들어가야 하리라. 수업 한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되는 한 시간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지금까지 너무 수업과 진도에만 신경써온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posted by 추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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