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보기 2006. 9. 25. 17:42


김성중


사람들은 날마다 말을 하며 산다. 하루라도 말을 하지 못하게 하면 죽을 것이다. 아니 미쳐버릴 것이다.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속에 감추어둔, 뭉쳐둔 속내를 털어내야 한다. 털어놓지 않으면 속병이 든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마음속에 담아두지 못하고 내뱉으려고 하는 걸까? 그것은 아마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려고하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나와 너는 늘 주고받는 그 무엇이 있어야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구군가와 관계를 맺는다. 최초의 인물은 물론 엄마이다. 아빠와 그 외 가족들과 상견례를 치른다. 자라면서 친구도 사귀고 낯선 사람들과도 늘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진다. 이 과정에서 잘못 맺은 관계 때문에 낭패를 보기도 하지만 잘 맺은 인간관계 덕분에 잘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잘 맺으려고 노력한다. ‘나쁜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차라리 고독을 선택하겠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있다. 인간관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없다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주 복잡한 사고를 통해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관계가 중층적이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감정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말을 함부로 내뱉다가는 낭패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말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꾹 눌러서 참을 때가 많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지만 참아야만 할 때는 무척 괴롭다.


인간사 모든 것이 말로부터 비롯된다. 이렇게 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기꾼이 된다. 내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잘도 굴러다닌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말조심을 하지 않는 자에게는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험한 말을 너무나도 쉽게 하는 현대인들의 입을 어떻게 할까? 가죽이 모자라서 뚫어놓은 구멍이 아니다. 입은 네모반듯하게 말을 하라는 기관이다. 입구 자(口)를 보면 얼마나 반듯한가?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르게 하라고 했던가? 입이 비뚤어졌는데 어떻게 바른 말은 할 수 있겠는가? 평소에 입모양을 바르게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리라.


2006.9.22.

posted by 추월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