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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9.24 :: 손 / 조인선
- 2010.01.21 :: 참 우습다 / 최승자
- 2010.01.21 :: 새벽 메아리 / 윤석주
고추(丹椒)
김려(金鑢 1766-1821)
허경진 옮김
마당가에다 부드런 채소를 심고
초가집 둘레에도 듬성듬성 심었지.
고추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어
여러 채소 가운데서도 그 고마움이 으뜸일세.
한여름 되면 줄줄이 열매가 달려
한 손에 가득 따다 먹었지.
겨울철 김장 양념에도 절반이나 차지해
맵고 짜면서도 향기로워라.
녹각채도 고추만 못해
무나 배추라야 맞먹을 테지.
잘게 빻은 가루는 메주에 버무려
붉은 죽을 쒀다가 고추장 담네.
고기를 짓이겨 생강 계피 뒤섞어서
씨 뽑은 고추 속에다 소를 넣은 뒤,
송편처럼 나란히 늘어놓고
시루에 넣어서 푹 쪄냈지.
푸른 것과 붉은 것을 따로 담으면
꽃무늬를 넣은 듯 빛도 고왔지.
강황은 <채보>에서 빠뜨렸지만
지금은 고추가 가장 귀해라.
*丹椒 : 당초[丹椒]를 만초(蠻草)나 초초(草椒)라고도 하는데, 흔히 고초(苦椒)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에서 많이 심는데, 일본에서 들어온 채소인 듯하다. (원주)
*녹각채 : 붉은색 바다나물의 한 가지인데, 김장할 때에 고명으로 함께 버무려 배추 속에 넣는다.
*강황:카레의주재료로사용되는노란색할디(turmeric)를일컬어한국에서는강황또는울금이라고한다. 강황은생강과의다년초로,일반적으로고온다습한지역에서재배된다.인도가주요산지이며아프리카,중남미등아열대지역에서자생하며한국과일본에서도재배가된다. 인도에서는기원전10세기무렵부터재배가시작되었고아율베딕에서도식물성약초로언급되었다.잎은크기가크고길이30~90cm,폭은타원형이고4~5개가모여산다.뿌리식물로옅은황색을띄며독특한향이난다.
*출전 : [藫庭 金鑢 詩選 담정 김려 시선](한국의 한시 33, 평민사,1997, 허경진 옮김)134-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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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조인선
안성시 일죽면에 아주 작은 카센터 젊은 사장의 손을 본 적이 있다
장갑을 벗자 기름 때에 찌든 손이 번들거렸다
악수를 해보면 알겠지만
몸으로 먹고사는 이들의 손은 대체로 크고 굵다
세상을 이루는 바닥이다
젖소 십오 년 사과밭 십이 년
지금은 몰락한 부잣집 막내로 태어나
고생하신 어머니 손가락은
마디마디 뼈가 튕그러져 있다
집을 떠나고 싶을 때 어머니는 그 손으로 나를 잡으셨다
가만히 보니
담배에 찌든 가운뎃손가락 끝마디는
펜을 쥘 때도 일치하는데
내 정신이 시가 되는 곳도 이 자리였다
*조인선 시집 [노래](문학과지성 시인선 378, 2010.7.12 1쇄)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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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습다
최승자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 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최승자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문학과지성 시인선 372, 문학과지성사, 초판 3쇄 발행일 2010.1.18.)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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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메아리
윤석주
눈 오는 꼭두새벽길 산길 걷는다
태초, 인간이 살기 전
설원을 걷는 것 같아
나를 따라오는 발자국이
불안하고 한편 대견하다
가만가만 어둠 톺아가는 발길에 와 닿는
원효사* 새벽 예불 범종 소리,
먼 전생에서나 들었을 법한
찬연한 그 울림!
잠든 생명들의 이마 하나하나 짚어
느슨해진 삶의 내재율을
팽팽하게 조율하는 소리의 힘,
차별 없는 은근한 말씀으로
새벽 허공에 길을 놓아간다.
*원효사 : 광주 무등산에 있는 사찰
-윤석주 시집 [지는 꽃이 화엄이다](문학들시선007,200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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