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丹椒)
김려(金鑢 1766-1821)
허경진 옮김
마당가에다 부드런 채소를 심고
초가집 둘레에도 듬성듬성 심었지.
고추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어
여러 채소 가운데서도 그 고마움이 으뜸일세.
한여름 되면 줄줄이 열매가 달려
한 손에 가득 따다 먹었지.
겨울철 김장 양념에도 절반이나 차지해
맵고 짜면서도 향기로워라.
녹각채도 고추만 못해
무나 배추라야 맞먹을 테지.
잘게 빻은 가루는 메주에 버무려
붉은 죽을 쒀다가 고추장 담네.
고기를 짓이겨 생강 계피 뒤섞어서
씨 뽑은 고추 속에다 소를 넣은 뒤,
송편처럼 나란히 늘어놓고
시루에 넣어서 푹 쪄냈지.
푸른 것과 붉은 것을 따로 담으면
꽃무늬를 넣은 듯 빛도 고왔지.
강황은 <채보>에서 빠뜨렸지만
지금은 고추가 가장 귀해라.
*丹椒 : 당초[丹椒]를 만초(蠻草)나 초초(草椒)라고도 하는데, 흔히 고초(苦椒)라고 부른다. 우리 나라에서 많이 심는데, 일본에서 들어온 채소인 듯하다. (원주)
*녹각채 : 붉은색 바다나물의 한 가지인데, 김장할 때에 고명으로 함께 버무려 배추 속에 넣는다.
*강황:카레의주재료로사용되는노란색할디(turmeric)를일컬어한국에서는강황또는울금이라고한다. 강황은생강과의다년초로,일반적으로고온다습한지역에서재배된다.인도가주요산지이며아프리카,중남미등아열대지역에서자생하며한국과일본에서도재배가된다. 인도에서는기원전10세기무렵부터재배가시작되었고아율베딕에서도식물성약초로언급되었다.잎은크기가크고길이30~90cm,폭은타원형이고4~5개가모여산다.뿌리식물로옅은황색을띄며독특한향이난다.
*출전 : [藫庭 金鑢 詩選 담정 김려 시선](한국의 한시 33, 평민사,1997, 허경진 옮김)134-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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